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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家 박삼구vs찬구 ‘형제의 난’ 사사건건 꼬리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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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家 박삼구vs찬구 ‘형제의 난’ 사사건건 꼬리표, 왜?

산은 지분 매각 이어 금호고속 인수전서 번갈아 '반대급부'로 주조연

[글로벌이코노믹=박종준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이 최근 모태기업인 금호고속 인수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과거 박 회장과 ‘형제의 난’을 치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까지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박삼구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4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아시아나) 등에 따르면 금호고속 최대주주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는 최근 BoA메릴린치를 주관사로, 안진회계법인을 회계자문사로 선정해 매각작업에 착수했다.
이 펀드는 만기 3년으로 내년 6월말이면 해산될 예정으로 금호고속 지분에 대해서는 투자시점(2012년 8월9일)을 기점으로 2년간 매각제한(Lock-up)에 걸려 있어 매각제한이 풀리는 오는 8월중에는 새로운 주인을 찾기 시작할 예정이라는 것.

이를 두고 현재 시장에서는 금호고속의 매각 가치가 6000억원 이상을 호가할 것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고속의 유력한 새주인 후보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꼽힌다. 우선매수권을 금호아시아나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금호아시나 측은 현재 다소 느긋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의지는 분명하다면서도 매각가가 너무 높다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금호아시아나는 “금호고속은 호남을 대표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기업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라는 인식이 강하게 뿌리 박혀 있어 타그룹이 정서상 인수하기 부담스러운 매물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아직 본격적인 딜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금호고속이 실제가치보다 부풀려지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이번 딜에 제3자가 참여해봐야 별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전언이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여기에 금호아시나아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닌 다른 인수자 입장에서는 광주전남 지역민 및 금호고속 임직원들의 정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우선매수권 보유, 금호 브랜드 사용 불가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 등 인수 시 여러 걸림돌이 상존하고 있어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며 "광주 전남 지역민들의 금호고속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남달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닌 제3자 인수시 지역 정서상 반발이 예상되며 이용 급감에 따른 매출 감소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달았다.
한발 더 나아가 “금호고속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닌 제 3자에게 매각될 경우, 금호고속은 더 이상 ‘금호’라는 고유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어 국내 고속버스 시장점유율 1위 등 과거의 프리미엄은 소멸될 가능성이 높으며, 지역연고 기반 이미지가 퇴색됨에 따라 연고지역에서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며 “따라서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볼 때 제3자가 이번 딜에 참여해봐야 실사 비용, 자문료 등 비용만 발생하는 등 실익이 없다는 것이 업계와 M&A 시장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금호아시나는 "패키지 딜(금호고속 주식,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주식, 대우건설 주식) 매각시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되돌려 주는 것을 전제로 했고, 현재 우선매수권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이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호아시아나는 “금호터미널은 작년 신세계와의 장기임대차계약을 통해 금호고속을 되찾아올 자금을 충분히 확보해 놓은 상태”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에는 오너인 박삼구 회장이 금호고속 인수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도 포함된다.

이를 종합해보면 '금호고속은 건드리지마, 우리 거야!'라는 단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금호고속 인수의 적격자는 바로 금호아시나 자신이라는 것. 이 같은 자신감은 금호고속의 우선매수권을 금호그룹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이 가지고 있는 데에서 나온다. 물론 금호아시아나의 인수가 불발된 경우 제3자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렇게 금호아시아나와 박삼구 회장이 금호고속 인수에 강한 의지를 불사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금호고속이 금호아시나그룹의 모태기업이라는 점은 물론 현재 박 회장과 동생 박찬구 회장의 대립각이 분명해 향후 ‘형제의 난’ 재연 가능성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적통성’ 내지 ‘정통성’을 다시 한 번 재확인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의 선친인 박인천 창업주는 지난 1946년 중고 택시 2대를 가지고 창업했던 광주택시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운수업체이자 금호고속의 전신인 광주여객자동차(주)를 1948년 9월 만든 게 출발점이다.

이를 기반으로 금호그룹은 광주 등 호남지역에서 향토기업의 ‘맹주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호남에서는 대주그룹, 해태그룹 등이 호남의 맹주 기업으로 경쟁하고 있었지만 최근의 성장세로는 금호아시나그룹이 단연 돋보인다.

지난 1988년 2월 민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설립한 이후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와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화학·타이어, 운송·물류, 금융, 건설 등의 계열사를 두루 거느리며 재계 서열 11위(현재 17위)라는 '전국구' 대그룹 반열에 올라서기도 했다.

이처럼 금호아시아나의 모태기업인 금호고속은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이 지난 2012년 금호고속 지분 100%와 대우건설 등을 패키지 딜 방식으로 시장에 내놓으면서 금호가에서 떨어져 나갔다.

▲박찬구금호석유화학회장
▲박찬구금호석유화학회장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둘로 갈라져 있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형제의 난’ 이후 상표권 사용 문제 등을 놓고 소송전을 펼치는 등 대립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산은 지분 매각에서도 금호가 ‘형제의 난’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사사건건마다 서로 '반대급부'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꼬리표는 얼마 전 '산은 지분 매각' 문제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보유한 산업은행이 지난달 1일 금호석화 주식 14.05%(428만1715주)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을 다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

산은이 보유한 금호석화 지분은 상당한 규모여서 향후 이걸 누가 쥐느냐에 따라 그룹 구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안에 있어서는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쪽이 유리한 국면이다. 금호고속 인수전과는 달리 산은 매각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박찬구 회장 등의 대주주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 금호터미널이 월세 소득 등으로 인한 5000여억원 가량의 자금 여력이 있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서는 금호아시아나의 산은 지분 인수 참여 가능성까지 점쳤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대로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 사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형제의 난’ 이력 등이 반영된 결과다. 물론 우선매수권자인 금호석화가 인수를 포기했을 경우다.

당시 금호아시나 측은 “현재 워크아웃 중이고 서로 독자경영을 하고 있는 만큼 관심도 없고 입장 자체도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반대로 이번 금호고속 인수전과 관련 일부에서는 박찬구 회장 쪽의 참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역시 ‘적통성’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우선매수권을 가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고속을 포기했을 경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재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독자경영을 펼치고 있는 박찬구 회장이 향후 금호석화 계열분리를 추진할 경우 금호가와 호남에서의 ‘정통성’ 내지 ‘적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호고속만한 기업도 없다는 계산이 설 수 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아직까지 예비입찰 단계도 아닌 상황이라 회사의 공식입장을 내놓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여기에는 ‘최고의사결정권자(박찬구 회장)의 의도가 깔린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런만한 단계나 상황이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또한 '금호석화가 금호고속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배경에는 ‘적통성(뿌리)’ 문제와 결부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물론이다”면서 “현재는 적통성을 박삼구 회장 측이 대부분 가지고 있지만 우리도 일부분 해당하는 것이고 그 적통성 문제도 향후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로 금호고속 인수 의지를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금호석화 관계자는 “그런 상황에서 금호아시아나가 벌써부터 마치 자기들이 주인인양 하는 모습은 앞으로 금호고속 매각은 물론 시장 질서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호고속이 과연 ‘적통성’과 연결되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누구의 품으로 다시 안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