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회장이 포스코 회장에 임명됐을 때 금속공학자 출신으로 연구개발(R&D)에 치우쳐 경영일선을 책임져 본 적이 없다는 점을 단점으로 내세우며 그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적인 철강업계 불황과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어려움을 겪는 포스코의 구원투수로서 과감하게 사업 구조조정에 착수해 급한 불을 끄는 데 성공했다.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라는 슬로건 아래 포스코를 리빌딩 해온 권오준 회장은 "사업 구조조정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지만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 단기간에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작업에서 너무 급하게 성과를 얻으려 하면 후유증이 따르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권 회장의 노력 덕분에 포스코는 점차 '예전의 포스코'를 되찾아 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1·2분기보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면에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져 세계 철강시장에서 재확인받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삼성전자 등과 '지속가능경영'으로 글로벌 기업에 선정됐다. 포스코는 이번에 100위 안에 든 4개의 기업 중 처음으로 100위 안에 진입한 동시에 이들 중 가장 높은 순위인 36위를 차지했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해 포드 등 글로벌 고객사들을 상대로 솔루션 마케팅에 나섰다. 그 기반에는 역시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기술력'이 깔려있다.
권 회장은 '책임경영' 의지도 확실히 다졌다. 이를 위해 최근 포스코 주식을 매입해 눈길을 끌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권 회장은 지난 8일 300주, 12일 70주포스코 주식을 장내에서 매입했다. 이로써 권 회장은 총 1620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됐다. 새해 초부터 권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한 배경은 CEO가 책임지고 기업 수익성 향상에 매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권오준 회장은 올해 첫 해외순방지로 인도를 다녀왔다. 인도의 자동차 산업과 인프라 구축으로 철강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지난해 6월부터 시험가동 중인 인도 냉연공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취임 2년 차에 접어든 권오준 회장은 이번 주 취임 후 첫 인사를 앞두고 있다. 내부 구성원과 소통이 많지 않았던 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취임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그는 기술전문가로서 과거의 포스코와 차별되는 신선한 개혁바람을 일으키며 포스코에 부활의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그의 구상이 반영된 첫 인사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