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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보도]‘순환출자해소’ 모범생 SK와 LG... 그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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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보도]‘순환출자해소’ 모범생 SK와 LG... 그 내막

SK와 LG가 재계 ‘빅5’ 중 ‘순환출자 해소’ 모범생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지정된 6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계열사(1675개)간 순환출자 현황(7월24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현재 순환출자를 보유한 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차, 롯데, 현대, 현대중공업, 한진, 동부, 대림, 현대백화점, 영풍, 한라, 현대산업개발, 동양, 한솔 등 14개였다고 발표했다.
이 중 10대그룹에서 GS 등 일부를 빼놓고 재계 1~2위인 삼성과 현대차, 5위 롯데, 7위 현대중공업, 9위 한진 등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이는 우리나라 재벌구조의 특징인 순환출자에 의한 자본 확대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통한 계열사 늘리기 등의 과거 기업구조가 오늘날에도 쉽게 바뀌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계열사를 수십여개나 보유한 대재벌인 재계 서열 3위 SK와 4위 LG가 순환출자 현황 순위에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실은 ‘글로벌 기업’이라는 삼성도 최근 계열사 간 주식 맞교환 등을 통해 순화출자를 해소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아직까지 14개나 끊지 못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다소 의아하기까지 하다.

그 이유는 다소 복잡하다.

지난 1999년 LIG그룹이 계열분리하고 2005년 LG그룹 소속 4개 계열사가 ‘GS’라는 이름으로 계열 분리한 시점 사이에서 사실상 순환출자 고리가 깨어지는 단초가 마련됐다.

그 신호탄은 지난 2001년 4월 LG화학을 존속법인인 (주)LG CI와 LG생활건강, LG화학으로 분할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LG는 (주)LG CI의 일부 사업을 떼어내 LG생명과학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핵심 전자 계열사인 LG전자도 지난 2003년 3월 각각 (주)LG EI와 LG전자로 나눴다. 그 정점은 이 해 LGEI를 LGCI에 합병한 후 이를 다시 ㈜LG라는 그룹 지주회사로 탈바꿈시키면서 순환출자 해소의 ‘마침표’를 끊은 시점이다.
특히 이때 LG그룹의 주력사인 LG전자와 LG화학이 자사주를 대거 사들여 자사주 비중 확대 작업도 병행하면서 순환출자 고리 해소의 기반을 마련했다. 순환출자 해소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주 사용하는 계열사 간 지분(주식) 맞교환 방식을 SK도 사용한 것.

결국 LG는 기존까지 LG화학-LG전자-LG캐피탈-LG화학'으로 얽힌 순환출자구조를 ㈜LG→LG화학과→LG전자→LG유플러스로 단순화했다. 이를 통해 LG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은 것은 물론 오너일가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완화하고 지배력은 한층 강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특히 SK의 순환출자 해소의 단초가 된 사건은 지난 2004년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 사태이다.

소버린은 지난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되자, 분식회계를 저지른 최 회장이 경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퇴진 압박용으로 SK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한 주식매입 작업을 했다. 이때 소버린은 SK 주식 14.99%를 사들인 뒤 부실계열사(SK글로벌) 지원 등을 반대하며 SK 경영진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SK는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을 본격화한다. 그 시점은 2007년 7월1일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SK의 지배구조는 SK㈜→SK에너지→SK텔레콤의 큰 줄기에 SK네트웍스, SKC, SK해운 등의 7개 회사와 SK가스와 SK건설을 자회사로 두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 당시까지만 해도 SK는 겉으로는 지주사 체제 모양새를 갖추긴 했지만, 완벽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구조의 취약성을 띠었다.

때문에 SK는 SK C&C의 상장을 통해 일거에 해소하려 했다. 또한 이때까지 풀지 못한 SK증권-SK네트웍스(SK증권 지분 22.4%)―SKC(SK증권 지분7.73%)의 순환출자 고리도 끊지 못한 상태였다.

SK증권은 지난 2012년에서야 가지고 있던 SK네트웍스 지분 22.7%를 각각 SK C&C에 10%, SK증권 우리사주조합에 7.7% SK신텍에 5%를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결국 SK그룹 지배구조는 현재 지주회사인 SK가 핵심인 SK텔레콤(지분 25.2%), SK네트웍스(39.1%), SK건설 (44.5%), SK이노베이션(33.0%) 등을 보유하는 형태로 단순화됐다. 또한 SK는 지분 25.2%를 보유한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22.1%, SK브로드밴드 50.6%, SK플래닛 100% 지분 보유를 통해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최태원 회장 등의 오너일가→SK C&C→SK→SK텔레콤 등 각 계열사' 형태다. 지주회사(SK) 위의 지주회사(SK C&C) 구조다. 이러한 SK C&C지분 중 최 회장이 지분율 33.1%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결과 SK는 LG, 두산 등과 함께 현재 공정위도 인정하는 순환출자 해소 ‘모범생’으로 거듭났다.

/박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