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한 러시아 경제위기의 본질은 루블화의 연이은 폭락과 이로 인한 루블화 매각러시이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이 기초적인 경제학의 상식인데도 러시아는 그 반대로 한국시간 1월31일 전격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7%에서 15%로 2%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이에 대해 “한 달 전의 금리인상과 이번의 금리인하는 서로 정반대의 정책”이라고 지적하면서 “경제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서로 어긋나는 방향의 금융정책을 펴는 것은 유례가 드문 일로 그 효과가 지극히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 스스로 지난해 12월의 인상정책과 이번의 인하정책가운데 둘 중 하나가 틀렸다는 사실을 천명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식의 상충되는 방향의 정책을 계속 펴면 러시아 경제가 완전히 침몰할 수 있다는 것.
이번 금리인하조치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루블화의 폭락이다. 러시아의 대폭적인 금리인상조치이후 잠시 안정세를 보였던 루블화 가치가 또다시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금리인하 조치 이후 루블화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브누아 앤 소시에테제너럴 이머징마켓 전략 대표는 이번 금리인하조치와 관련,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 관리를 사실상 포기한 듯하다”며 “루블화 안정을 위해 노력해오다 갑작스럽게 후퇴하는 행보를 보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이번에 금리를 인하한 것은 2014년 12월의 금리인상 이후 기업들의 금리부담가중으로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즉 루블화 안정보다는 실물경기 활성화가 더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이번 금리인하조치로 루블화가 폭락하면 외국으로부터의 자금조달 길이 막힌다. 이미 러시아에 들어와 있는 외자도 빠져나갈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GM을 비롯한 많은 외국기업들은 루블화 때문에 러시아의 현지생산을 아예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곧 러시아 실물경제의 파탄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동안 수많은 나라들이 외환위기에 빠져왔지만 자국 통화가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한 나라는 일찍이 없었다.
경제가 아무리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해도 한 달 만에 완전히 반대로 뒤집는 ‘오락가락’과 ‘갈팡질팡’의 갈지(之)자 행보로는 정책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루블화가 폭락하면 그 때는 또 금리를 올릴 것인가.
러시아의 경제위기 대처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대기자(경제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