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위의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부재가 더욱 아쉬운 요즘이다. 이러한 SK의 현실은 최근 계열사 실적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SK그룹 계열사 중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기대이하’의 실적을 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줄어든 16조4937억원을 기록했는가 하면, 세전이익은 97.5% 감소한 82억원이었다. 특히 이 기간 5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부분은 어느 대목보다 뼈아파 보인다.
또한 1일 영업실적을 발표한 SK브로드밴드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나 감소해 충격을 안겼다. 특히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은 2분기 선방은 했지만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이 있는 만큼 아쉬운 ‘입맛’을 다시게 했다. 바로 누계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15.9% 부족한 7985억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의 경우 시장 전망치인 5848억원에 못 미친 5461억원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줄어든 수치다. 단말기 원가 상승 등에 따른 영업이익이 크지 않았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SK텔레콤의 성장성이 정체된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까지 내보내고 있을 정도다. 정체를 겪고 있는 시점에서 ‘턴어라운드’할 수 있는 최태원 회장의 ‘신의 한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SK그룹에게는 그나마 3년 전 인수한 SK하이닉스가 위안이 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4일 올해 2분기 매출액 3조9230억원, 영업이익 1조840억원(영업이익률 28%), 순이익 6740억원(순이익률 17%)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해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분기 매출은 D램과 낸드플래시의 순조로운 미세공정 전환과 모바일 제품 수요 회복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5% 증가한 3조92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소폭 상승한 1조840억원이었다. 순이익은 법인세 비용 등을 반영한 결과 674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효자’ SK하이닉스에게도 최근 리스크 요소가 하나 생겼다. 공장 내에서의 백혈병 발병률이 높다는 보고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최근 경영진 등의 결단에 따라 피해보상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향후 최 회장 등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결단이 필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결과적으로 SK그룹은 대부분의 계열사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현재 SK그룹이 추진 중인 전문경영인(수펙스추구협의회) 중심의 집단 경영체제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시장 일부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계열사들이 성장 정체 국면에서 취할 수 있는 M&A 등 굵직한 사안의 결정권을 지닌 최태원 회장의 경영공백이 반영된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미국 휴스턴의 석유개발 자회사인 SK E&P 아메리카와 최근 인수한 오클라호마 석유생산광구의 셰일가스 개발 등 굵직한 해외 투자 사업이다.
최 회장이 회장 재임 당시 1년의 3분의 1일을 해외 시찰 등 대외활동으로 사용할 만큼 비중이 높았던 최 회장의 부재 상태에서 SK가 이 사업을 과연 어떻게 성공시킬 수 있을까 라는 우려와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
SK그룹과 비슷한 곳이 횡령 및 세금포탈 혐의로 구속 상태인 이재현 회장의 CJ그룹이다. 최근 환율 리스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둘 다 ‘오너 부재’ 속 ‘오너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지만 CJ그룹의 경우는 그나마 SK그룹보다는 사정이 나은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