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채권단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자신들만의 입장을 고집하면서 디폴트와 그렉시트로 치닫고 있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전 세계는 일대 혼란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로부터 돈을 제때 상환 받지 못하는 정부나 기업들은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는 또 2차, 3차의 연쇄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부족한 자금을 구하려는 급전수요가 폭발하면서 금리가 치솟고 주가는 대폭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디폴트가 확산되면 기존에 국제금융시장에 나와 있는 투자자금들도 부도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일거에 사라질 우려가 높다.
유럽 경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돈을 풀어 각 회원국 정부의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의 이른바 양적완화로 간신히 난국을 수습해가고 있는 중이다.
이 마당에 그리스의 디폴트와 그렉시트가 실제로 현실화되면 양적완화를 통한 유럽중앙은행의 유럽경제 개선 노력에도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채권국들이 그리스에 빌려준 1000억 유로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대부분 떼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의 디폴트는 특히 그리스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등 이른바 PIGS 국가의 자금관리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그리스의 디폴트는 곧바로 그렉시트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더 이상의 추가 구제금융이 불가능해지고 그렇게 되면 그리스로서는 유로 존에서 탈퇴하여 스스로 통화를 찍어 경제를 꾸려갈 수밖에 없다.
그리스의 그렉시트는 유로존의 존립기반을 뿌리째 흔들 수도 있다.
유럽 경제가 흔들리면 그 여파는 일파만파로 전 세계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유럽의 디폴트로 인한 자금흐름의 동맥경화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의 금리인상과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럽의 혼란으로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 등 유럽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미국 달러가치가 폭등할 개연성도 적지 않다.
미국 달러화의 가치 급등은 일본 엔화 가치의 추락으로 이 과정에서 야기되는 일본 엔저는 한국 경제에 또 한 번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리스와 유로존의 운명 그리고 나아가 세계경제의 미래는 앞으로 남은 두 번의 협상에서 결판나게 된다.
그 첫 협상은 18일과 19일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다.
양측의 견해차가 워낙 첨예해 장관급의 유로존 회의에서 타결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전 세계는 두 번째 기회인 25일의 유로존 정상회담을 지켜보고 있다.
이 정상회담이 '최후의 담판'이 되는 셈이다.
채권단은 그리스가 연금 삭감과 노동자권리 축소 그리고 부가세 인상 등의 자구노력을 약속하면 구제금융 잔여금 72억 유로를 당장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리스는 오는 30일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 유로, 또 7월과 8월중 유럽중앙은행(ECB)에 35억 유로와 32억 유로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구제금융 잔여분으로 그 돈을 상환하여 디폴트 위기를 일단 봉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는 국민의 생존권과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것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노동자와 빈곤층의 지지로 집권한 치프라스 정부가 이들에게 결정적인 타격이 될 수 있는 연금 삭감과 노동자권리 축소 그리고 부가세 인상등을 수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채권단이 그리스에게 조건없는 구제금융을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스에 무조건의 구제금융 지원을 하면 부채만 늘려 그리스 사태를 더 어렵게 할 우려가 있으며 다른 채무국들도 조건완화를 요구하고 나서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치 앞을 예단하기 어려운 힘겨루기다
김대호 연구소 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