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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요즘 독해진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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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요즘 독해진 ‘진짜’ 이유?

“전 임원들이 끝장을 보겠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 구자열(사진) LS그룹 회장이 최근 ‘독한 경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자열 회장의 ‘독한 경영’은 지난달 말 LS미래원에서 구자엽 LS전선 회장, 이광우 (주)LS 사장 등 회장단과 주요 계열사 사장단에게 “최고 경영자들부터 위기의식을 갖고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의지로 경영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한 것에서 구체화됐다. 이를 두고 재계 일부에서는 ‘구 회장이 최근 독해졌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하지만 구 회장이 최근 뜬금없이 독해진 게 아니다. 이에 앞서 구 회장은 지난 2월 신임임원 12명과 함께 한 자리에서 평사원과 임원의 차이를 설명하며 “최고의 실력과 분명한 컬러를 겸비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과 이번 ‘독한 경영’ 주문은 일맥 상통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구 회장은 3월 임원 세미나에서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임원들이 세상의 변화를 잘 읽고, 다가올 미래의 기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구 회장의 경영철학을 임원들에게 설파한 과정은 ‘기-승-전-결’ 구조를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결’에 해당하는 주문이 ‘독한 경영’으로 귀결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구 회장이 임원들에게만 ‘독한 경영’을 주문한 게 아니다. 자신이 직접 해외 시장에서 발로 뛰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중순 구 회장은 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경제인사절단에 포함돼 우즈베키스탄 자동차사업과 관련 약 1조원대 사업협력을 따내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4월에는 LS엠트론 브라질 법인 등을 찾아 현지 시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이렇게 구 회장이 독해진 이유는 지난해 원전케이블 납품 문제와 무관치 않다. 이 일로 그는 '알짜‘ 계열사인 JS전선의 사업을 전격적으로 정리하겠다고 선언하는 한편 1000억원 출연은 물론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전년보다 2배로 늘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LS 오너 가족들이 각자 출연해 지분을 사들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련 속에서 구 회장은 ‘책임경영’을 누구보다 깊게 새겼다.

최근 그가 임원들에게 주문한 환골탈태 내지 분골쇄신 성격의 ‘독한 경영’도 그의 경영철학의 핵심인 ‘책임경영’의 변형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책임경영 의지는 지난 3월 임원들에게 과감히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물론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리더십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것에서도 이어졌다.
구 회장의 ‘책임경영’ 즉 ‘독한 경영’이 나온 배경은 그룹의 전통과 연결된다.

사실 LS그룹은 ‘사촌 경영’으로 유명하다. 그러한 태생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LS그룹은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을 명확히 나눠 ‘책임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오너 일가는 3월말 그룹과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는 대신 구 회장들과 일부 오너일가, 공동 대표로 있던 전문경영인들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구 회장은 LG그룹에서 분가한 3형제 중 한 사람인 구평회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해 1월 사촌인 구태회 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전 회장으로부터 ‘경영바통’을 물려받았다. 당시 재계에서는 드물게 큰 잡음 없이 ‘사촌경영’을 달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 구두회 명예회장의 외아들 구자은 LS전선 사장과 둘째 동생인 구자용 LS네트웍스 및 E1 회장, 셋째 동생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등과 함께 역할 분담을 통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구 회장과 LS그룹은 ‘책임경영’을 토대로 ‘사촌경영’의 그룹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토대로 LS그룹은 재계 순위 15위권의 반열에 오른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재계 한 인사는 “구 회장이 회장에 취임하고 나서 여러 일을 겪으면서 경영능력 역시도 제고한 측면이 있다”며 “LS 계열사들의 주요 사업 특성상 환율 문제 등이 당면과제로 부상한 것은 단순한 위기를 넘어 구 회장의 리더십이 진가를 발휘할 절호의 기회”라고 전망했다.

/박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