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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대부(?) 롯데와 삼성, 속 사정은 ‘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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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대부(?) 롯데와 삼성, 속 사정은 ‘딴판’

삼성과 롯데가 최근 공정위가 발표한 순환출자 현황에서 수위를 차지했지만 그 내용은 큰 차이를 보였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지정된 6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계열사(1675개)간 순환출자 현황(7월24일 기준)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가 417개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삼성이 14개, 현대·한솔 각 9개, 한진 8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의 경우 순환출자 계열사가 총 417개로 63개 집단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삼성그룹 14개로 2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현대그룹·한솔그룹 9개, 한진그룹 8개 등의 순이다.

출자비율이 1% 이상인 순환출자 고리는 총 350개였으며, 이 중 롯데가 299개, 삼성이 14개, 한솔 7개, 현대와 영풍이 각각 6개 등으로 집계됐다.

결론적으로 대기업들의 순환출자 고리수가 이전 9만 7658개였으나 최근 신규순환출자 금지제도 시행을 앞두고 483개, 99.5%가 축소된 가운데, 대부분이 롯데그룹으로 나타난 것이다.

비록 삼성과 롯데가 정부가 규제에 나선 순환출자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했지만 그 질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 셈이다.

삼성의 경우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1년 가까이 사업구조 재편 등을 통한 순환출자 구조 개선 노력을 꾸준히 펼쳐왔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해 12월 계열사인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 2.5%를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에 매각해 순환출자구조 6개를 끊어낸데 이어 같은 달 삼성전기가 3.8%의 삼성카드 지분을 역시 삼성생명에 팔면서 이 과정을 통해서도 6개를 정리했다.
또 삼성카드가 제일모직의 4.7% 지분을 삼성전자에 넘기면서 총 10개를 해소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지난해 12월에만 총 26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이 뿐 아니라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4.7%를 삼성화재에 팔면서 9개를 정리했고, 지난달에는 삼성SDI가 구 제일모직을 흡수 합병해 총 10개를 해소했다.

이처럼 삼성은 최근 1년간의 계열사 흡수합병 및 지분 거래 등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한 것은 물론 ‘뜨거운 감자’였던 순환출자 고리도 끊어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이러한 삼성의 사업구조 재편을 일부에서는 장남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오너일가 3남매의 경영권 승계와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승계와 관련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삼성전자홀딩스-사업자회사 체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삼성생명(7.56%)과 삼성화재(1.26%)의 '삼성전자홀딩스' 보유 지분이 문제가 된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금융회사의 동일계열 비 금융회사 지분 취득 제한 규정(5% 이내)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공정위에서도 막고 있는 순환출자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삼성에버랜드(이건희 회장)가 삼성생명 보유지분 40.1% 가량을 지주사 '삼성전자홀딩스(가정)'에 현물 출자하는 대신 '삼성전자홀딩스'의 신주 8%를 받는 방법도 제기됐다. 이 역시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업 등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에 걸린다.

따라서 삼성은 최근 계열사 간 지분 거래를 통해 사업구조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제고하고 ‘출자형태로 그룹 계열사들끼리 이익을 늘린다’는 순환출자를 끊는 동시에 삼성생명이 금융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그 단초는 금융 계열사인 삼성카드가 제조업 계열사인 제일모직의 4.7% 지분을 삼성전자에 넘기면서 총 10개를 해소하는 등의 지분 정리였다.

특히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경영승계 등과 연결되는 것은 물론 순환출자 구조 해소 포석도 깔려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현재까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구조로 다소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를 다시 순환출자구조로 넓혀보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에버랜드 지분 19.3%)→삼성전자(삼성생명 지분 13.5%)→삼성SDI(삼성생명 지분 13.5%)→삼성에버랜드(삼성SDI8%)의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위는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기업 리스크 관리에 이점이 있다는 점 때문에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현물출자에 대해 과세하는 한편 지주사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삼성 역시 이러한 흐름에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삼성의 계열사 간 지분거래와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역설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 14개의 순화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는 삼성이지만 앞으로 예정돼 있는 삼성에버랜드 상장 이후 금융사와 제조사 간 순환출자 해소 작업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따라서 삼성은 향후 계열사 간 지분(주식) 맞교환 등을 통해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나설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이에 반해 롯데그룹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갈 길’이 멀다. 그 수도 417개로 ‘2위’를 한 삼성의 14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다.

이에 롯데그룹은 이미 지난달 25일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회사 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 상황에서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지배구조 하에서 51개 계열사들 간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끊는 작업에 들어갔다.

롯데는 지난달 22일 롯데닷컴, 롯데푸드 등이 갖고 있던 롯데건설 지분 4.0%을 호텔롯데에 매각했다.

또한 대홍기획과 롯데리아는 롯데알미늄 지분 5.1%를 롯데케미칼에 팔았고, 롯데상사는 롯데리아 0.9% 지분을 음료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에 넘겼다.

여기에 롯데쇼핑은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건설 등의 계열사가 가지고 있던 롯데상사 지분 12.7%를 사들였다.

그런가 하면 편의점 업체 바이더웨이는 롯데호텔 지분 0.6%를 부산롯데호텔에, 롯데카드는 1.5%의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롯데제과에 정리했다. 목적은 단 하나 순환출자 구조 해소다. 좀더 깊이 들어가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의 규정을 어길 경우 위반 행위로 얻은 주식 취득가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낼 수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차원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총수 일가 지분 30%를 넘어서는 기업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의 내부거래 제한 규정이다.

규제 범위인 ‘30% 제한’에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신동빈 회장은 롯데정보통신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도 관리 시점이 된 것.

이에 롯데는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해 최근 계열사 간 지분 맞교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간 등의 한계에 따라 417개가 남아 있는 상태다. 아직 롯데나 신동빈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순화출자 해소 숙제’가 많다는 얘기다.

롯데그룹 측은 28일 “우리는 지난 1년여 동안 순환출자 고리를 약 9만4000개 정도 끊은 상태”라면서 “앞으로도 순환출자 구조 개선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방법으로 계열사 간 지분 맞교환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다만 ‘지주사 전환 계획’을 물은 기자에게 “우리는 제조사는 물론 금융사도 갖고 있어 지주사 문제는 다소 복잡한 상황”이라면서 “당장은 지주사 전환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박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