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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내부거래 1등 재벌의 오명을 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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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내부거래 1등 재벌의 오명을 쓴 이유는

SK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대기업 내부거래 순위에서 또 ‘1등’의 불명예를 안은 가운데, 그 중심에는 얼마 전 단행한 물적분할이 '독'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2014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하 대기업 집단) 계열회사 간 상품 · 용역 거래 현황(이하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집단은 ‘SK’(26.01%), ‘포스코(21.84%)’, ‘현대자동차(21.64%)’, ‘CJ(15.27%)’, ‘한솔(15.19%)’ 순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내부거래 금액이 큰 대기업 집단은 ‘SK’(40.5조원), ‘현대자동차’(35.2조원), ‘삼성’(26.7조원), ‘LG’(16.4조 원), ‘포스코’(15.6조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위 5개 집단 내부거래 금액 합계는 134.5조 원으로 전체집단(47개) 내부거래 금액(181.5조 원)의 74.0%를 차지했다.

반면 ‘부영’(11.42%), ‘KCC’(5.10%), ‘한국타이어’(4.70%) 순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많이 감소하였고, 금액은 ‘삼성’(1.42조원), ‘현대중공업’(1.04조원), ‘GS’(0.62조원) 순으로 크게 줄었다.

이에 반해 ‘SK’(3.49%), ‘KT’(1.76%), ‘포스코’(1.26%) 순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오히려 증가했고, 금액은 ‘SK’(5.29조원), ‘LG’(1.16조원), ‘KT’(0.50조원) 순으로 많이 증가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많이 감소한 집단은 ‘삼성’(6.34%), ‘한진’(2.26%), ‘GS’(1.11%)인 반면에 ‘SK’(10.58%), ‘현대중공업’(3.99%), ‘현대자동차’(1.78%)는 대폭 증가했다.

특히 SK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 부분과 내부거래 금액 부분 등에서도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여기에는 SK에너지가 지난해 7월 SK인천석유화학 등으로 인적분할하면서 내부거래 물량이 5.9조원 늘어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앞서 SK는 지난 6월 재벌닷컴이 발표한 내부거래 분석에서도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수의계약 비중 규모가 18.5% 증가해 이 기간 24.5% 늘어난 포스코에 이어 10대기업 중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그 비중도 2012년 93.9%에서 이듬해 96.7%로 2.8% 증가했다.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49개 그룹 1392개 계열사의 전년도 내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SK가 내부거래 규모만 35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012년 8월 공정위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현황’에서도 SK는 배부거래 비중이 22.09%로, 1위였던 STX(27.64%)에 이어 2위였고, 금액에 있어서는 34.2%로 최고였다.

이에 지난해 3월 SK그룹이 내부거래를 줄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계열사 간 거래량 축소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이 SK C&C와의 내부거래 규모를 각각 10% 이상 축소하기로 했던 것. 이를 위해 SK는 그룹 이미지 광고 작업을 파격적으로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에 맡기는 등 SI 물량을 줄이고, SK이노베이션은 가급적 내부거래를 통하 실적보다는 해외진출을 통한 실적 제고를 지향한다는 취지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해 연말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과의 거래액은 각각 10%에서 14% 가량 줄었다.

이렇게 SK가 자발적으로 내부거래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데에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대주주 일가 지분이 30%가 넘는 상장사의 일감몰아주기 등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법을(2014년 2월 시행)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SK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내부거래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SK 측은 지난 2011년 별도 자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의 물적분할이 주요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 같은 해명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SK가 말하는 것은 지난 2011년 무한경쟁의 글로벌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등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물적분할해 설립한 SK이노베이션(2011년 1월)과 SK에너지(2013년 7월) 등을 말한다.

하지만 물적분할이 SK 내부거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현재까지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SK가 물적분할 된 2011년뿐 아니라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내부거래 비중이 두 자리 수 증가세(10.5%)를 유지하고 있다는데 있다. 물적분할 이전인 지난 2010년의 15.55%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타 대기업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중 ‘오너일가→SK C&C→SK→SK텔레콤’ 형태를 띠고 SK그룹 지배구조에서 SK의 ‘제2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 최태원 회장이 33.1%로 최대주주인 그룹 내 시스템통합(SI) 회사 SK C&C의 내부거래 비중이 40%를 넘고 있다는 사실도 SK가 풀어야 할 숙제다.

SK그룹 관계자는 22일 “(2011년) 물적분할이 주요인이다”며 “이전에는 한 회사에서 이뤄지는 거래였지만 이것이 물적분할 이후 내부거래로 잡히면서 물량이나 금액이 늘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회사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석유 사업 등에서 수직계열화를 추구하면서 물적분할의 장단점 중 ‘단점’인 내부거래의 증가는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전언이다. 따라서 SK는 SK C&C 등의 핵심 계열사 간 내부거래 축소 문제는 앞으로도 그룹의 주요 사안이 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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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