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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거래 활성화에 목숨 건 ‘불통’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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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거래 활성화에 목숨 건 ‘불통’ 금융당국

[글로벌이코노믹=이성규 기자] 지난 24일 금 현물을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KRX 금시장이 개장했다. 금융당국에서는 금현물시장의 개장으로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금 거래가 양지로 나오고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KRX 금시장 개장 후 이러한 기대감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채 3일밖에 되지 않아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겠지만, 그래도 거래량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제도적 문제점까지 지적되고 있다. KRX 금시장이 법률적 근거 없이 증권사에 중개업무를 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법률적 근거 문제보다도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금융당국의 탁상공론에서 시작된 ‘무차별적 거래 활성화’다.

관련법의 준비 여부를 논하는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이든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그에 따른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를 도입하는 근본은 잘못됐다.

금선물을 시작으로 미니금선물 그리고 현재 KRX 금시장을 보면 금융당국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기존 금선물의 거래단위는 1Kg이다. 이어 등장한 것이 미니금선물로 거래단위는 100g이다. 미니금선물 거래제도를 도입하면서 기본예탁금도 종전 15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춰 투자자들의 진입을 유도했다.

현재 KRX 금시장의 최소 거래단위는 1g이다. 단위가 점점 낮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융당국은 거래단위가 크기 때문에 이 단위를 낮추면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거래단위가 낮을수록 거래활성화에 긍정적이라 한다면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이미 거지가 됐을 것이다. 그는 주식이 나뉘면 나뉠수록 1주당 그 자체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그는 세계 3위의 갑부이자 최고의 투자자니 할 말도 없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지만 1000만 원짜리 명품가방을 반으로 찢는다 해서 그 반의 가치가 500만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못 쓰는 가방’이 되기 때문에 그 가치는 Zero가 된다.
금거래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이 거래 활성화에만 집중하다보니 무엇이 문제점인지 잘 모른다. 거래활성화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수요가 기반이 돼야 한다. 그 후 공급이 받쳐줘야 한다. 그래야만 가격이 상승하면서 거래가 활성화된다. 금ETF, 미니금선물 등의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미 수요가 부진하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일까?

금거래뿐 만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는 돈육(돼지고기)선물시장을 개장했다. 돈육 가격변동에 대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도입됐다. 하지만 돈육선물은 흥행에 대참패했다.

미니금선물이나 돈육선물이 실패한 이유는 준비 없이 시장만 늘려놓았기 때문이다. 시장을 늘리면 늘릴수록 증권사들이 거래활성화를 통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거래를 준비하기 위한 시스템 도입 등 막대한 비용은 증권사들에게 큰 부담이다.

KRX 금시장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 미래를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KRX 금시장마저도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그 직격탄은 고스란히 증권사들에게 돌아간다. 언제까지 말로만 ‘소통’할 것인가?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모든 유기체가 맞물려 돌아가야 하지만 ‘도입’, ‘활성화’만 외치는 금융당국이야말로 ‘불통’의 주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