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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한·중 의견대립으로 디지털제품 관세 철폐 합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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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한·중 의견대립으로 디지털제품 관세 철폐 합의 실패

디지털 제품의 관세 철폐를 추진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 협상회의가 게임기와 비디오카메라 등 약 200개 품목을 관세 철폐의 대상에 추가하려고 했지만 합의는 내년 이후로 이월됐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난 4일부터 시작한 회의는 예정된 협상 일정을 3일간 연장까지 했지만, 한국 등이 경쟁력 있는 품목을 대상에 추가할 것을 주장하고, 이에 자국 산업보호를 우선시하는 중국 등이 반대하는 바람에 합의 도출에 실패한 것이다.
WTO의 호베르토 아제베도 사무총장은 협상회의 종료 후 "각국이 골을 매우기 위해 활발하고 건설적인 협상을 계속하도록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협상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55개국과 기구가 참가했다.

▲디지털제품에대한관세철폐회의에서논란의대상이된액정패널
▲디지털제품에대한관세철폐회의에서논란의대상이된액정패널
합의하지 못한 주된 요인은, 대상 품목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대립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은 주력인 액정 패널 등을 대상에 추가할 것을 주장하고, 자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중국은 반발했다. 중국과 한국은 지난달 자유무역협정(FTA)에 실질적 합의를 했지만, "액정 패널의 관세 철폐는 10년 후이기 때문에, 최장 7년의 ITA에 넣고 싶은 한국과 넣고 싶지 않은 중국이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협상 관계자)고 한다.

협의하고 있던 약 200개 품목의 일본의 연간 수출액은 약 9조 엔(약 83조6100만원)에 이른다.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는 합의 도출에 실패한 이번 협상회의 결과에 대해 낙담하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새로 관세 철폐의 대상이 될 예정이었던 디지털카메라 등은 일본기업의 경쟁력이 높고, 미래의 성장 전망도 밝은 분야다. 전 세계의 거래액 1조 달러(약 1102조원)의 IT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가 실현되면, 수출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일본 제조업체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디지털 가전제품의 생산은 대부분이 해외로 이전해 버렸기 때문에 종전에 비해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없지 않다.
 
1997년에 발효된 ITA는 78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이미 휴대폰이나 컴퓨터(PC) 등 144개 품목의 디지털 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됐다. IT기술의 진보에 따라 ITA의 대상품목을 확대하기 위한 협상회의가 2012년부터 시작됐지만, 중국이 대상품목이 너무 많다고 하여 신중한 자세를 보여 작년 11월부터 회의가 중단됐다. 지난달 미‧중 정상 회담에서 디지털 제품 약 200개 품목의 관세 철폐에 합의함으로써, 약 1년 만에 협상회의가 겨우 재개된 것이다. ITA의 개정작업은 미‧중 합의에 따른 형태로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는데, 의외의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빠르면 내년 1월에 협상회의가 재개될 수도 있지만, 합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의견 대립이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글로벌이코노믹 장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