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독감이 만연하더라도 평소 건강을 잘 유지한 사람들은 가볍게 병이 지나가지만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은 허약해진 몸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노약자들의 경우 죽음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질병의 원인이 오더라도 평소 어떻게 건강관리를 잘 하느냐에 따라서 죽을 수도 있지만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닭장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먹이만 먹고 알을 낳아야 하는 닭들의 경우 제대로 뛰어 다니지도 못하고 모래목욕도 하지 못한다면 면역력은 거의 제로상태에 가깝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대책 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가 잘 아는 지인은 상당히 넓은 공간에서 25만수의 닭들을 방목해 키우는데 AI가 발병 되어도 그곳의 양계장은 좀처럼 AI가 발병되지 않아 매년 걱정 없이 지낸다고 한다. 오히려 조류독감이 엄습하면 계란 값이 폭등하여 소득이 늘어나는 기쁨도 누리지만 그만큼 평소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여 건강하게 닭을 키웠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이웃마을에서 양계장 주인이 멀리 해외여행을 떠난 사이 동남아시아인들이 일군으로 사역하면서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양계장이 오염되는 바람에 아랫마을 양계장은 물론 음성으로 나타난 자신의 양계장까지도 모두가 건강한 닭들인데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25만 마리를 살 처분을 하고 말았단다.
면역력이 강하고 튼튼한 닭들을 살 처분 할 때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보람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탓에 허무할 정도였다. 자신만 그렇게 키워서는 안 되며 모든 양계장들이 함께 과감하게 과거의 폐쇄된 닭장형태를 버리고 마당에 풀어서 키울 수 있는 방식으로 선택하여 면역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AI 사태에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몇몇 양계장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해서도 안 되며 우리나라의 모든 양계장이 일시에 이런 방식을 선택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법을 고쳐서라도 ‘양계장관리법’을 만들어 스스로 자생력을 갖고 면역력을 갖춘 닭을 키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매년 찾아오는 철새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며 대량 살 처분을 피해 갈 수 있는 대처방안이다.
소나 돼지 구제역의 대처방법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들이 키우는 가축들도 사람들과 똑같이 깨끗한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동물들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집안에서 함께 키우며 한 가족의 일원이 된 반려견처럼 이제는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
지금처럼 키우는 방식으로는 매년 AI로 인한 대량 살 처분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