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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중국 북차(北車) 및 남차(南車)그룹이 합병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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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중국 북차(北車) 및 남차(南車)그룹이 합병한 까닭은?

전 세계 궤도교통설비 시장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점하는 중국 북차그룹(CNR)과 중국 남차그룹(CSR)이 지난 10월 27일 합병을 공시하고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 정지 배경에는 양대 그룹의 합병과 관련된 1차 초안이 정부 주무부처인 ‘국가자산감독관리위원회’에 보고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중앙 국유기업인 이들 두 그룹이 가칭 ‘중국철도교통차량그룹’으로 합병된 후에는, 연 매출 300억 달러(한화 약 33조4500억원) 이상의 초대형 철도차량 제조업체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에 두 그룹의 매출 합계가 인민폐 1951억 위안(약 35조3521억원)이었으니 말이다. 이 액수는 동종 업체인 일본의 ‘히다치(日立)제작소’나 가와사키(川崎)중공업이 철도 부문에서 올린 매출의 20배 이상이다.

앞으로 새로 태어날 업체는 철도 부문 세계 3~5위인 캐나다의 봄바르디어, 프랑스의 알스톰, 독일의 지멘스 등 구미의 ‘철도 3거두’를 압도하는 공룡 제조업체로서 해외 진출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 중국의 양대 고속철 합병의 내막


이번 합병작업은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두 기업의 해외 진출 경쟁력을 높이고 저가 가격 경쟁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리커창 총리가 이른바 ‘고속철 세일즈 외교’를 펼친 데 힘입어, 올해 1~9월까지 CNR과 CSR 등 중국 고속철 관련 기업이 해외에서 따낸 수주액은 1300억 위안(약 23조5560억원)에 달한다.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중국 고속철이 거침없이 진출하고 있다.

이런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무원이 CNR과 CSR의 합병을 요구한 가장 큰 이유는 두 업체가 덩치도 비슷한데다 수출 품목도 겹쳐서 수주과정에서 출혈 경쟁으로 제살 깎아먹기 식 입찰에 나선다는 데 있었다.

▲베이징-상하이간최대시속394.3㎞로달리는CRH3고속철.CRH는ChinaRailwayHigh-speed의약자다.
▲베이징-상하이간최대시속394.3㎞로달리는CRH3고속철.CRH는ChinaRailwayHigh-speed의약자다.
2013년엔 아르헨티나 고속철 구매 입찰과정에서 CNR은 원래 대당 230만 달러에 제시하려 했으나 CSR이 거의 절반 가까이 낮춘 대당 127만 달러를 부르자 CNR이 또다시 1만 달러를 낮춘 대당 126만 달러를 제시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경위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고 마지막에는 CNR이 CSR을 고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둘째는 캐나다의 봄바르디어, 프랑스의 알스톰과 같이 한 회사가 한 나라를 대표해 해외 고속철 수주 경쟁에 나서야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논리가 힘을 받은 것이다.

◇‘중국철도교통차량그룹’으로 합병 후 사업 전망


합병의 유력한 안은 중국 남차그룹이 증자를 통해 북차그룹의 자산·부채·종업원 전부를 인수하는 안이 유력하다. 합병으로 북차그룹은 상장 폐지되지만, 고속철과 관련된 핵심기술이 남차그룹으로 이전됨에 따라 독자 초고속열차나 부품 수출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지난 11월 베이징 APEC북경회의에서 발표된,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의해 유럽과 중국을 연결하는 실로로드 경제벨트(一帶)와 아랍과 중국을 연결하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一路)사업이 내년부터 본격 추진된다.

이를 위해 중국이 단독 출자한 실크로드 기금(11월 8일, 400억 달러), 아세안 지원 차관(11월 13일, 200억 달러) 등이 실크로드 주변 국가나 아세안의 철도 등 인프라 정비에 사용될 예정이어서, 새로 탄생할 ‘중국 철도교통차량그룹’은 고속철도 차량과 기관차·지하철 차량을 수출하는 세계 최대 회사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이코노믹 윤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