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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운보의 인간적 냄새 보여주는 '작가가 걸어온 길–화가와 아카이브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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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운보의 인간적 냄새 보여주는 '작가가 걸어온 길–화가와 아카이브展'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화가가 남긴 작품에서도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지만 그보다는 편지나 스케치에서 우리는 더욱 친숙한 화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블루칩 작가' 이우환과 '바보 산수화'로 유명한 운보 김기창, 서양화가 류경채 권옥연, 김정 화백 등 내로라하는 화가들의 인간적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평생 화가의 도록과 자료를 수집해온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오는 20일부터 내년 4월 29일까지 개최하는 '작가가 걸어온 길–화가와 아카이브展'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는 화가가 남긴 작품 대신에 그들이 남긴 각종 자료를 통해 그들이 살아왔던 환경과 그 속에서 비롯된 삶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우환이 1969년 4월 3일 이세득에게 보낸 친필 편지, /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이우환이 1969년 4월 3일 이세득에게 보낸 친필 편지, /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먼저 이우환 화백이 1969년 선배 화가 이세득에게 보낸 친필편지는 자신의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화단에 대한 아쉬움과 그를 아끼는 선배화가에 대한 고마움이 짙게 묻어나온다. "저는 아직 남 앞에 자랑할만한 작품은 없습니다마는 그렇다고 남도 아닌 자기 나라 선배들에게 기막힌 모욕을 당할 줄이야 정말 몰랐습니다. (중략) 다만 제가 선생님께 그 애로를 덜게 할 수 있는 길은 앞으로 더한층 배워서 그네들에게 떳떳이 자랑할 수 있는 작품을 내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김정 화백이 그린 장욱진(1917~1990) 화백 초상, 1988, 김정 기증. /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정 화백이 그린 장욱진(1917~1990) 화백 초상, 1988, 김정 기증. /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또 서양화가 류경채가 1965년까지의 자신의 경력 및 화력을 자필로 기록한 이력서와 김정 화백이 1988년 1월 2일에 만난 장욱진 화백을 비롯해 선후배 화가의 얼굴을 그린 초상 드로잉 34점도 이번 전시회에 나온다.

운보 김기창(1913~2001) 화백이 1979년 로마와 파리를 방문한 후 지인에게 보낸 친필 엽서는 미켈란젤로와 다빈치의 작품을 본 그의 소감이 담겨 있다.
운보는 미켈란젤로와 다빈치에 대해 "두 사람은 진정 하늘이 내린 화가들"이라며 "두 천재와 쉴 줄 모르는 노력의 발자취는 나를 몹시 부끄럽게 했고 하늘에 용서를 빌 정도일세"라고 소회를 밝혔다.

전시를 기획한 김달진 관장은 "아카이브는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던 화가의 세계를 탐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화가들의 인맥을 보는 잔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