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7일. 구글코리아 블로그에 올라온 구글의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 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권범준 씨의 글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튿 날 국회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 토론회’에 나타난 권범준 매니저는 “구글 지도를 서비스 중인 전세계 200개 국가 중 199개국에서 (완전한)길찾기 서비스가 됩니다. 안되는 나머지 한 나라가 어딘지 아시겠죠?”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부터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새로운 양상이 펼쳐졌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박병욱 한국측량학회장(한경대 교수)는 “구글이 고의로 한국에서 길찾기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있다”고 깜짝 발언을 했다.
그는 이같은 의혹제시의 근거를 묻자 “논리적으로 길찾기 조직은 뻔한 것이다. 도로 데이터(노드)를 어떤 식으로 연결하느냐가 문제다. 구글서비스를 보면 남산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는데 마치 도로가 산을 타넘어야 하는 것처럼 나온다. 네이버 서비스도 그리 되면 할 말이 없지만 네이버는 잘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지도제작과 교통지도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는 한 업체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현재 상황에서 구글지도 서비스도 기술적으로 한국내에서 완전한 길찾기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구글과 SK텔레콤은 22일 본지에 “구글이 현재 SK텔레콤으로부터 한국내 구글지도 서비스용으로 5000분의 1 지도와 2만5000분의 1 축척의 벡터지도(x,y,x값을 가진 지도)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날 구글 측은 “현재 한국에서는 한국내 구글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용 서버를 대여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8일 국회에서 제기된 박교수의 의혹은 이같은 구글과 SK텔레콤의 실토, 그리고 기술전문가의 지적을 바탕으로 할 때 의혹이 아닌 ‘사실’로 귀결된다.
이는 동시에 “5000분의 1 지도를 해외로 반출하지 않으면 한국내 길찾기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구글의 주장이 허구임을 드러낸다. 구글이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의로 절름발이로 제공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이날 함께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굳이 5000분의 1 지도가 아니더라도 구글이 전세계적으로 충분히 길찾기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이날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스위스지도의 사례를 들면서 구글 주장의 허구성을 폭로했다. 그는 “해마다 9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관광대국 스위스 모빌리티 지도는 2만5000분의 1 지도로도 충분히 다양한 길찾기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구글과 다른 점이라면 일부 서비스가 유료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은 이 날 토론회에서 참석한 김경태 한국관광공사 관광정보 전략팀장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실제로 구글모빌리티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스위스 방문 관광객들에게 2만5000분의 1 지도 기반으로 자전거여행, 도보여행, 카누타기, 스케이트타기와 함께 철도, 버스, 보트 등 교통수단은 물론 숙박과 날씨 정보 등 개인별 맞춤 관광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로써 구글이 내세운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도 많은 외국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굳이 5000분의 1 지도가 아닌 2만5000분의 1 지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도에 영문 표기만 추가하면 문제가 될 일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권범준 구글 매니저는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즉 구글이 마음만 먹으면 최소한 한국에서는 구글길찾기 서비스를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다름 아니다.
이로써 “한국내 길찾기 서비스가 더 잘되도록 하기 위해 구글에 5000분의 1 지도를 제공해야 한다”는 일부언론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즉 구글은 최소한 한국에서는 완전한 길찾기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도 안하면서 이를 핑계로 더 정밀한 지도 반출을 요구해 온 셈이다.
이미 구글은 스스로 밝힌 대로 한국내에 국내지도 전용 렌털 서버를 두고 있다. 또한 SK텔레콤이 확인한 것처럼 이미 수년 전부터 5000분의 1 지도의 x,y값은 물론 z값(높이 좌표값)데이터까지 받아왔다. 22일 이전까지 구글은 SK텔레콤은 2만5000분의 1 지도만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지난 8일 국회토론회 이후 본지 확인한 결과 구글은 지난 22일 “SK텔레콤으로부터 5000분의 1 지도를 이미 수년전부터 합법적으로 제공받아 왔다”고 실토하기에 이른다. <본지 21일자 ‘구글, 5000분의 1 지도 불법 반출 서비스 의혹’ 제하 기사 (http://www.g-enews.com/ko-kr/view.php?ud=201609200930220663425_1) 참조>
구글은 이처럼 한편으로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우리정부와 국민을 호도하면서 지도에 대한 서비스(길찾기)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제공하고 있다. 자신들이 가진 ‘지도서비스 권력’을 맘껏 휘두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구글의 권력휘두르기가 이처럼 단순한 부분에서 그치면 다행이다. 하지만 때론 전세계 어떤 언론보다도 강력하게 전세계 네티즌에게 파고 든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구글의 지도권력은 지난 7일자 구글코리아 블로그에서 밝힌 그대로 “월간 사용자 수가 10억 명이 넘으며 현재까지 안드로이드 기반에서 10억 회가 넘게 구글 지도 앱이 다운로드” 됐다는 점에서도 그 파괴력을 짐작할 수있다.
10억명이라는 숫자는 구글이 검수를 받지 않고 5000분의 1 한국지도 반출허가를 받은 후 전횡을 하더라도 우리정부조차 손쓸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이처럼 영향력 있는 구글이 구글지도에서 맘대로 한 국가의 지명을 바꾸거나 지우는 전횡을 휘두를 가능성은 없을까? 불행히도 구글의 이러한 가능성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구글의 횡포를 이미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구글코리아 지도 서비스에서만 ‘독도’일 뿐 일본과 해외에서는 ‘다케시마’나 ‘리앙쿠르’로 표기되고 있는 사실에만 흥분하고 있다. 또 동해와 일본해를 국가별로 구분해 로 서비스하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다. 현재 이 순간 이보다 더 끔찍하고 심각한 구글의 지도권력 전횡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8월 10일자 영국 가디언지는 구글이 팔레스타인(자치국가)을 구글지도에서 지워버린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진실은 이스라엘지도 양쪽에 있던 가자(Gaza)지구와 요르단 서안(Westbank)지구가 아예 표시조차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달 7일 팔레스타인 포럼의 한 언론인이 지적한후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구글대변인은 “팔레스타인이라는 지명이 구글에 등장한 적이 결코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라는 지역명을 지운 ‘버그’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하루빨리 이를 지명을 제자리에 갖다 놓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또한 현재 절름발이 서비스가 되고 있다.
실제로 구글 지도에서 ‘팔레스타인(Palestine)’ 지도를 검색해 보면 당장 확인할 수 있다. 이 지도에는 이전에는 표기되고 있었던 ‘팔레스타인(Palestine)’이란 국가지명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 서쪽에 있는 ‘가자(Gaza)’만 보인다. ‘서안(WestBank)’ 지역명 표기는 보이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은 국제연합(UN)회원국 136개국으로부터 국가로 인정을 받고 있다. 물론 미국과 많은 서방국들은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글은 멀쩡한 한 국가를 지도에서 사라지게 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가디언지는 “구글이 이처럼 영토논쟁 지역명을 맘대로 바꿔 표기하는 경우는 처음이 아니며, 또한 끝날 것 같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사례로 2008년 러시아가 침공해 합병한 우크라이나 남쪽 크리미아지방도 빼놓을 수 없다.
구글은 이처럼 이 시간에도 자신들의 입맛대로 국가조차 초월한 상상할 수 없는 지도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