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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기획]위기의 대한민국 철강산업(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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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기획]위기의 대한민국 철강산업(上)

[글로벌이코노믹=강기성 기자]
철강산업은 상공정(제강)과 하공정(제품 생산)으로 구성돼 있다. 상공정에서는 원료로 재료를 만들면 이를 가공해 하공정을 거쳐 제품을 생산‧제조한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자동차, 가전, 스마트폰, 그리고 선박, 항공기 등이 모두 이렇게 만들어진다. 철강산업은 한 나라의 기반산업으로 부지불식 간에 우리 생활을 떠받치고 있는 뿌리산업이라 할만큼 중요하다. 과거 우리나라의 급성장을 견인해온 포항제철(현 포스코)을 비롯해 현대제철, 동부제철 그리고 많은 제철, 제강사들의 안정적인 원재료 공급이 없었다면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도, 무역량 10위라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은 불가능한 것이었을 것이다.

■중국 철강업계는 구조조정 중 어느덧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60년 이상의 세월을 흘러왔다. 2014년 현재 조강생산이 6606만t, 세계 6위에 달하는 철강대국이다. 하지만 바로 인접국가에 철강 생산량 1위국인 중국이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철강산업은 곧 중국 철강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중국은 오랫동안 철강의 원료인 철광석 최대 생산국이자 최고의 소비국이었기 때문이다. 곧 중국의 철강산업 분석이 우리나라 철강산업을 파악하는 선결조건이라 하겠다. 최근 중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3월 주요 철강업체의 누계 적자 규모가 23억위안(약 3800억원)에 달했다. 중국 최대 민영 철강기업 하이신 철강의 경우 30억위안(약 5000억원)규모의 은행 대출 상환에 실패해 채무불이행(디폴트)를 선언, 파산지경에 놓여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또한 전체 중국 철강업체의 부채율은 60% 이상으로 전체 48%를 차지하는 허베이성 지역의 경우 현재 35개 철강업체가 적자 상태에 놓여있다. 이렇듯 중국철강산업은 현 상태에 이르기까지 이미 예고된 위기상태에 놓여있다.

표 1. 중국 철강산업의 위기와 우리 철강산업의 영향 비교


중국철강산업 위기의 원인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 개선을 위한 새로운 규제들

높은 부채율로 인한 기업들의 재무상태 악화

정부의 중소업체들의 자발적인 파산 방치

낙후된 철강생산 시설들 철거 및 구조조정

정부의 철강기업 수력, 전력 발전소 전환





우리나라 철강산업에의 영향

중국의 조강생산량 증가로 공급량 초과

철강석 원가 하락

국내 전방산업들의 철강재 가격 하락 조정 압력

기존 수요처 포화상태로 인한 수익성 한계 봉착

단기적 시각으로 일관해 온 결과 신성장사업 부족



중국의 철강산업이 우리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이 자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과 거의 같은 맥락에 있다. 중국이 최근 철강산업의 위기를 넘어서려 택한 극단책은 고강도의 구조조정이다. 중국 국무원은 2018년까지 철강 생산능력 중 8000만t을 철거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전체 생산능력의 약 8%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허베이성은 구조조정의 핵심지역으로 철강 생산능력 중 올해 내로 1500만t을 감축하고 2018년까지 약 7000만t을 철거할 것이며 상황에 따라 그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산 철강 저가공세에 수익성 악화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은 의외로 환경규제의 영향이 크다. 왜냐면 지난 수십 년간 쌓여온 노후 철강생산 설비 도태로 인해 대기오염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올 3월초 환경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정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철강사들에 한해 수력 및 전력 비용을 높일 방침을 발표했다. 당산지역의 경우 2월 공기오염 경보 이후 모든 철강사들의 생산량이 30% 감소한 바 있다. 자금사정의 악화로 중국 대형 철강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채로 삼은 담보용 철광석으로 인해 은행대출이 불가능한 처지로 파악된다. 표 2. 중국의 조강 생산능력 증가율 감소세
자료출처=WSAWorldSteelAssociation.
자료출처=WSAWorldSteelAssociation.
변종만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은 현재진행형으로 강화될 전망”이라며 “철강산업 구조조정 정책이 ‘양적규제’에서 ‘환경규제’차원으로 보다 강화됐고, 수익성 및 유동성 악화에 따라 경쟁력 없는 중소형 철강업체들은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정부가 대형 민영 철강사의 파산을 방관함으로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중국 철강산업 변화의 여파는 우리나라에 고스란히 미친다. 문제는 철강가격, 즉 원가 문제다. 중국은 적정 조강생산량을 이미 넘어섰다. 그들의 저가 공세에 우리나라의 기업들 역시 생산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중국은 2018년까지 장기적으로 철강 생산설비를 줄여나가고 있지만 당장 우리나라에 미치는 공급량은 여전하다. 중국의 올해 초 일일 평균 조강생산은 221만7000t으로 사상 최대를 보인 지난해 12월보다도 오히려 21만t 이 증가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철강의 공급과잉과 함께 건설, 조선, 자동차업체들의 철광석 원가 가격이 하락하고 이렇다 할 신규 수요처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 업체들 역시 공급과잉이라는 상황은 수익성 측면에서 업계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고부가가지 제품만이 차별화 요인 우리 철강업계가 해결해야 할 본질적 문제는 철강석의 원가이지만 일단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 철강공급 상황에 비춰 철강 원재료 중심이 아닌 제품을 통한 수익성 재고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강산업의 위기가 당분간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 전문가들은 제품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즉, 기존 신규수요처를 창출하고 고부가가치의 고품질 철강제품 생산으로 승부하라는 전략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철강협회는 지난 3월 정준양 회장과 각 회원사 대표 2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철강산업의 위기극복 및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경쟁력 강화’라는 주제로 제 46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핵심적인 사업 내용은 두 가지,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견제와 해외 수입규제에 대한 대응 과 신규기술을 위한 R&D 강화이다. 즉, 중국의 기존 저가공세에 대비하기 위해서 무역규제에 대한 대응과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기술개발로 고부가가치사업과 품질경쟁에서 우선순위를 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한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철강업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혁신적인 신사업과 생산기술 및 제품개발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철강업계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계가 불황에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품질 및 서비스 개선을 통한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며 “원가경쟁력 및 제품차별화를 바탕으로 현 위기를 이겨내야 세계시장의 글로벌 철강사로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 철강시황에 대해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당분간 공급과잉이 해소되기 어렵고, 전방산업의 빠른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중국산과 차별화를 꾀하고 중국산 불공정 제품 유입을 막는 수밖에 없다”고 현 상황을 논평했다. 변종만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의 사례를 들며 “기술과 마케팅을 융합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해외사업 수익성 강화를 통해 철강의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청정에너지와 원천소재 등을 신성장사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국내 철강업계의 향후 발전전략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