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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는 조선시대의 '반도체산업'…국립중앙박물관 '활자의 나라, 조선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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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는 조선시대의 '반도체산업'…국립중앙박물관 '활자의 나라, 조선展'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활자의 나라, 조선'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활자의 나라, 조선'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한국은 알다시피 금속활자의 '종주국'이다. 서양의 금속활자인 구텐베르크 활자보다 60여년이 앞섰다. 활자는 오늘날의 반도체 산업에 비견될 정도로 당시 사회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한국은 활자의 나라 답게 국립중앙박물관에 82만여자에 달하는 조선시대 활자가 소장돼 있다. 이 활자들은 대부분 17~20세기 초까지 중앙 관청과 왕실에서 사용한 것이다. 한 왕조에서 일관되게 사용하고 관리한 활자가 이처럼 많이 남아 있는 예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특히 50여만 자에 달하는 금속활자는 양적으로 세계 최대 규모이며, 질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조신시대 주조된 활자가 총 82만자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다. 유교 이념으로 나라를 다스리고자 했던 조선의 왕들은 통치의 근간이 되는 책을 간행하기 위해 수십 차례 활자를 만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활자 전모를 최초로 공개하는 '활자의 나라, 조선展'이 21일부터 9월 11일까지 상설전시실 1층 고려 3실에서 열린다.

이번에 공개되는 활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82만여자 가운데 전시가치가 높은 소장품 중에서 8만여자를 선별해 전시한다. 이 활자들은 대부분 17~20세기 초까지 중앙 관청과 왕실에서 사용한 것들이다.

박물관은 조선이 활자의 나라였음을 실감할 수 있도록 전시장 한가운데 활자를 보관했던 옛 서랍에 넣은 활자 5만 여자를 펼쳐 놓았다.

정조가 정리자(整理字)를 만드는 과정에 참고용으로 수입한 목활자도 처음 공개한다. 청나라 궁중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 이 활자는 13세기 위구르 문자로 만든 활자를 제외하고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됐다.

활자 보관장들의 전모도 만날 수 있다.
박물관 측은 "활자와 함께 소개되는 활자 보관장들은 활자를 직접 사용하고 책을 찍던 사람들이 사용했던 것"이라며 "여기에는 지금까지 주목받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독특한 활자 분류와 보관 방법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장에는 활자의 의미와 활자장 조사, 복원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물을 설치,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박물관 소장 활자를 활용한 사자성어 게임을 즐길 수 있고, 3D 프린트로 출력한 활자 복제품을 만져볼 수도 있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