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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열대야·불면증, 그리고 수면 유도제 '졸피뎀'…故최진실·최진영 남매 죽음 원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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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열대야·불면증, 그리고 수면 유도제 '졸피뎀'…故최진실·최진영 남매 죽음 원인도

故최진실, 최진영 남매도 수면유도제 졸피뎀 부작용으로 자살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사진=뉴시스
故최진실, 최진영 남매도 수면유도제 졸피뎀 부작용으로 자살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폭염과 열대야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400만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불면증은 주로 강한 빛이나 소음으로 멜라토닌 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발생하지만 생체리듬을 깨뜨리는 열대야 역시 불면증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공조명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도 불면증의 원인이다.
이렇게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졸피뎀 성분이 들어간 불면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불면증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졸피뎀은 중독성과 부작용이 적다고 알려져 있으며 복용 시 15분 이내 잠이 들 정도로 약효가 빠르다.

하지만 과다복용 시에는 피로감이나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으며 심각할 경우 환각이나 기억상실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또한 중독성이 강해 우리나라에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관리하고 있으며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복용이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졸피뎀을 매수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방송인 에이미가 강제 출국 명령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2년 프로포폴을 투약한 사실이 적발돼 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에이미는 집행유예 기간에 졸피뎀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0만원을 받았다. 벌금형이 확정된 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강제 출국 명령을 내렸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불면증 400만명 시대…연령대 높을수록 심각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28만9526명에서 2011년 32만5192명, 2012년 35만8199명, 2013년 38만3977명, 2014년 41만4845명, 2015년 45만5886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의료진이 실시한 불면증 실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전체 성인인구의 12%인 400만명에 달한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불면증에 시달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40대 이상이 33만7642명으로 전체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했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불면증은 잦은 야근과 회식 등 우리나라 밤 문화의 후유증으로 봐야 한다”며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불면증에 걸리는 것은 분명 특정한 이유가 있으므로 그 이유를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나이가 들수록 불면증이 심해지는 것은 전두엽 노화와 노후불안으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수면유도제 졸피뎀…과연 안전한가?

불면증에 시달리면 낮 동안 졸리거나 피로감이 쌓이고 의욕도 떨어져 삶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불면증 치료를 위해 수면유도제 ‘졸피뎀’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졸피뎀이 자살충동 등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해당 약물에 대한 공포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살로 세상을 떠난 故최진실, 최진영 남매의 죽음 또한 졸피뎀과 깊게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면제 처방은 한해 200만 건이 넘고 불면증 환자도 갈수록 늘어나며 졸피뎀 사용 또한 늘고 있다.

관련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매년 생산되는 졸피뎀 성분 의약품은 1억정이 넘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졸피뎀 성분 의약품은 2013년 19개 품목 1억1310만66정, 2014년 17개 품목 1억910만4060정, 2015년 1억2025만596정이 생산됐다.

생산금액은 2013년 220억6678만5000원, 2014년 208억8049만8000원, 2015년 224억5093만5000원으로 매년 200억원을 웃돈다.

수면 관련 약물은 크게 벤조계열의 항불안제와 비벤조계열인 수면유도제로 나뉘는데, 과거 수면제라고 불리던 약물은 주로 항불안제로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신경 안정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항불안 효과를 가진 벤조다이아제핀 약물이 근육 이완이나 발작 예방 등 다양한 다른 작용도 일으켜 원치 않은 효과나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원치 않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킨 비벤조다이제핀 수면유도제가 나온 것. 즉 비벤조다이제핀 수면유도제는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문제점을 보완해 수면유도 기능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게 만든 것인데, 이것이 바로 졸피뎀이다.

수면유도제 중에는 병원 처방이 없어도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은데 졸피뎀 처방량이 늘고 그 피해사례 또한 느는 이유는 뭘까?

바로 졸피뎀 1정당 보험 수가는 170원으로 처방전만 있으면 한 달치를 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 게다가 약효가 뛰어나 한 알만 복용해도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간 복용 시 환각 증세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항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돼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오남용시 두통과 구역질, 구토, 현기증, 기억 상실, 환각, 몽유병 증상 등을 일으킬 수 있고 복용을 중단하면 불면증과 중추 신경계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는 무더운 여름밤 편한 잠자리를 위해서는 커피처럼 카페인이 든 음식을 피하고 취침 2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취침 전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체온을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수면제는 비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고 불면증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가능한 소량으로 단기간에 복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