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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칼럼] 유가하락시대 최대 '문제아' 베네수엘라의 몰락스토리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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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칼럼] 유가하락시대 최대 '문제아' 베네수엘라의 몰락스토리와 교훈

IMF, 지구상 최악의 경제로 베네수엘라를 지목...올 성장률 마이너스 7%

▲베네수엘라경제가유가하락으로무너지고있다.국제통화기금(IMF)은현상황에서경제상태가가장나쁜나라로베네수엘라를지목했다.베네수엘라호의선장격인마두로대통령./사진=뉴시스제휴
▲베네수엘라경제가유가하락으로무너지고있다.국제통화기금(IMF)은현상황에서경제상태가가장나쁜나라로베네수엘라를지목했다.베네수엘라호의선장격인마두로대통령./사진=뉴시스제휴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대기자] 국제유가 하락으로 많은 나라들이 이득을 보고있지만 그 반대로 손실을 입는 국가도 있다. 산유국들이 손해를 보는 대표적인 예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자는 단연 중남미의 거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이다.

베네수엘라의 실패스토리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미리 준비만 했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실패스토리는 오늘을 사는 지구촌 사람들에게 큰 교훈이 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또 인근 국가들에 악영향을 주어 중남미는 물론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지구촌의 큰 골칫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베네수엘라의 올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7%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지난해 10월 정례전망에서 베네수엘라의 2015년 경제성장률을 -1%로 발표한 바 있다. 3개월여 만에 베네수엘라의 경제성장를 전망을 -1%에서 -7%로 6%포인트나 전격 낮춘 것이다.

IMF는 지구상의 모든 국가 가운데 현 단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험악한 나라가 베네수엘라라고 단정했다. 성장률이 극도로 낮을 뿐만 아니라 하강속도는 1등이다. 인플레이션 율 역시 연간 60%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가 재정은 파탄 수순을 밟고 있다.

한마디로 거의 침몰 수준이다.

베네수엘라의 신용등급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경제의몰락.베네수엘라의경제성장률이갈수록떨어지고있다.2012년한때6%선에육박했던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마이너스로추락해있다./표=세계은행(IBRD)
▲베네수엘라경제의몰락.베네수엘라의경제성장률이갈수록떨어지고있다.2012년한때6%선에육박했던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마이너스로추락해있다./표=세계은행(IBRD)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베네수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CCC+'에서 'CCC'로 한 단계 더 내렸다. 베네수엘라가 투자적격에서 벗어난 지는 오래됐다. 'CCC'는 투자부적격 등급 중에서도 8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됐다. 앞으로 더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S&P는 이번에 또 등급을 내린 배경과 관련해 "베네수엘라의 경기침체가 도를 넘고 있으며 물가폭등과 외환보유고 부족도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고 밝혔다. S&P는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베네수엘라 정부의 시정노력은 잇달아 실패하고 있으며 이제는 조정할 여지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S&P에 앞서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1월에 이미 베네수엘라의 등급을 'Caa3'로 두 단계 하향조정한 바 있다. 피치 역시 지난해 12월 신용등급을 'CCC'로 세 단계나 낮췄다.

세계 3대 메이저 신용평가사들이 한결같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계주의보를 내린 셈이다. 베네수엘라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골칫덩이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모라토리움’이나 ‘디폴트’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무너지는 가장 큰 이유는 유가이다. 국제원유 가격이 2014년 6월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계속 떨어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나라가 바로 베네수엘라라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서 원유는 곧 ‘생명의 끈’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1,2위의 산유국이지만 오로지 석유하나에만 의존하는 단선적인 경제구조 때문에 국제 원유가 하락에 가장 취약한 직격탄의 피해를 맞고 있는 것이다.

수출의 90%, 정부 재정의 60% 그리고 국민총생산의 30%를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정부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일상적인 국가채무도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베네수엘라 한 나라에 그치지 않고 그 파장이 인근 중남미 전체로 확산될 개연성을 안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의 외교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근 10여 년 동안 주변 국가에 원유를 무상 또는 싼 가격으로 넘겼다.

원유를 우선 제공한 다음 그 대금은 아주 싼 금리로 수년 후에 받는 외상판매도 시행했다. 이른바 페트로카리베 (PETROCARIBE)와 알리바(ALBA)와 같은 국제연대를 만들어 이 기구에 속한 나라에는 큰 혜택을 주었던 것이다.

20여 개국에 달하는 중남미 국가들이 베네수엘라가 베푼 특혜의 그늘에서 살아왔다. 이들 나라에 대한 베네수엘라의 외상 매출채권 규모가 지난해 말 현재 215억 달러 수준이다.

최근 들어 베네수엘라는 그 특혜를 폐지하기 시작했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사정이 다급해지자 더이상 인근 국을 도와줄 여유를 잃게된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장기저리 지불 비율을 60%에서 50%로 축소했다. 나머지는 50%는 3개월 한도 현금으로 지불하라고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베네수엘라는 밀린 원유대금의 상환을 압박하고 나섰다. 조속히 갚으라는 것. 9억 달러의 외상을 안고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은 육류, 곡물 등 현물로 상환을 하려고 했으나 느닷없이 베네수엘라가 달러 현찰 지불을 요구하자 못 갚겠다며 버티고 있다. 두 나라 간에 외교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 바람에 주변 중남미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로 이런 고리로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는 중남미 전체의 고통으로까지 확산되어가고 있다. 베네수엘라 경제위기를 베네수엘라 한 나라만의 문제로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베네수엘라 사태가 그동안 베네수엘라의 원조를 받던 다른 중남미 국가로 파급되면 라틴 아메리카 경제 전체가 도미노 식으로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고가텅빈베네수엘라.베네수엘라의가장큰고민은정부재정이바닥났다는것.국제유가하락으로원유수입이줄면서그동안원유판매에의존해왔던정부재정이마비되고있는것이다.이바람에인근국가에대한원조도중단하기에이르렀다.베네수엘라의돌연한원조중단은중남미전체의연쇄불황으로이어지고있다./표=국제통화기금(IMF)
▲국고가텅빈베네수엘라.베네수엘라의가장큰고민은정부재정이바닥났다는것.국제유가하락으로원유수입이줄면서그동안원유판매에의존해왔던정부재정이마비되고있는것이다.이바람에인근국가에대한원조도중단하기에이르렀다.베네수엘라의돌연한원조중단은중남미전체의연쇄불황으로이어지고있다./표=국제통화기금(IMF)


베네수엘라에 진출해있거나 베네수엘라에 수출을 하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않은 타격이 우려된다.미국 펩시코, 델타항공, 아메리칸 에어라인, 독일 루프트한자 그리고 이탈리아 알리탈리아 등에 적지 않은 피해가 야기되고 있다. 펩시콜라를 생산, 판매하는 펩시코가 베네수엘라에서 손실은 최근 1년 동안에만 2억 달러에 달한다.

베네수엘라의 몰락으로 가장 큰 연쇄 피해를 입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아메리카대륙에서 안티미국 연대를 결성한다는 이유 등으로 그동안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빌려준 돈 가운데 상당액이 만기를 맞고 있으나 최근 베네수엘라의 자금사정 악화로 상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국은 겉으로 ‘통큰 지원’ 운운하며 ‘무제한 재융자’ 등을 약속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할 때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올리기 위한 노력은 등한히 한 채 산유국이라는 지위에 편승해 방만하게 처신해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국내소비용 석유에 대한 보조금이었다. 베네수엘라는 국내소비용 석유에 배럴당 87.94달러를 보조했다. 배럴당 100달러 시세의 원유를 8달러에 내외에 판매한 것이다. 그로 인한 국가재정의 손실이 연간 수백억 달러에 달했다. 국영석유회사인 PDVSA의 방만 경영도 문제였다. PDVSA는 계속 인원을 늘려 직원 수가 10만 명 선에 달한다. 1인당 생산성이 세계 최하위이다.

오리노코 벨트 유전개발 및 델타카리브연안의 가스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한 것도 베네수엘라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유가하락과 주가폭락으로 70%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이 와중에 인근 카리브 해와 중남미 국가들에 원조까지 하면서 경쟁력이 더욱 약화됐다.

여기에다 정치상황도 불안하여 베네수엘라의 경제를 더 흔드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이다. 암으로 사망한 전임 우고 차베스 대통령으로부터 후계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스스로의 정치기반보다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영향력과 조직에 의존하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베네수엘라 경제가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르지 않는 한 추락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가 살아나기 위한 최소한의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2년 수준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배럴당 100달러 선까지 올라야한다는 것. 40달러 선까지 떨어진 국제유가가 베네수엘라의 희망대로 다시 100달러 선 이상으로 올라 줄지는 의문이다.

사람이든 국가든 잘나갈 때 흥청망청하기보다는 어려워질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비하여 투자해야 한다는 교훈을 베네수엘라 사태는 잘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대기자 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