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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미리보기] 문무·무무 통합으로 오락적 요소 배가시킨 걸작…임학선 안무의 '문·무·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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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미리보기] 문무·무무 통합으로 오락적 요소 배가시킨 걸작…임학선 안무의 '문·무·꿈·춤'

18~1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

임학선(성균관대 문행 석좌교수) 안무의 '문·무·꿈·춤(The Pen·The Sword·The Dream·The Dance' 공연이 문묘일무 한국 유래 900주년을 기념하여 오는 18~19일 오후 7시30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임학선댄스위와 성균관대학교 유가예술문화콘텐츠연구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문묘일무(文廟佾舞)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의 완결판이다.

문묘일무는 공자를 비롯한 중국의 성현들과 설총・최치원 같은 한국의 성현에게 제사하는 의식으로 봄・가을 석전에서 추어지는 일종의 의식무용이다. 문묘일무는 고려 예종 11년에 송의 휘종이 보내온 대성아악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조선조에는 국가 주관 오례 중 길례의 하나로, '누구나 배워서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유학의 성인관에 따라 성균관에서 봉행됐다.
문묘일무의 원형복원을 위한 학술시연은 지난 2003년 12월 29일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문묘제례악에 사용되는 모든 악기는 아악기만 사용한다. 한국창작춤으로써 문(文, 文德)을 대표하는 '위대한 스승 공자'와 무(武, 武功)를 대표하는 '영웅 이순신'을 한 무대에 올리는 이번 공연의 카피는 '文・武가 춤이 되다, 스승 공자・영웅 이순신, 그들이 꿈꾸고 우리가 춤추다'이다.

아악 음계는 음넓이가 12율(律) 4청성(淸聲)의 16음에 7음계이다. 문묘악 악곡 구조는 주음으로 시종된다. 문묘악은 2분 음표 길이의 4음을 한 소절로 하여 모두 여덟 소절로써 한 곡을 이루며, 매 소절 끝 음에는 북을 두 번 쳐서 그 북소리로 한 악절이 끝난다. 악장(樂章), 1음에 1자(字)씩 4자 1구, 모두 8구 32자의 한문으로 된 가사를 음악에 맞추어 부른다.

문묘제향에서 추는 일무(佾舞)(춤추기 위해 벌여진 줄의 수)는 8일무(성현 등)로 64인이 춤을 춘다. 조선 왕은 제후급으로 6일무의 대상이었고, 문무(文舞)의 무원(舞員)은 진현관(進賢冠), 홍주의(紅周衣), 남사대(藍紗帶), 목화(木靴)를 착용하고 오른손에 약(籥, 황죽으로 만든 구멍이 셋인 악기), 왼손에 적(翟, 나무에 꿩 털로 장식한 무구)을 들고 추며, 무무(武舞)의 무원(舞員)은 피변관(皮辨冠)에 기본복식, 오른손에 간(干, 방패), 왼손에 척(戚,도끼)을 들고 춤을 춘다.

'문·무·꿈·춤'은 프롤로그 '영웅을 그리다'. 제1막 文, 스승 공자(탄생, 학문, 고난, 임종), 제2막 武, 영웅 이순신(거북선, '승전, 기쁨의 순간', 백의종군, 난중일기, 판옥선 12척), 에필로그 '영웅을 기리다'로 구성되어 있다. 예악(禮樂)과 신독(愼獨)을 몸소 실천하여 인간 사랑과 이상사회를 꿈꾸었던 두 위인을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의 존재와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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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인본주의를 독해한 '공자'는 이 무용단의 고정 레퍼토리로 임학선댄스위 단원과 성균관대학교 육일무단의 화려한 문묘일무의 장엄과 인간적 면모의 공자의 소통의 모습을 보여준 다. 예악일무(禮樂佾舞)의 5막 11장이 축약된 '위대한 스승 공자'의 연대기적 구성 사이에 끼는 죽간의 터치와 흔들리는 공자의 모습이 거문고에 걸리고, 선율을 탄 여인들의 연기는 판타지이다.

'영웅 이순신'은 무장 이순신에게 올리는 헌무(獻舞)이며 이순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핏빛 서사로 엮은 수신(修身)의 경전이다. 문무(文舞)와 균형을 위해 탄생된 '영웅 이순신'은 암울한 현실에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6장으로 구성되었던 '영웅 이순신'은 예악사상을 바탕에 깔고 춤으로 확장되어 작품성과 흥행성에 있어서 우위를 입증시킨 바 있다.

고뇌와 피로 쓴 이순신의 '난중일기'는 포스트모던한 디지털 숲에서 정공법으로 현대성을 확보한다. 전쟁사극 형식의 무용극은 전통무용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검무를 수용한다. 한국창작무용은 전통무용의 다양한 원용의 형태를 보여주는데, 궁중무에서 변형된 목단춤은 목단의 의미를 살리면서 충성과 충효의 열정을 살리는 상징으로 사용된다.

이동 무대는 무용수들을 부지런히 위 아래로 나르며 변화를 준다. 전쟁의 분위기와 장군의 이미지를 구체화시키는 무예연마 장면, 평화 시에는 잔잔한 바다 이미지를 여성 춤꾼들은 연기해낸다. 무사들은 바다 위에 있다.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깃발, 인물의 기하학적 배치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춤꾼들은 인물들의 성격, 상황, 주변들을 지속적으로 묘사해낸다.

임학선은 예상대로 버전을 달리하여 전국과 해외를 순회할 작품을 만들었다. 중국의 성현 공자와 영웅 이순신을 묶어 혼탁한 이 시대에 모범적 인물들을 가시적으로 내세워 시대적 좌표로 설정하고자 한다. 안무가는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존재, 그 신비의 대상인 공자와 바보군(群)의 영웅 이순신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이 시대를 향해 소리 없는 절규를 하고 있다.

마법적 매력의 '위대한 스승 공자'와 흥분이 용솟음치는 '영웅 이순신'의 조화로운 만남이 관객들에게 시너지 효과를 불러 온 미학적 성취로 비춰질지, 과욕으로 인한 집중도 하락으로 비춰질지 궁금증이 인다. 적어도 독립된 두 작품은 예술적 가치의 탁월성을 소지하고 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는 임학선댄스위의 '문·무·꿈·춤'이 국내외의 지대한 관심과 한류를 견인하는 무용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