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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포스코 권오준회장의 실험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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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포스코 권오준회장의 실험은 어디까지

요즘 포스코가 달라졌어요~ 포스코가 지난 2000년 민영화가 완료된 이후 최근 권오준(사진) 회장 취임과 함께 전례 없는 특별보상제도 신설 등 ‘최대 변화’를 겪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혁신 포스코 특별보상제도’를 새로 만들었다. 이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7월 열린 ‘상반기 혁신 포스코 프로젝트 점검 회의’에서 밝힌 성과 보상 계획에 기인한다.
사실 성과급이라는 말은 일반 대기업에게는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지만 이번 포스코의 성과보상제도는 다소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초과 실현이익 10억원 이상인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초과 실현이익의 5∼15%를 직원들에게 보상하겠다는 것. 포스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러한 포스코 권오준 회장의 실험은 지난 3월 그의 비전 발표에서 쉽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권 회장은 당시 ‘POSCO the Great’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이를 위해 ‘혁신 POSCO 1.0’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경영에 ‘혁신 드라이브’를 건다. 그 목적은 최근 포스코의 실적 및 수익성 악화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이다. 이를 위해 그는 먼저 ‘내치’에 공을 들였다.

그 일환으로 포스코는 기존 기획재무, 기술, 성장투자, 경영지원 등 6개 부문을 철강사업, 철강생산, 재무투자, 경영 인프라 등 4개 본부체제로 바꿨다. 이전 성장 중심의 구조에서 재무 분야가 강화된 직제로 재편한 것이다. 이때 포스코는 포스코건설에 ‘재무통’인 황태현 前 포스코건설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앉히기도 했다.

또한 권 회장은 실무형 인사를 등용하고 임원을 기존의 50% 줄이기도 했다. 이전까지 ‘기술통’으로 알려진 권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권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 역시 내부 혁신 없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포스코는 여느 대기업에도 보기 드문 윤리규범을 선포했다. 그 내용인 즉은, 협력업체와 고객사 등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경조금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직원 간 경조금도 5만원 이상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권 회장은 이후 포스코엠텍 도시광산 사업부문 등 비핵심 사업부문 정리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사업구조 재편 일환이다.

그렇다고 권 회장이 정리만 한 것은 아니다. 동양파워를 인수해 내실을 다지기도 한 것.

특히 포스코는 지난 8일 정기이사회에서 중간지주회사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가지고 있는 스테인리스 가공회사 포스코AST의 지분 100%와 무방향성 전기강판 가공회사 포스코TMC의 지분 34.2%를 포스코P&S에 현물 출자하기로 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이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는 최근 부쩍 늘어난 타 기업(업종)과의 ‘짝짓기’가 주목을 끌었다. 주 거래처인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과 연구개발이나 솔루션마케팅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최근 포스코특수강 매각을 위해 세아그룹과 손잡은 것은 과거 모습과는 다소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포스코가 민영화되기 이전까지 철강이라는 국가 기간사업의 역군으로 국영기업 이미지가 강하고 업계 내에서 ‘독보적 시장점유율’로 경쟁자가 없었다.

실제로 포스코는 민영화 직전 시기인 1998년부터 2001년 사이 철강산업 호황을 바탕으로 ‘세계 1위 철강사’로 남부러울 게 없을 정도였다. 때문에 당시 업계 내에서 포스코가 경영과 기업 문화에서 보수적이라는 평이 대체적이었다. 이는 결국 IMF와 후발 중국 철강업체들의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 포스코가 지난 14일 세아그룹과 특수강분야 계열사 M&A를 추진하는 등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MOU를 체결한 것. 양 그룹은 포스코특수강과 세아베스틸의 M&A를 추진하고, 국내 특수강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협력활동을 전개키로 했다.

더 나아가 포스코는 세아그룹과 특수강 산업 내 중소철강사와 동반성장활동을 강화해 업계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고, 업계 구조조정과정에서 고용불안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양사가 사업 분야가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세아그룹은 포스코의 동종 업계 경쟁인 만큼 이번 ‘연대’는 파격적일 정도다.

이를 두고 업계 일부에서는 최근 덩치를 불린 현대제철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체적이었다. 이는 현대제철이라는 경쟁자를 의식한 것 아니겠냐는 것. 현대제철은 작년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강판 사업부문을 합병하면서 매출액 규모 20조원대의 글로벌 일관제철소로 덩치를 키웠다. 이 결과 현대제철은 연매출 35조원 규모의 ‘업계 1위’ 포스코와 실질적인 경쟁궤도에 오르게 됐다.

특히 현대제철이 철강제품의 주 거래처이자 매출원인 현대기아차를 배경으로 두고 있는 것은 물론 당진제철소에 특수강 공장을 설립해 오는 2016년 본격적인 생산체제에 들어가데 돼 포스코도 신경이 쓰였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포스코 계열사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7월 말, 경쟁관계에 있는 GS파워와 ‘미활용에너지 이용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처럼 포스코는 민영화된 지 15년 만에 ‘최대 격변기’를 맞으면서 재도약을 위해 몸을 낮춰 타 기업과의 연대도 마다않는 포스코의 현재의 모습은 격세지감 그 자체다. 이는 최근 달라진 시장 판도 변화 등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포스코와 권오준 회장의 ‘혁신’과 실험이 향후 ‘제2의 영일만의 기적’으로 재연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