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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트럼프 덕에 ‘봄날’ 맞은 셰일 업계…엑손·셰브론 등 메이저 석유사 자리 꿰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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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트럼프 덕에 ‘봄날’ 맞은 셰일 업계…엑손·셰브론 등 메이저 석유사 자리 꿰차나

대선 후 셰일 기업 주가 9% 급등 반면 석유 메이저 하락세

미국이 셰일오일 개발을 통해 자국 제조업의 부활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정권의 에너지 정책이 셰일 업계의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셰일오일 개발을 통해 자국 제조업의 부활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정권의 에너지 정책이 셰일 업계의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평균 3% 상승하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이 내세우는 법인세 인하 등 대형 감세 정책과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리스크 온’ 못지 않은 ‘트럼프 온’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하지만 국제유가만은 유일할 정도로 고립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대선 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일시적으로 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전을 통해 에너지 산업 부흥을 예고했지만 셰일오일 증산에 대한 우려가 유가 하락을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국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결정이 유가를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이 생산량을 대폭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된 것.

셰일오일·가스 시추 설비인 ‘리그’(rig) 수는 지난 11일 기준 452기로 5월보다 136기(43%)나 증가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도 일일 868만 배럴로 바닥을 찍었던 7월 1일에 비해 약 25만 배럴(3%) 증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은 일일 420만 배럴로 세계 전체 생산량의 5%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는 일일 900만 배럴 수준까지 급격히 늘어나며 생산 과잉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올 3분기에 7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본에너지(DVN)의 데이브 해거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생산·굴착에 대한 투자를 13억 달러에서 16억 달러로 늘릴 것”이라며 계속해서 투자를 늘릴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 에너지기업들이 지난 2년간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가 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최근에는 30~40달러대로도 안정적 생산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추 기술이 발전하면서 셰일오일 업체들의 효율성이 크게 제고됐고 기술 발전으로 생산비용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셰일오일 업체인 헤스코퍼레이션 존 헤스 최고경영자(CEO)의 “셰일 생산은 가격 나름. 50달러로도 생산 유지는 가능하고, 60달러가 되면 생산량은 일일 30만 배럴 늘어난다”는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이 타이밍에 ‘석탄 부문의 환경규제 완화’ ‘파리협정 백지화’ ‘화석연료 확대’ 등의 에너지 정책을 내세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셰일 업계에게는 또 하나의 청신호가 되고 있다.

미국 노스다코타주 최대 셰일오일 생산업체 콘티넨탈 리소스의 해롤드 햄 CEO는 “(트럼프 당선으로) 앞으로 과잉 규제가 사라지는 것은 우리가 바라던 바”라며 기쁨을 표했다.

셰일오일 굴착·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규제 완화·철폐가 셰일 기업에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증산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콘티넨탈의 주가는 대선일인 8일부터 17일까지 9% 상승했고, 헤스코퍼레이션과 화이트닝 페트롤리엄도 각각 6%, 9% 급등했다.

반면 엑손모빌이나 셰브론 등 미국의 석유 메이저들은 맥을 못추고 있다. 대선 이후 셰브론 주가는 간신히 0.8% 상승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엑손모빌의 경우 0.1% 하락했다.

석유기업의 주가 하락 전 세계 원유생산량(LNG 포함)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20~30%인 데다 규제 완화로 인한 혜택이 셰일에 비해서는 한정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셰일오일에 생산성 면에서 뒤처진다는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게다가 석유 기업들이 오바마 정권의 환경 정책에 호응하면서 엑손의 경우 탄소세 도입을 인정했고 셰브론은 재생에너지 투자를 강화했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를 지원했던 셰일 업계와 클린턴 재단에 기부하며 힐러리 측에 섰던 석유기업의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현지 언론들은 셰일 기업들이 메이저 석유사들의 자리를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