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통적 예술의 가치 거부하는 저항정신 표방

[응답하라 현대미술(5)] 충격적인 현실, 예술로 저항하다(다다이즘)

기사입력 : 2016-04-27 13:34 (최종수정 2017-02-07 00:41)

  • 인쇄
  • 폰트 크기 작게
  • 폰트 크기 크게
공유 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구글플러스 공유하기
















전쟁으로 파괴된 유럽보며
자발성이나 불합리성을 강조
기존의 관습적 예술에 반발

“예술답지 않다” 비판받았지만
‘아름다워야한다’는 생각 바꿔
현대미술의 새로운 미학 싹터

암울한 현실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슬픔에 젖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저항하기도 하며 어떻게든 그 현실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전쟁이라는 가장 참혹하고 가혹한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의 광포함에 치를 떨며 전쟁의 피폐함과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할 것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레닌(Vladimir Lenin) 같은 정치가들뿐 아니라 여러 미술가들과 시인들의 피난처였던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예술가들은 ‘다다(Dada)’라는 기이한 이름으로 전쟁의 공포에 대한 저항을 시작했습니다.

다다란 이름이 탄생한 배경은 다소 모호한데 그 중 하나는 루마니아 시인인 트리스탄 차라(Tristan Tzara)가 사전을 놓고 무작위로 작은 주머니칼을 찔러 넣은 뒤 펼쳐서 나온 단어가 다다였다고 합니다. 다다는 아무 의미가 없는 어린 아이의 옹알이와 같은 음성어이기도 하고 프랑스어로는 ‘목마’란 뜻이 있으며, 슬라브어로는 ‘예, 예’라고 합니다. 사실 그 다지 별 뜻 없는 이 단어는 예술가들의 저항정신을 대변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적합한 것이었습니다.

center
마르셀 뒤샹 작 샘, 1917


역사상 최초로 기계화된 살육을 경험한 이들은 기계문명시대의 테크놀로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다다 예술가들은 이성과 합리성이 이끌어온 과학과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결국 유럽문명을 멸망하게 하는 전쟁을 이끌었다고 비판한 것입니다. 결국 이성과 합리성과는 정반대의 예술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다이즘은 다다이즘 자체를 포함한 모든 것에 반대했습니다. 반전주의, 반국가주의, 반전통주의 등 기존의 도덕적·사회적·정치적·미적 가치를 거부함으로써 전쟁의 광기로 물든 유럽 문화를 새롭게 시작해야 된다고 믿었습니다. 아기들의 옹알이가 사실 아무 뜻도 아니지만 모든 뜻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아기들의 언어와도 같은 ‘다다’는 아무것도 지칭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지칭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혼란과 파괴를 초래했던 이성과 합리성의 세계 속에서 어떤 의미와 질서를 찾는 것은 무가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전략은 모든 전통의 가치를 부정하고 비이성적·불합리적 방법을 제시하여 예술작품을 대하는 관람객들을 충격에 빠지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center
마르셀 뒤샹 작 L.H.O.O.Q, 1919

한 때 기계와 같은 신체의 움직임을 중첩적으로 그려 미래파적인 작업을 했던 뒤샹(Marcel Duchamp)은 가장 급진적인 다다이스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뒤샹은 1917년 뉴욕의 독립미술가 전시에서 남성용 소변기를 하나 구입해 거기에 ‘샘(Fontaine)’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R. 머트(Mutt)’라는 익명으로 사인하고 ‘1917’이라는 연도를 써넣어 출품하려다 거절당했습니다. 당시 시각으로 보면 이 작품이 거절당한 것은 당연합니다. 직접 만든 것도 아니고 아무데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인 소변기를 사다가 당당하게 작품 제목만 붙이고 사인만 해 전시장에 가져다 놓다니! 당시 사람들은 뒤샹의 이런 행동을 무척 뻔뻔하게 여겼습니다. 이는 여러모로 큰 충격과 논란을 일으켰는데, 하나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제품, 즉 레디메이드(ready-made)를 사용하여 일상의 제품을 작가가 의미를 부여하여 예술품이라는 지위로 격상시켰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전시라는 방식을 통해 다른 예술작품들과 함께 대중에게 당당하게 보여주려 했다는 점입니다. 뒤샹은 이 작품을 통해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기존의 예술작품과 전시에 대한 인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소변기뿐 아니라 자전거, 와인병 꽂이, 삽 등 평범하기 그지없는 상품들을 선택해 작품화했던 뒤샹은 전통적인 명화를 모욕적으로 패러디하여 아름다움의 전통적 가치를 깨뜨려 버리기도 했습니다. ‘L.H.O.O.Q’라는 작품은 누구나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모나리자에 우스꽝스런 콧수염과 턱수염을 그려 넣은 것입니다. 이 모나리자의 그림 또한 뒤샹이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 복제된 그림엽서를 구입한 것입니다. 이 그림의 제목은 일종의 말장난으로 프랑스어로 빠르고 크게 읽으면 ‘그녀는 엉덩이가 달아올랐다’라는 뜻이 된다고 합니다. 우아한 아름다움과 고상함의 상징인 모나리자는 뒤샹의 손에서 우스꽝스럽고 불경스런 여성이 되며, 모든 사람들이 명화로 떠받드는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가지고 있던 환상은 여지없이 깨어지게 됩니다.

center
아르프 작 무제(우연의 법칙에 따라 정렬된 사각형), 1917

한스 아르프(Hans Arp, 혹은 장 아르프 Jean Arp)는 종이 조각을 던져서 우연히 배치된 것을 그대로 콜라주(collage)로 만들었습니다. 이 우연 콜라주(Chance Collage)는 사물과의 밀접한 관계를 면밀히 연구해 화면을 구성한 입체파의 콜라주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우연에 맡겨져 화면에 자리 잡은 사각형의 종이 조각들은 작가의 의도와 우연이라는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줍니다. 아르프는 “다다는 인간의 이성적인 협잡을 파괴하고, 자연스럽고 비이성적인 질서를 회복하는데 목적이 있다.… 다다는 무감각을 위해 있다. 무감각은 넌센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다의 무감각은 자연의 그것과 같다. 다다는 자연과 한편이고 예술에 반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화가일 뿐 아니라 조각가이며 시인이었던 아르프는 문장을 토막 내어 논리적 연관을 없앤 시를 쓰고, 자연의 유기적인 형상을 닮아있으나 이 역시 우연적인 몇 가지 형상을 붙인 듯한 아르프의 조각들을 만들었습니다. 아르프의 여러 예술에서 우리는 이성과 계획에 반대하고 자연과 우연성을 작품에 도입한 다다의 정신을 읽을 수 있습니다.

center
아르프 작 인간적 구체화(Human Concretion), 1933

다다이즘은 발생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하지 못하고, 독창성이 없으며, ‘예술답지 않다’고 비판받았습니다. 실제로 몇몇 다다이스트들은 전쟁을 겪으며 우리가 이제껏 아름다움이라고 여겨왔던 그런 것들이, 그리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모든 노력을 다 부질없다고 여겼고, 일부는 예술이 죽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예술은 죽지 않았고, 아름다움의 개념은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술이 반드시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구요. 다다이스트들이 예술의 개념을 뒤흔들어 놓는 바람에 이후 현대미술은 새로운 미학을 맞아들이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공포와 충격을 주며 우리 눈에 예쁘지 않은 예술 작품들이 난무하는 21세기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매일 매일이 전쟁입니다. 지금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전쟁이 있으며, 전쟁보다 더 큰 문제도 항상 발생합니다. 끔찍한 세계 속에 예술만이 곱고 예쁜 꽃으로 남아있을 순 없겠지요. 예술 또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분명 다다의 저항정신이 우리에게 남겨 준 유산들이 아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 필자 전혜정은 누구?
미술비평가, 독립 큐레이터. 예술학과 미술비평을 공부했다. 순수미술은 물론, 사진, 디자인, 만화, 공예 등 시각예술 전반의 다양한 전시와 비평 작업, 강의를 통해 예술의 감상과 소통을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창작자와 감상자, 예술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아트씨드프로젝트(ART Seed Project): 시각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대학에서 전시기획, 미술의 이해 등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 국민대 대학원 전시디자인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알림] 필자 전혜정은 ‘상호작용성’에 관한 좀 더 밀도 깊은 연구를 위해 장기 휴재에 들어갑니다. 그동안 ‘응답하라 현대미술’ 시리즈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혜정 미술비평가 전혜정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오늘의 핫 뉴스

주요뉴스

많이 본 기사

가장 많이 공유 된 기사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