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쥐뿔도 모른다’의 속사정

글로벌이코노믹

유통경제

공유
6

[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쥐뿔도 모른다’의 속사정

오래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께서는 한밤중에 절대 손발톱을 못 깎게 했다. 꿈에 귀신이 나타나 꿈자리가 사나워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설령 낮에 손발톱을 깎아도 그 조각들을 모아 아궁이에 넣거나 재래식 변기통에 버리라 했다. 자른 손발톱을 쥐가 먹으면 큰일난다는 것이었다. 자른 손발톱과 귀신과 쥐는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늘 궁금하던 차에 이 책 저 책 뒤져 보던 중 <아무 것도 모른다든가 무엇을 분간하지도 못한다.>는 뜻으로 쓰인 ‘쥐뿔도 모른다’에서 어느 정도 어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옛날 어느 고을에 사는 부부가 부모로부터 받은 몸에서 자란 것들은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는 믿음으로, 빠진 머리털이나 자른 손발톱을 한곳에 모아 광에 보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외출한 사이 남편과 똑 같이 생긴 남자가 집으로 들어와 자신이 이 집 주인이라고 진짜 남편에게 나가라고 했다. 서로 주인이라고 우기는 사이에 부인이 돌아오자, 진짜 남편이 부인에게 자신이 진짜 남편이라고 했지만 가짜 남편은 부인이 용변을 본 후 왼손으로 밑을 씻는지 오른손으로 씻는지 맞히는 사람이 남편이 되자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남편은 아내의 밑 씻는 손이 어느 쪽인지 본 적이 없어 우물쭈물하는 사이 가짜 남편이 자신 있게 왼손이라 말하자 부인은 진짜 남편을 쫓아내고 가짜 남편을 받아들였다.
쫓겨난 남편은 길에서 구걸하며 연명하던 어느 날 남자의 앞을 지나던 스님이 그를 보고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는 “당신 아내와 사는 놈은 본래 쥐인데 당신이 모아놓은 손발톱을 먹고 사람으로 변한 것이오. 그래서 부인이 용변을 본 후 밑 씻는 것도 쥐구멍을 통해 다 본 것이오. 내가 부적을 줄 테니 가는 길에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가서 가짜 남편에게 보여 주시오”라고 했다. 진짜 남편이 스님 말대로 했더니, 가짜 남편이 벌벌 떨며 쥐로 변했다. 그 쥐가 도망가는 것을 보고 고양이가 달려가 물어 죽였다.

이를 보고 새파랗게 질려있는 아내에게 “이래도 누가 주인인지 모르겠소?”하며 지금까지의 사연을 털어 놓자 아내는 백배 사죄하면서 잘못을 빌었다.
그날 밤 술상을 들고 와 남편 앞에 앉은 아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남편은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여보 당신은 나와 그만큼 살았으면서도 내 좆과 쥐 좆도 구별 못한단 말이오?”하자 아내는 더욱 고개를 들지 못했고 남편은 너그럽게 용서를 해주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위 이야기에서 좆은 당연히 남자의 성기를 가리킨다. 그래서 ‘쥐 좆도 모른다.’는 말이 생겼는데, 아무리 속담이라도 남자의 성기를 입에 담기는 민망한 일이고 해서 좀 점잖게 말하기 위해 ‘좆’이 외형상 성기와 유사한 ‘뿔’로 바뀌어서 "쥐뿔도 모른다."란 속담이 된 것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 사용치 않는 유사한 속담 중에 ‘쥐 밑도 모르고 화대 친다.’는 말도 상대여자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덤벼들다 낭패를 보는 경우에 쓰이는 말인데, 여기에서 ‘쥐 밑’이란 본래 ‘쥐 씹’이던 것이 점잖게 변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아무튼 ‘쥐뿔도 모른다’는 속사정을 알고 나니 유래의 진위를 떠나서 함부로 사용하기가 난처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모르는 게 약’이란 속담이 딱 어울리는 경우다.
홍남일 한·외국인친선문화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