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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의 핵심, 결국 삼성물산 이었다"… 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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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의 핵심, 결국 삼성물산 이었다"… 한국투자증권

[글로벌이코노믹 김대성 기자] "우리는 과거 삼성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삼성물산이 피해주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국 핵심은 삼성물산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10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결의를 위한 삼성물산의 주주총회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한 데 대해 "6월 3일 지분 취득 이후 미리 준비가 된 것처럼 빠른 전개"라며 "원점으로 돌려보면 엘리엇의 행동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2~3월에 삼성물산 지분을 4.95% 취득해 준비했다"면서 "합병이 문제 소지가 있음을 미리준비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엘리엇의 노림수는 경영권 분쟁과 삼성전자를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폭풍 전야, 핵심은 삼성물산이었다"면서 삼성물산에 대해 비중확대를 권했다.

윤 연구원이 삼성물산에 대한 엘리엇의 전략을 분석한 내용을 소개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상법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어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삼성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오랜 기간 애널리스트들이 보유 자산가치로 삼성물산을 평가했지만, 주가는 이에 편승하지 못했기에 삼성에게도 반대 논리가 충분하다. 소송의 승리가 쉽지 않은 것을 아는 엘리엇은 실상 합병의 부당함을 주주들과 언론에 피력하며 우호세력을 모으고 있다.

엘리엇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발표 이후 6월 3일 하루에만 지분 2.17%를 매입했다. 이미 4.95%를 보유한 상태에서 5%를 넘을 시 냉각기간(Cooling-off period)으로 공시 이후 5일간(6월 11일까지) 추가 지분 매입이 불가능함을 알기에 당일 확보 가능한 최대한의 지분을 매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관련 법의 세부사항을 사전에 파악하지 않고는 결정이 불가능한 사안이다(엘리엇은 법무법인 넥서스를 선임한 상태다).

표면적으로 엘리엇의 경영 참가 목적은 부당한 합병 반대와 소액주주의 권리찾기이다. 그러나 합병비율 조정 요구는 경영 참가를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이며 소액주주 권리 회복을 이유로 적극적인 행동주의자의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무수익자산이였던 삼성전자 지분의 현물배당 및 매각 등 삼성그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제시하고 이를 거절할 경우 삼성이 주주를 도외시한다는 이유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삼성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삼성그룹 계열사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3.8%이다. 엘리엇은 6월 4일 기준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을 위협하기에는 부족한 지분으로 보인다. 그러나 6월 4일 지분 취득 신고 이후 외국인 지분율은 1.86% 높아졌다. 이들이 모두 엘리엇의 우호세력인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엘리엇은 6월 3일 보통주 2.17%(339만3148주)를 추가 취득했는데, 하루 동안의 거래로는 상당한 규모의 물량이다. 이 거래가 외국인 간의 장내 블록딜을 통해 성사되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론적으로 엘리엇의 반대 의사 표시 이후 해외 주요 투자자(자산운용사, 연기금 등)은 합병 반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다. 엘리엇의 전략이 삼성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만일 6월 11일 이후 엘리엇에 우호적인 지분이 추가로 나타난다면 삼성물산의 경영권 확보와 주주총회 통과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추정 기준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율은 33.97%, 기관투자자 20.7%(국민연금 9.98%), 개인 및 기타법인 25.9% 인데, 외국인 투자자의 결정을 예단하기 힘들다. 삼성물산의 지배구조 개편은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는 삼성전자의 수혜/피해 여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경영권은 곧 삼성전자 지배를 의미한다. 결국 삼성물산 지배여부에 따라 삼성그룹의 삼성전자의 지배력 유지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삼성물산 보유 삼성전자 지분 4.1% 제외 시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3.2%에 불과하다. 삼성물산의 상황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가격 여부와 상관없이 삼성물산 경영권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삼성은 삼성물산 지분 13.8%(1.4조원)으로 삼성전자 4.1%(8조원), 삼성SDS 17%(3.5조원)을 지배하고 있다. 삼성이 삼성물산 경영권 없이 해당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무려 8조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엘리엇은 삼성의 약점을 정확히 꼬집은 상황이다.

삼성에게 최악의 상황은 6월 11일 주주확정일 이후에 소수지분을 매입한 외국인이 엘리엇의 우호세력으로 드러나고 이후 엘리엇이 1%씩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상황일 것이다. 6월 11일 주주 확정일에 드러나겠지만 기존 주주가 엘리엇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도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이 실패할 시 재추진이 쉽지 않다. 삼성 입장에서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사안이다. 양사 합병 실패 시 이후 진행할 모든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시장은 합병 무산 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 급락을 우려한다. 그러나 합병 무산 시에도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추가 지분 매입으로 경영권 확보와 합병 비율 재산정 기대감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제일모직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삼성물산 흡수합병 후 기대되는 기업가치 개선 효과에 기반하기에 주가 프리미엄이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소송, 합병 반대를 위한 우호세력 결집 등 합병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엘리엇의 공세가 제일모직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물산 주주를 위한 양측의 유인정책과 공개매수 가능성 등을 고려 시 삼성물산을 의미 있게 바라볼 시점이다. 우리는 과거 삼성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삼성물산이 피해주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국 핵심은 삼성물산이었다.
김대성 기자 kimds@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