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교황, 미 의회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 제시

공유
0

교황, 미 의회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 제시

'근본주의 유혹 경계, 배타 아닌 포용'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현지시각)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인류와 사회가 직면한 주요 현안들에 대해 종교지도자로서의 입장을 밝히며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교황이 미 의회에서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최초이다.

그는 50여 분에 걸친 연설에서 종교와 인권, 자연, 환경, 난민, 가족, 정치 등 지구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언급하며 종교지도자로서 나름대로의 해법을 밝혔다.
교황은 신약성서 마태복음 7장12절의 '남이 네게 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남에게도 하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최근 유럽의 난민위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우리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본 적이 없는 규모의 난민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로 인해 많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더 큰 기회를 찾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면서 몰려드는 난민들의 숫자에 놀라지 말고 그들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하며 최선을 다해 응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신 역시 이민자 가정의 아들임을 밝힌 교황은 이민자 문제에 대해 "호혜적 연대의 감정을 갖고, 적대 감정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민자 국가인 미국이 이민자 문제 해결에 선제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떤 종교도 개인의 망상이나 이념적 극단주의의 형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모든 종류의 근본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종교나 이념이나 경제 체제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폭력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종교의 자유, 지적 활동의 자유,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려면 섬세한 균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단호하게 밝혔다. 그는 "모든 생명은 신성하고 모든 인간은 빼앗을 수 없는 존엄성을 부여받았으며,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 재활하면 사회에 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형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또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인간 행동에 의한 기후변화를 막고 환경보호를 위해 자연 자원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변화를 만들 수 있고, 미국, 특히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미국 의회의 역할을 기대했다.

한편 교황은 적대 관계에 있는 국가들에게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하고 무기 거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