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 잠재력 발휘하게 만들어야 조직이 바뀐다

[우형록 교수의 변화를 넘어 미래로(15•끝)] 잠재력의 전략적 자산화, 시스템 정합성으로 실현하라

기사입력 : 2016-10-19 06:00 (최종수정 2017-02-0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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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미션·비전 갖췄어도
엇박자가 나면 무용지물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

조직의 목적과 자신의 업무에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되면
공헌에 대한 자부심으로 변화

사소한 감기에도 의사들이 과도한 약물을 처방한다고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자신의 가족에게는 먹이지 않을 약물을 고객에게는 서슴지 않고 투여하는 의사들에게 질타가 쏟아졌다. 그러나 국민 건강에 연루된 사안이므로 엄중히 따져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촌평으로 끝나고 말았다. 전문가로서 의사들의 양심 문제로 결론이 났다. 드러난 문제에 뾰족한 해법은 없으니 국민 스스로 양심적인 의사를 찾아 나서야 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자신의 의술이 사람을 도리어 해치길 바라는 의사는 없고 환자 또한 의사가 알려준 약 때문에 건강이 더 나빠지길 바라지 않는다. 누구도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표출되는 행동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스템 내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시스템이 요구하는 방향에 부응하여 행동을 조정한다. 의사로서의 윤리도 당연히 따져봐야겠지만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조장하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스티븐 커(Steven Kerr)는 ‘B를 바라면서 A에 보상하는 어리석은 행동에 대하여(On the Folly of Rewarding A, While Hoping for B)’라는 논문에서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의사들의 오진에는 병이 없는 사람을 환자로 진단하거나 반대로 환자인데 병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오진율이 훨씬 많았다. 더 많은 진료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사후에 받을 비난이 후자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오진이 없는 정확한 진단에 사회가 보상해야 하는데 원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의 보상을 하기 때문이다. ‘주사 한 방’으로 감기를 낫게 한다는 동네병원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보면 우리 또한 의사에게 과다한 약물 투여를 부추기는 보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패배도 보상의 불일치로 설명한다. 어떤 전쟁이든 전쟁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고 병사들의 목적은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에 연합군으로 참여한 미군은 살아서 집에 돌아가기 위해 전쟁에서 이겨야 했다. 상사의 명령에 불복한다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었고 집에 돌아갈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베트남전에서는 병사들이 전쟁의 승패와 관계없이 복무기간만 마치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전쟁의 승패와 병사들의 목적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았다. 따라서 베트남전은 2차 세계대전보다 유독 불복종이나 항명, 심지어 상사를 총으로 쏴 죽이는(fragging) 사건이 많았다. 결국 목적의 불일치가 패전의 원인이 되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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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경찰서가 관할 7번 국도에 과속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설치한 무인카메라.

조직 변화와 혁신은 조직 구성원들을 무작정 열심히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다. 바람직한 변화의 방향으로 개별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견인하는 전체의 최적화이다. 전쟁에서도 육•해•공군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전략적으로 화력을 한 방향으로 집중했을 때 승산이 높아진다. 에너지가 미약하더라도 한 방향으로 모으면 파괴력이 높아진다. 기업이 미션, 비전, 전략을 구비했더라도 한 방향을 지향하지 못하고 엇박자가 나면 무용지물이다. 조직이 나아갈 방향에 맞추어 각 부문 및 조직구성원의 활동과 자원을 조화시켜 시너지를 창출하는 체계적인 과정을 정합성(alignment)이라고 한다. 정합성은 내적 일관성(internal fit), 일치성(congruence), 일관성(consistency)으로도 불린다.

정합성의 가공할 만한 위력은 모빌(Mobil)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모빌의 경영진들이 일선 영업장을 직접 방문하여 당해 연도의 전략과 중점적으로 개선할 성과지표를 설명하기로 결정했다. 원래 이런 전략 방향과 주제는 회사의 성과관리 담당자나 임원들만 알고 있었던 내용인데 전격적으로 모든 조직구성원에게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반신반의했던 효과는 예상하지 못했던 트럭 운전사들로부터 나타났다. 운전사들은 배달명령서에 따라 휘발유와 윤활유를 모빌주유소에 배달하는 비교적 단순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설명회를 통해 그들은 사고 없는 안전운행이 회사의 비용절감에, 정시에 배달을 완료하는 납기준수율이 회사의 신뢰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납득하게 되었다. 나아가 신속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토대로 고객만족도를 제고하려는 회사의 전략 방향을 이해하게 되었다.

설명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사들의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어떤 주유소에 휘발유 재고가 떨어져 간다, 모빌 간판의 전등이 깨졌다, 주유소 내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팔고 있다 등등.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운전사들은 현장의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모니터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회사의 전략을 이해하고 자신의 활동이 미치는 영향을 깨닫게 되자 전략 실행에 주도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이렇듯 정합성은 조직이 보유한 모든 잠재력을 묵히지 않고 전략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모빌의 사례에서 우리는 시스템적 관점으로 정합성의 함의를 짚어볼 수 있다. 정합성은 목적의 공유에서 촉발된다. 형식적인 공표를 공유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목적의 공유란 조직구성원들이 스스로의 임무와 활동을 합목적적으로 조정하도록 돕는 소통이다. 조직의 목적과 자신의 업무에서 연결고리를 발견할 때 조직구성원은 자부심을 갖게 된다. 인간은 무엇인가에 기여하고 공헌하면서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이러한 자부심이 어떤 금전적인 보상보다 강력한 변화의 동력으로 작동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모빌의 운전사들에게서 나타난 자기조절(self-regulation)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감독, 통제, 강요에 의한 외부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과업행동을 확장, 개발했다. 본연의 배달 업무에서 전략목표 달성에 공헌할 수 있는 활동을 스스로 찾아냈다. 정합성은 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과정이지만 구속이나 통제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조직 내 활동과 자원을 변화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일치시킨다는 의미가 규율, 지시, 절차를 강제하는 일사불란을 의미하지 않는다.

목적 및 목표가 올곧다면 정합성은 곧 효과성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정합성을 평가,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하지만 보상을 내포하는 평가는 자기조절의 발현에 역효과를 야기한다. 평가란 성과지표의 목표치와 실적을 비교하고 개선점을 찾는 방식이다. 평가는 미달성을 회피하기 위한 목표의 하향설정과 실적정보를 왜곡하게 만들기도 한다. 관리자들이 질책에 대한 방어에 골몰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계획된 목적과 목표를 기준으로 간섭, 질타, 책임추궁이 주요한 변화관리활동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합성은 목적의 공유로부터 자생하는 자율적인 자기조절에 기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전적인 정합성을 이루는 데 평가보다 학습과 성장의 발판이 될 피드백이 주효하다.

피드백은 업무의 진행과정, 상태, 결과를 인지할 수 있는 정보이다. 피드백에 힘입어 더욱 정밀하게 목적하는 방향에 정렬할 수 있다. 목적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피드백은 활동의 덫(activity trap)에 걸리지 않도록 돕는다. 오디언(George S. Odiorne)이 주장한 활동의 덫은 처음에는 명확하고 합당한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고자 시작한 활동이지만 활동에 열중하다 보면 애당초의 목적이나 목표를 망각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져버리는 것을 말한다.

● 목적을 착각하여 활동의 덫에 걸리는 사례

일에 몰입하다 보면 목적은 잊고 활동에만 의미

지금은 전국에 있는 속도위반 단속 카메라의 위치가 공개되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공개를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 카메라가 위치한 지점에서만 속도를 줄이는 폭주족들을 붙잡을 수 없다는 문제도 제기되었고 그 동안 과태료, 범칙금으로 메우던 세수를 줄일 수 없다는 주장까지. 그러나 경찰청은 획기적으로 카메라 위치를 공개하기로 결정한다. 교통사고의 예방이 카메라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즉 카메라는 사고다발지역에 설치되었고 위치공개는 이 지역의 사고를 감소하는 데 기여한다는 관점이다. 돌이켜 보면 카메라를 설치하고 단속하고 과태료를 납부하는 활동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카메라 설치의 목적은 잊고 단속 자체가 카메라의 목적이라고 착각하는 덫에 빠져 있었는지 모른다.

심지어 활동 자체가 목적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일에 몰입하다 보면 활동의 덫에 걸려 다른 것을 보지 못하게 된다. 목적, 목표에 대비하여 활동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암울한 독재정권에서 무지한 농민들이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당하거나 옥고를 치른 일들이 최근에 밝혀지고 있다. 간첩조작과 고문에 관여했던 경찰관들의 변명에는 역설적으로 ‘성과’가 있다. 경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자유와 권익을 보호하며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인데 간첩을 검거한 양으로 경찰관을 평가하다 급기야 간첩을 만들어 건수 채우기에 이른 것이다. 활동의 덫에 걸려 정합성에 실패한 목적 상실은 목적 달성의 실패보다 위험하다.

조직의 정합성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멋쟁이 여성들은 예쁜 가방을 선물 받아도 한편으로 걱정한다. 가방의 색깔과 디자인에 맞춰서 구두, 의상, 다른 액세서리도 마련해야 제멋이 나기 때문이다. 멋쟁이의 걱정처럼 정합성을 갖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쉽지 않다. 목적 및 목표를 진솔하게 공유하고 통제보다 자기조절을 이끌어 내며 근원적 질문(why)에 근거하여 현황을 직시하는 피드백을 수용해야 조직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정렬되어야 사람도 바람직하게 변할 수 있다. 흔히 사람이 먼저 바뀌길 바라지만 변화관리의 우선적 대상은 시스템이지 사람이 아니다.

‘나쁜 시스템은 항상 좋은 사람을 괴롭히고 결국 무너뜨린다(A bad system will beat a good person every time.)’- 데밍(W. Edwards Deming)
우형록 한양대 겸임교수 우형록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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