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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삼성물산 합병에 KCC 돌발 변수… 4가지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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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삼성물산 합병에 KCC 돌발 변수… 4가지 쟁점은?

[글로벌이코노믹 김대성 증권전문기자] 삼성물산 -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싸고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간의 주주가치 훼손 공방에 KCC가 뛰어들면서 사태가 점점 복잡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10일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5.76%를 KCC에 넘기기로 했다. 제일모직의 2대 주주 (10.18%)인 KCC가 '백기사'를 자처한 셈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앞둔 권리주주 확정일은 11일이다. 12~16일은 주주명부 폐쇄 기간이다. 11일까지 삼성물산 자사주가 KCC보유 지분으로 전환되면 자사주에는 없는 의결권이 되살아난다는 것이 삼성물산 측의 주장이다.

이 경우 삼성물산의 우호지분은 기존 13.99%에다 지난 8일 KCC가 매입한 0.2%, KCC에 처분한 자사주 5.76%를 더해 총 19.95%로 늘어난다.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엘리엇의 지분은 7.12%다. 엘리엇은 냉각기간 5거래일 규정에 따라 11일까지 지분 추가 취득이 제한된다.

외형적으로는 삼성물산 우호지분이 엘리엇보다 많아 유리해 보이지만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삼성물산 일부 소액 주주들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에 불만을 품고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연대를 선언하고 주권 위임 운동에 돌입한지 이틀 만에 67만주의 주식이 모아졌다.

국민연금공단은 10일 삼성물산 지분 1595만6368주(9.9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합병 의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분으로 삼성물산은 국민연금공단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국민연금 의안분석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은 삼성물산의 일반주주 지분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중인 자문사를 포함한 주요 기관투자자에게 발송하는 등 합병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CC가 뒤늦게 삼성물산의 백기사를 자처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과도 일대 격전을 치룰 수도 있다. 삼성물산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은 점차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빠져들고 있다.


■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KCC 돌발변수 4가지 쟁점은?


△KCC가 의결권을 가질수 있나? = 삼성물산은 자사주 처분가격 7만5000원과 처분예정금액 6742억원이 10일의 종가기준이며 11일 장외거래 방식으로 주식회사 케이씨씨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앞둔 권리주주 확정일은 11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통상 주권은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되어 있고 증권사를 통해 주권을 사고 팔때에는 2거래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11일중 어떠한 과정을 통해 주권을 양도하고 매각대금을 받게 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물산 사외이사들이 자사주 매각을 결정할 권한과 책임이 있나? = 삼성물산은 합병 성사를 위해 자사주 처분 결정을 사외이사들에게 맡겼고 이들의 합의에 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분 결정은 10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4명의 전원 합의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 삼성물산 이사회가 사외이사들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비롯해 증권가에서 문제시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전달했는지와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 삼성물산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들은 지난해와 올해 100%의 찬성표를 던졌고 단 한번도 반대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

자칫 사외이사들이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추후 도의적 책임과 함께 법적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사태 진행 향방에 따라서는 회사측과 사외이사들과의 마찰도 발생할 여지가 있다. 삼성물산 사외이사는 이종욱 국민행복기금 이사장, 이현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등이다.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은 합병가결 추진용? = 삼성물산은 자사주 매각목적에 회사 성장성 확보를 위한 합병가결 추진 및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명시해 놓고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올해 1분기 재무제표를 보면 삼성물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 7522억원 상당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 보다는 합병가결 추진을 위해 일사천리로 추진됐다는 지적됐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자사주 취득목적에 걸맞게 자사주의 매각이 이뤄져야 하는데 자사주 취득 목적에 대한 검증도 필요한 상황이다.

△KCC는 삼성물산 지분 매입 결정 과정이 정당하나? = KCC가 삼성물산 지분 5.76%를 현금으로 사들일 때 들어가는 자금은 6742억원 상당에 달한다. 이는 자기자본 6조2293억원의 10.82%에 해당한다.

KCC가 사들이는 삼성물산 주가는 7만5000원이며 언제라도 주가는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곧 주주들의 손해로 직결된다.

통상적으로 백기사를 자처하더라도 지분을 인수할 때에는 다시 되팔수 있는 풋백 옵션을 도입해 회사에 손실을 피하는 것이 증권가의 관행이다.

KCC 임원진이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풋백옵션을 넣지 않고 타회사 지분을 취득한 후에 손해를 입게 되면 자칫 선관주의 의무 소홀과 배임죄 등의 법적소송이 야기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측에서는 풋백 옵션 조항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이제는 KCC 측은 삼성물산 주식매입에 대한 KCC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줘야 한다는 부담감마저 갖게 됐다.

김대성 기자(애널리스트겸 펀드매니저) kim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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