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385)]제22장, 최후의 심판

기사입력 : 2014-04-10 10:47 (최종수정 2017-03-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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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최서영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아 묵묵히 남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천도가 할 일을 아무 권한도 없는 내가 대신했으니 어찌 속죄하지 않을 수 있겠소? 다음 생에 그 업을 받기보다는 이승에서 내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려오. 하늘이 용서하여 상처가 낫는 날 즉시 당신 곁으로 돌아오겠소. 가는 곳은 태백산인데 올 때까지 찾지도 말고 기다리지도 말아요. 몸은 비록 당신 곁에 없어도 내 마음은 항상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저는 걱정하지 마시고 다녀오세요. 당신이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이 수도하시던 석굴에서 저를 위하시던 당신처럼 당신을 위해 기원하면서 기다릴게요. 마음 편히 다녀오세요.”

최서영은 그 말을 끝으로 먼 길 떠나는 남편의 옷매무시를 살펴주고는 진작 준비해놓았던 작은 가방 하나를 내놓았다.

그 안에는 갈아입을 속옷과 한 되 남짓한 미숫가루와 며칠 먹을 시루떡이 들어있었다.

“고맙소. 그럼 다녀오겠소.”

하고 그는 가까운 이웃집에 다녀오듯 말하고 조용히 일어섰다.

최서영은 말없이 대문 밖까지만 남편을 따라갔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남편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하염없이 서있었다.

세월은 강물처럼 쉼 없이 흐르고 흘렀다.

최서영은 여러 세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그가 하던대로 새벽이면 어김없이 뒷산에 올랐다. 그리고 석굴에서 가만히 무릎 꿇어 그의 무사안녕을 빌며 오늘도 내일도 기다림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동녘이 밝아오면 언덕에 서서 그가 있을 먼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태산처럼 무겁게 짓누르든 세속의 멍에를 훌훌 벗어버리고 떠난 그의 자취가 구름처럼 어리었다. 그리도 깊던 사랑의 울림이 햇살처럼 퍼지고, 그리움은 온 누리를 뒤덮은 풀잎처럼 가슴에 파릇파릇 영원한 생명으로 무성하게 쌓여만 갔다.



“사바에서 짊어졌던

무거운 짐 내려놓고

저 강 건너 가신 임

머무신 피안의 땅이

사랑보다 깊은가요.



봄은 가고 여름은 오고

그리고 가을 겨울,

눈은 쌓였다 스러지고

피고 지는 꽃 하염없어도

잊힐 날 없이 기다리오리다.



아, 아니 오실 임이시여

반이나 희어진 머리카락

서리 내린 풀잎같이 시들어도

기다리고 기다릴래요,

저 강 건너 가서라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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