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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에서 '모두의 리그'로…유통업계, '키덜트' 시장 선점 경쟁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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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에서 '모두의 리그'로…유통업계, '키덜트' 시장 선점 경쟁 후끈

[글로벌이코노믹 이세정 기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됐던 ‘키덜트 시장’이 유통가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유통업계의 공격적인 진출이 국내 키덜트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국제적인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키덜트는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뜻한다.
그동안 키덜트 시장은 레고, RC, 피규어 등 완구업계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철들지 못한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취급되며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생활 속 작은 사치를 통해 재미있고 즐거운 것을 찾고자 하는 욕구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정서적 안정을 찾고 싶은 향수가 맞물리면서 하나의 문화로 떠오르게 됐다.

특히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은 물론 식음료와 생활용품 등 유통업계 전반에서 주목받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5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전망되며, 향후 매년 2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앞으로 2~3년 내에 1조원의 시장이 도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피규어 등으로 한정됐던 과거와 달리 핸드폰 케이스, 의류,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유통업계는 강력한 소비주체로 부상한 ‘키덜트족’의 지갑을 열기 위해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키덜트 매니아/ 사진=롯데마트 제공
키덜트 매니아/ 사진=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는 지난 10월 구로점에 키덜트전문샵 ‘키덜트 매니아’ 1호점을 오픈했다. 키덜트 매니아는 건담·스타워즈 등 인기 캐릭터 상품 매장인 피규어 존과 전자 완구 매장인 드론·RC 존 등으로 구성됐다.

또 11월 잠실점에 2호점을 오픈한 롯데마트는 다음달에 판교 3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일렉트로마트/ 사진=이마트 제공
일렉트로마트/ 사진=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자체 히어로 캐릭터 ‘일렉트로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체험형 가전 매장 일렉트로마트를 오픈했다.

일렉트로마트는 드론 체험 존, 액션 캠 매장과 피규어 전문 존 등이 마련됐다. 또 각종 전자 제품부터 희귀 피규어는 물론, 마트 안에서 20여종의 드론을 띄우는 체험도 해볼 수도 있다.

AK플라자는 지난해 12월 키덜트족을 겨냥한 라이프스타일 종합쇼핑몰 AK&을 선보였다. 스트리트 브랜드와 마니아 브랜드, 풋살경기장, 미니카 서킷장 등을 갖춘 이곳은 개장 2개월 만에 20% 이상 매출이 늘었다.

이 외에도 롯데백화점의 ‘멘즈아지트’ 편집매장과 현대백화점의 키덜트용품 전문 매장 ‘레프리카’, 현대아이파크몰의 ‘토이&하비 테마관’ 등이 있다.

이처럼 키덜트족을 타깃으로 전문매장을 선보이는 업체도 있는 반면, 유명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업체들도 있다.

어벤져스 피규어 컬렉션/ 사진=세븐일레븐 제공
어벤져스 피규어 컬렉션/ 사진=세븐일레븐 제공
편의점 GS25는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 드레스로자편 캐릭터상품과 스누피 피규어세트 증정행사를 진행한다. CU(씨유)는 PB블록 장난감 ‘달리는 CU(배송 차량)’과 2탄인 ‘변신하는 CU(이동형 편의점), 3탄 ‘우리동네 CU’를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은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피규어 컬렉션 10종을 판매 중이다.

온라인마켓 옥션은 영화 ‘스타워즈’ 캐릭터 문구 상품을, 소셜커머스 위메프는 핀란드 국민캐릭터 ‘무민’과 생활용품 관련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였다.

스타워즈 컬렉션/ 사진=유니클로 제공
스타워즈 컬렉션/ 사진=유니클로 제공
패션 브랜드인 디자인 유나이티드와 유니클로, 스파오는 영화 ‘스타워즈’ 협업 컬렉션을 출시했고, 라코스테는 스누피 컬렉션을 내놨다.

화장품 브랜드들도 키덜트족 잡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토니모리 '아톰 패키지'(좌), 해피바스 '무민 컬렉션'(우)
토니모리 '아톰 패키지'(좌), 해피바스 '무민 컬렉션'(우)
토니모리는 만화 캐릭터 아톰을 중심으로 한 ‘마이티 아톰 패키지’를, 스킨푸드는 ‘스누피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에이블씨엔씨의 어퓨도 ‘도라에몽 에디션’을 연이어 출시했다.

LG생활건강의 캐시캣 코드와 아모레퍼시픽의 해피바스도 ‘무민’과 협업을 진행했다.

또 마스크팩 전문 브랜드 메디힐은 네이버의 라인프렌즈와 함께 제작한 마스크팩을 한정 출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점점 확대되는 키덜트 시장에 발맞춰 잇따라 진출함에 따라 한국 키덜트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일본에게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해외에서 제작된 피규어를 수입해 재판매하거나 증정하는 일이 대다수고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다 해도 한계가 존재한다”면서도 “유통업체들이 지속적으로 키덜트족 마케팅을 통해 시장 확대를 꾀한다면 미국과 일본 등 키덜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가들을 압도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l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