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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씨티, '공짜 PB' 정서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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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씨티, '공짜 PB' 정서 극복할까

[글로벌이코노믹 공인호 기자] 얼마전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에 국내 최대 규모의 자산관리서비스 영업점인 '청담센터'가 문을 열었다. 한국씨티은행은 '국내 최대, 최고'를 앞세워 대대적인 홍보전도 진행했다.

이 곳은 건물 지하를 포함해 총 7개층 전체를 PB(프라이빗뱅킹) 고객 전용 공간으로 만들었다. 투자·보험·대출 등 관련 전문가만 무려 30여명이 상주한다니 '국내 최대 PB센터'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사측도 이곳이 한국 자산관리서비스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 곳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특별한 구조' 때문이다. 2억원 이상 10억 미만 자산가는 2~3층, 10억원 이상 자산가는 4~5층에서 은행측의 극진한 대접을 받지만, 일반고객은 1층 영업점에서만 업무를 볼 수 있다.

물론 1층 영업점도 터치스크린 형태의 세일즈월(Sales Wall), 워크벤치(Workbench) 및 사인패드(Sign-pad) 등의 첨단 금융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사실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의 이같은 행보는 여타 국내은행의 PB 정책과 큰 괴리를 보인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너도나도 'PB서비스 대중화'를 선언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수십, 수억원대의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제공했던 서비스의 문턱을 3000만원대까지 낮췄다.

물론 이들 은행도 자녀의 취업·결혼은 물론 손자·손녀의 교육까지 알뜰히 챙겨주는 VVIP 고객군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만, 대대적인 홍보나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는 않다.
과거 경쟁적으로 고액자산가 유치에 열을 올린 적도 있지만 '서민 차별'이라는 정서가 발목을 잡았다. IMF 외환위기 때 받은 혈세는 국내은행들이 지우기 힘든 주홍글씨다.

또 당장 PB서비스로 얻는 이익이 크지 않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PB서비스에 대한 '공짜 정서'가 최대 난관이다. 선진 금융시장과 달리 국내 자산관리시장의 발전이 더딘 배경을 이같은 정서적 측면에서 찾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히 '상징성' 차원에 그칠 것이라는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담센터의 성공 여부가 은행권의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인호 기자 ihkong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