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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합병' 동국제강의 내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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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합병' 동국제강의 내부 전략

[글로벌이코노믹=박종준 기자] 동국제강이 자회사인 유니온스틸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국제강은 11일 조회공시답변을 통해 “철강산업 시너지 극대화를 위하여 합병을 검토 중에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동국제강은 최근 삼일회계법인을 회계 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이미 합병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1위 컬러강판 생산 업체인 유니온스틸은 동국제강이 지분 65.11%를 보유한 핵심 자회사로 지난해 매출 2조2486억원, 영업이익 34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 회사는 국내 철강업계 3위의 동국제강을 이끌고 있는 장세주(사진)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사장이 대표회사로 재직 중이다.

동국제강은 유니온스틸 합병의 명분을 ‘철강산업 시너지 극대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기저에는 다른 이유도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국제강이 지난 6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이번 자회사 합병도 그 연장선에서 취해지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채권단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무구조 개선 일환으로 동국제강 소유 패럼타워 매각까지 검토했으나 이마저도 동국제강이 반대해 무위에 그친 바 있다.

이와 관련 12일 전승훈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동국제강이 취약한 재무구조를 일정부분 개선시키기 위해 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도 “유니온스틸의 현금흐름이 동국제강의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할 수 있으나 그 효과는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논리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유니온스틸 합병 추진은 당장 ‘발등의 불’인 재무구조 개선 일환 성격이 짙다.

실제로도 동국제강은 ‘캐시 카우’ 역할을 했던 국내외 형강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리면서 고전 중인 상황이다. 동국제강은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공세 행태에 대해 얼마 전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혐의’로 제소까지 했을 정도다. 결국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유니온스틸을 지목한 것이다.

동국제강은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영업이익은 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1% 감소했고, 당기 순이익(손실)은 611억원의 적자를 냈다.

일부에서는 동국제강이 정몽구 회장의 현대제철 합병을 벤치마킹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냉연강판 제조 및 판매부문을 통합하는 내용의 분할합병해 최근 적잖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전까지 현대제철은 열연, 하이스코는 냉연으로 자동차 강판 생산공정을 2원화하는 체제였으나 합병을 통해 열연과 냉연 모두를 확보하게 돼 생산공정의 일원화는 물론 수익성 제고가 현실화된 것.

하지만 동국제강의 경우는 현대제철 합병 사례와 다르다.

동국제강의 주요 사업이 건설용 철강재와 후판(형강) 생산인 만큼 컬러강판을 주로 생산하는 유니온스틸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전공이나 주생산 품목이 두 업체 간 판이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 관계자는 이날(12일) “공시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 추진이 최고경영진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회사 일인 만큼 오너의 입장이나 의견과 무관하다”고 말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한 현대제철 벤치마킹설에 대해서도 “공시한 대로만 봐 달라”며 일축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장 주가 제고 등에 있어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동국제강이 유상증자와 함께 유니온스틸 합병 카드를 꺼낸 만큼 시너지 효과 등은 앞으로 시간을 갖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관망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동국제강그룹은 지난 1954년 장경호 회장이 창업한 철강사로, 이후 창업 2세대에서 3남 장상태 회장을 중심으로 동국제강을, 5남 장상건 회장은 동국산업을, 6남 장상돈 회장은 한국철강(현 키스코홀딩스)을 중심으로 계열 분리한 바 있다.

이어 동국제강은 현재 3세인 장세주 회장,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을 중심으로 형제경영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철강업계의 공급과잉, 중국기업의 급상승 등으로 매출이 줄어들고 있으며, 가격하락으로 인해 적자에 허덕이다 지난 5월 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발표에 이어 결국 지난 6월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동국제강그룹은 현재 주력 철강사인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 DK유엔씨 등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