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이 우주에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다소 철학적인 문제를 토론하는 연극 '인간'이 오는 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다.
배우들은 캐릭터를 나타내기 위해 망가짐을 불사하고, '인류 재판'이라는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유쾌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자신과 인간 전체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대사들은 귀에 박힐 수 있도록 또렷하게 전달한다.
연극에 처음 도전하는 스테파니는 "네 명의 라울이 개성이 뚜렷해 상대 배우가 바뀔 때마다 연기를 새로 배우는 느낌"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연기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7인 7색 쌍에 따라 달라지는 공연의 분위기와 배우들의 호흡에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연극 '인간'은 두 명의 남녀 주인공이 영문도 모른 채 유리 감옥에 갇혔다는 독특한 설정에서 시작된다. 밖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어떠한 이유로 이곳에 끌려오게 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기이한 행동을 하는데, 극단 측은 독특한 구조의 객석을 배치해 관객들이 두 배우의 움직임을 더욱 현장감 있게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유리 감옥에 갇힌 두 주인공을 직접 관찰하는 시선을 형성하기 위해 객석을 마주 보는 형태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 장면에서는 관객이 배심원의 입장이 되어 재판에 참여하는 느낌도 들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간'은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유일한 희곡이다.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원작 도서에서는 소설과 희곡의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존재한다. 이는 자칫 배우들의 대사가 관객들에게 전달되지 않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문삼화 연출가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주고받는 대사가 어색하지 않도록 최대한 구어체로 수정했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