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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핫이슈 '최저가·배송' 전쟁에서 소외된 사람들···"난 언제쯤 그런 서비스 받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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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핫이슈 '최저가·배송' 전쟁에서 소외된 사람들···"난 언제쯤 그런 서비스 받아볼까"

[글로벌이코노믹 이세정 기자] # 강원도 고성군에 거주하는 김선영(33, 여)씨에게 유통가 핫이슈 ‘최저가 전쟁’은 딴 나라 이야기나 다름없다. 생후 100일된 아들을 키우느라 바깥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그에게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가 내놓은 ‘최저가’와 ‘당일배송’은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지역 특성상 혜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방에 사는 사람은 이런 마케팅에서 항상 예외”라며 “우리 같은 지방 주민들은 언제 이런 혜택을 누려볼까 싶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모든 유통채널이 생필품 최저가 전쟁에 본격 돌입하고 있다.
타 업체보다 1원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려는 치열한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권과 거점 도시를 제외한 일부 지역의 소비자들은 혜택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 ‘소비자와 통하는 최저가’ 대형마트 vs 소셜커머스, 가격경쟁 시작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업체들이 최저가를 무기로 소비자 공략에 앞장서온 소셜커머스에게 ‘가격경쟁’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0년대 나란히 등장한 소셜커머스 3사는 사업 초기부터 판매가를 ‘깎고 또 깎는’ 출혈경쟁을 밀어붙여왔다. 이에 따른 적자가 계속되자 소셜 3사는 물류 사업 확대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도입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쿠팡 '로켓배송'
쿠팡 '로켓배송'
먼저 쿠팡은 자체 배송 인력인 ‘쿠팡맨’이 익일배송 해주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로켓배송은 상품 직매입을 통해 유통단계를 줄여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외출이 어렵거나 당장 물건이 필요한 30대 엄마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뒤이어 티몬은 지난해 6월 최저가 생필품 마켓 ‘티몬마트’를 론칭했고, 한 달 뒤 서비스 명을 ‘슈퍼마트’로 변경했다. 슈퍼마트는 대규모 직매입과 매일 오전 전담 팀을 통한 가격조사로 온라인 최저가보다 더 싸게 판매하는 것을 내세운 서비스다. 또 현대로지스틱스와 협력을 맺고 슈퍼마트 전담 택배기사가 24시간 이내 배송하도록 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중 가장 뒤늦게 최저가 전쟁에 뛰어든 위메프는 지난해 10월 ‘위메프 플러스’를 론칭하고 상품 선별부터, 직매입, 판매까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위메프는 판매된 위메프 플러스 상품이 최저가가 아닐 경우 보상해주는 ‘최저가 보상제’를 도입, 타 업체들과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소셜 3사의 최저가 전략은 소비자 마음을 끌기에 충분했고, 쿠팡의 매출은 2014년 3485억 원에서 2015년 1조5000억 원으로 1년 만에 4배 가량 급증했다. 티몬도 ‘슈퍼마트’를 적용한 지 5개월 만에 주문 건수는 3배, 월 매출은 5배 늘었다. 위메프 역시 ‘위메프 플러스’의 지난 1월 거래액은 첫 달 대비 309% 성장한 225억원을 기록했다.

대형마트들도 ‘소비자와 통하는 최저가 전략’을 속속 들여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18일 이마트가 ‘유통 전(全) 채널 가격 경쟁’을 선포했고 같은 날 롯데마트도 동참을 알렸다.

이마트가 소셜커머스와 본격 가격 경쟁을 선언한 가운데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한강로동 이마트 용산점에서 엄마 고객들이 기저귀를 고르고 있다.
이마트가 소셜커머스와 본격 가격 경쟁을 선언한 가운데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한강로동 이마트 용산점에서 엄마 고객들이 기저귀를 고르고 있다.
이마트는 최저가 상품으로 기저귀와 분유, 여성위생용품 등 주요 생필품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이 제품들은 비교적 유통기한이 길어 재고부담이 적을 뿐더러 주요 고객이 여성과 주부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대형마트 1순위 고객인 30~40대 주부층을 공략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마트는 지난 7일 ‘절약의 발명 20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기존 이마트 할인 행사 기간인 ‘주 단위’ 할인 행사를 ‘월 단위’로 유지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이 행사는 매월 20개의 주요 생필품을 선정해 기존 상품 가격할인, 사전 기획을 통한 기획상품 개발 등으로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지만, 가격 경쟁의 일환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롯데마트도 지난 2월 18일부터 분유 상시 최저가 판매에 돌입했다. 또 같은 달 25일부터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만을 통해 판매되던 롯데푸드 ‘파스퇴르 귀한 산양분유’를 롯데닷컴, 롯데아이몰 등 그룹 내 온라인 유통채널로 확대해 가격경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 가격 혜택은 대도시 소비자만?


유통업체들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들의 부담은 줄어들고 있지만, 정작 이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들은 한정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국에 가장 많은 점포(140개)를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는 온라인 쇼핑몰인 ‘이마트몰’에서도 최저가 상품의 구매를 가능하게 했다. 이마트는 매장을 직접 방문해 구매할 수 없는, 즉 이동이 어려운 소비자들을 위해 배송서비스를 강화했다.

특히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보정물류센터’에 이어 최근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김포센터’를 오픈하면서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받을 수 있는 당일배송, 이른바 ‘쓱(SSG) 배송’ 업그레이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방에 거주하는 일부 소비자들은 당일배송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이마트몰 전용 배송기사가 아니라 점포에서 상품을 일반택배로 보내는 ‘점포택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택배 배송인 만큼 당일배송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 결제금액을 일정 수준(3만원 이상)에 맞추지 않으면 배송비를 따로 지불해야 한다. 무료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구매 객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일정 결제 금액에 못 미치게 상품을 구매할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로 적용돼 결국은 최저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이마트몰은 원칙적으로 전국 당일배송을 실시하고 있다”며 “다만 생산능력(Capa)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당일배송 비율은 지방이 40%, 보정·김포센터에서 직접 배송 받는 고객이 70%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저가와 배송은 별도의 서비스로 봐야한다”며 “최저가 상품의 경우 배송비와 같은 부수비용이 모두 포함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체 배송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한 쿠팡의 일부 이용자도 비슷한 불만을 토로한다.

쿠팡 ‘로켓배송’의 경우 현재 서울과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 부산 등 수도권과 광역시 권역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쿠팡맨이 없는 지역은 일반 택배사가 상품을 배송해주기 때문에 로켓배송이 내세우는 ‘고객 응대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거나, 간혹 상품 배송이 지연되기도 한다.

실제 한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쿠팡맨이 없는 지역은 로켓배송이 의미가 없다”며 “주말을 끼면 오히려 로켓배송이 더 오래 걸린다”라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충북 증평시의 임숙경(35세, 여)씨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인기라고는 하지만 직접 체험해볼 일이 없다”며 “자주 가는 맘스카페에 ‘새벽에 급하게 주문한 기저귀가 당일 오전에 도착해서 다행이다’와 같은 글들이 올라오지만 이게 가능한 일인지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배송의 전국 확대 시기는 언제다'라고 정확하게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신규 물류센터 구축 등 인프라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불붙기 시작한 유통가 가격경쟁이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며 “사업 안정화에 접어들면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들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l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