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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슈퍼컴 5호기 결국 유찰...“독소조항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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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슈퍼컴 5호기 결국 유찰...“독소조항 많았다”

업계, 음모론까지...“또 유찰되면 수의계약 후 독소조항 제거 특혜”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이럴 줄 몰랐나.”

‘특정업체 칩 기반 슈퍼컴 밀어주기’ 의혹에 싸여있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슈퍼컴 5호기 구축사업자 선정이 결국 20일 마감된 2차 입찰에서도 유찰됐다.
KISTI 측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입찰자가 없었다”고 밝혔다.

향후 일정에 대해 오광진 KISTI슈퍼컴 센터장은 “변경공고가 될지, 처음부터 조달을 다시할지 등에 대해 조달청과 협의해야 한다. KISTI 자체 협의는 물론 미래부와의 협의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번 2차 입찰마저 유찰되면서 연내 확정지으려던 584억원짜리 슈퍼컴 입찰사업자 선정은 해를 넘길 수 밖에 없게 됐다.
KISTI의 600억원대 슈퍼컴5호기 입찰이 유찰됐다. RFP독소조항이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ISTI도 업계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RFP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독소조항에 대해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사진은 IBM이 공급한 KISTI 슈퍼컴 4호기. 사진=KISTI
KISTI의 600억원대 슈퍼컴5호기 입찰이 유찰됐다. RFP독소조항이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ISTI도 업계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RFP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독소조항에 대해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사진은 IBM이 공급한 KISTI 슈퍼컴 4호기. 사진=KISTI

2차에 걸친 유찰에 대해 업계는 “이럴 줄 알았다. 이번 입찰은 제안요청서(RFP) 상의 독소조항으로 인해 유찰 가능성이 불보듯 뻔했다. 이제 KISTI는 두 번 유찰에 따라 법적으로 수의계약요건을 갖추게 됐다. 따라서 그렇게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만일 이후 KISTI가 슈퍼컴 5호기 사업자를 섣불리 수의계약으로 선정해 RFP 상의 입찰조건을 완화해 주면 ‘완벽한 특혜 계약시나리오였다’는 더 큰 의혹을 살 수도 있다”며 일방통행식 사업자 선정가능성에 대해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인텔이 영업을 잘한 것 같다(?). 논란이 많았던 만큼 향후 KISTI 슈퍼컴5호기 선정은 반드시 RFP조항을 전면 수정해 합리적인 조건하에서 업체들이 재입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CPU방식이나 GPU방식 어느 형태의 슈퍼컴 공급사라도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KISTI가 RFP를 수정해 내놓는다면 이 600억원 가까운 대형프로젝트에 국내 업체가 반드시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 584억원 규모의 KISTI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슈퍼컴퓨터 5호기 구축’ 사업 사전규격은 지난 8월 8일 처음 공고됐고 지난 9일 1차 입찰마감 결과 유찰됐다.

업계의 또다른 전문가는 “RFP를 볼 때 누가 봐도 사실상 인텔코리아만이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마저도 독소조항 때문에 쉽사리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는 KISTI가 수십년 전 컴퓨터 성능을 알기 어려웠던 시절의 관행을 여전히 고수한 데 따른 폐해다. 왜 전혀 변할 줄 모르나?”라고 꼬집었다.

업계가 지적하는 입찰자가 입찰하기 힘들게 만든 독소조항은 크게 3가지다. 여기에는 ▲인텔이 개발한 제온파이칩만을 사용하도록 지정해 놓은 점 ▲GPU방식 슈퍼컴에게도 열려있다면서도 참여자에게는 사실상 SW 성능평가시험(BMT)용 마이그레이션 기간을 주지 않아 2차 봉쇄를 해 놓은 점 ▲아직 충분한 검증이 안된 인텔 제온파이를 허용하면서도 이세돌과 세기의 대결을 벌인 알파고에 탑재된 성능 검증끝난 GPU칩 방식 슈퍼컴의 참여를 원천 봉쇄한 점 등이다.

KISTI측은 CPU 메모리 채널을 6채널(인텔 제온파이 프로세서만 가능)로 못박은 데 대해서는 “최신 성능을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어느 업체에게든 개방돼 있는 공정한 입찰이라면 메모리 채널 수를 못박으면서까지 CPU칩 방식 슈퍼컴 경쟁사는 물론 성능이 월등한데다 뛰어난 성능으로 세계적 대세인 GPU방식이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해 왔다.
이재구 기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