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진단]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사교육 폐지론'을 비판한다

기사입력 : 2017-01-23 07:09 (최종수정 2017-01-23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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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회 중부대 교수
이제 대선국면이다. 교육에 관한 대선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바른정당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사교육을 마약에 비유하며, 사교육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대 폐지를 주장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교육부 폐지를 강조한다. 이들 공약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건설적인 대책보다는 문제가 된 것을 폐지하겠다는 주장이다.

여러 보도에 의하면, 남경필 도지사는 과다한 사교육 비용 지출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고, 쓸 돈이 없으니 내수 경제도 엉망이고, 획일적인 교육으로 창의성마저 높지 않다 보니 아이들의 미래가 안 보인다’라고 주장한다. ‘사교육은 (비용이) 비싸고, 인생에 도움이 안 되고, 그리고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마약과 같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과연 옳은가, 그리고 실현 가능할까?

먼저 필자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기 전에 여러 해 동안 사교육기관에서 논술, 윤리, 정치·경제, 사회문화, 정치학, 사회학, 교육학 등을 가르쳤던 강사이기도 하였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즉 공교육만이 아니라 사교육까지 현장에서 상당 기간 경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동시에 현재는 중부대학교 대학원의 교육학과 교수이자 교육정책 전문가이다. 특히 교육정책 중에서도 대입제도와 사교육비 경감정책에 관한 석·박사학위논문과 여러 학술논문을 쓴 대입제도 개선과 사교육비 경감대책 연구 전문가임을 밝힌다.

이런 필자의 판단에 근거할 때, 남경필 도지사의 발언 중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과다한 사교육비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고’, ‘사교육은 비싸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대체로 이런 판단에 동의한다. 과다한 사교육비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고, 대체로 공교육비보다 사교육비가 더 높은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물론 저출산을 유발하는 다른 이유도 있고, 저렴한 사교육도 있지만, 대체로 그 주장은 사실에 부합한다.

그런데, 과다한 사교육 비용 때문에, ‘쓸 돈이 없으니 내수 경제도 엉망이고, 획일적인 교육으로 창의성마저 높지 않다 보니 아이들의 미래가 안 보이는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비록 사교육에 쓰는 돈이지만, 그 사교육비 역시 명백하게 ‘가계 지출’의 일부이고 ‘내수경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주장하지만, 동시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은 ‘사교육시장’도 중요한 내수시장 중 하나이고, 사교육 종사자들도 국민의 한 사람이며, 우리나라 교육의 일부를 책임지고 있는 교육자라는 것이다.

사교육 때문에 ‘획일적인 교육으로 창의성마저 높지 않다 보니 아이들의 미래가 안 보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 교육정책과 대학입시 자체가 ‘획일적인 교육으로 창의성마저 높지 않은’ 교육을 요구하기에, 사교육만이 아니라 공교육도 그런 문제를 가지게 되고, 결국 ‘아이들의 미래가 안 보이는 것’이다. 사교육이 원인이 되어 교육문제가 잘못될 수도 있지만, 사교육이 공교육 부실과 잘못된 정책과 입시제도의 결과인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남경필 도지사의 이 판단은 잘못된 인과관계에 근거한 것이다.

남경필 도지사는 사교육은 ‘인생에 도움이 안 되고, 그리고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마약과 같다’고 주장한다. 먼저 ‘사교육이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 필자는 가끔 정치인들과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자들이 그런 얘기를 할 때마다 학부모들이 과연 믿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다. 동일한 교육을 학교에서 하면 도움이 되는 좋은 교육이고, 학원에서 하면 도움이 안 되는 나쁜 사교육이라는 인식이 어떻게 가능할까?

필자는 사교육대책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한다. 사교육도 교육이다. 사교육도 학생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사교육 효과성 연구에 의하면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더 많이 나온다. 다만, 교육자와 학습자의 역량과 노력 정도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를 뿐이다. 당연히 사교육의 조건과 방법에 따라 그 효과도 다를 것이다. 마약에 대한 비유는 언급 자체를 하고 싶지 않다.

올바른 사교육 대책은 사교육의 현실을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사교육의 필요성과 발생원인, 그 장·단점을 제대로 분석해야 올바른 대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학업성취가 뒤처진 학생들에 대한 공교육의 배려가 충분한가? 현재 공교육이 개별 학생 각자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충분히 하고 있는가? 사교육의 유명 강사들이나 학습상담자들보다 공교육 교사들이 더 최선을 다해서 가르치고 있는가? 대답은 그럴 수도 있고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경우에 사교육은 개별 학생·학습자 입장에서 선택 가능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 이제 근본적인 문제로 접근하여 보자. 사교육 금지 또는 폐지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명백하게 위헌이다. 전두환의 과외금지조치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헌재, 98헌가16)을 보자.

“자녀의 양육과 교육은 일차적으로 부모의 천부적인 권리인 동시에 부모에게 부과된 의무이기도 하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아니하지만, 이는 모든 인간이 누리는 불가침의 인권으로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및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 헌법 제37조 제1항에서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이다. 부모는 자녀의 교육에 관하여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인생관·사회관·교육관에 따라 자녀의 교육을 자유롭게 형성할 권리를 가지며, 부모의 교육권은 다른 교육의 주체와의 관계에서 원칙적인 우위를 가진다. …… 경제력의 차이 등으로 말미암아 교육의 기회에 있어서 사인(私人) 간에 불평등이 존재한다면, 국가는 원칙적으로 의무교육의 확대 등 적극적인 급부활동을 통하여 사인간의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 뿐 과외교습의 금지나, 제한의 형태로 개인의 기본권행사인 사교육을 억제함으로써 교육에서의 평등을 실현할 수는 없는 것이다(헌재, 98헌가16).”

또한, 헌법재판소는 과외금지조치가 세 가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하였다. 일반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고,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자유로이 배우는 행위를 제한함으로써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있으며, 부모의 자녀교육에 있어서 내용과 장소 등을 제한함으로써 부모의 자녀 교육권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입법목적은 정당하나, 입법수단의 정당성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과외금지 이후 학교교육이 정상화되었다는 증거가 없고, 오히려 위험수당 등으로 사교육기회의 차별을 야기했으며, 인적자원의 효율적 개발의 어려움을 가져왔기에 과외 금지를 통해 실현하려는 공익이 기본권 침해보다 크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손희권, 2002).

필자는 묻고 싶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이러함에도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위헌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헌법 제69조는 대통령 취임선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헌법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국민은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필자는 남경필 도지사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할 내용이라 판단한다.

이제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사교육 폐지 방법론을 살펴보자.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사교육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 이른바 ‘교육 김영란법’ 제정을 제안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사교육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국민 다수가 동의하면 당 차원에서 사교육을 전면 폐지하는 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0년 ‘과외금지조치'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우리 헌법 제37조 제1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헌법이 존재하는 한, “사교육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 이른바 ‘교육 김영란법’ 제정”으로는 사교육의 폐지나 금지는 결코 불가능하다. 결국, ‘사교육 폐지’를 위한 방법론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장은 실현이 불가능한 주장이 되고 만다.

위헌적인 주장과 방법을 이미 비판하였기에 가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만약 “사교육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 이른바 ‘교육 김영란법’이 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법은 이미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온갖 방법을 통해 비밀과외가 판을 칠 것이고, 대면과외가 아니라면, 온라인과외가 정착될 것이다. 사교육 비용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사교육 편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교육불평등 효과는 줄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필자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단체가 주장한 ‘선행학습금지’ 주장이 위헌적이며, 교육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은 국가주의적 발상으로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고 칼럼을 통해 비판한 바 있다. 결국, 그 주장은 선행교육금지법으로 탈바꿈되어 법제화되었으나, 그 결과 사교육이 줄었다는 결과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의 방과후학교만 규제했다가 다시 허용했을 뿐이다. 이렇게 우리는 하나의 거대한 정치쇼를 경험했다. 그런데 2017년 남경필 경기도지사에 의해 그러한 발상을 다시 접하게 되었다.

필자는 평소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개혁적인 정책과 정치적 행보를 매우 의미 있게 보아왔다. 특히 수능 중심의 대입간소화는 보완이 필요하지만 매우 의미 있는 공약이다. 그러한 필자이기에 “사교육 폐지” 주장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 이러한 극단적인 주장이 나오는 배경에는 대선과정에서 효과적인 사교육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압박감이 있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실효성 있는 사교육비 대책을 찾기 어려우니 이런 극단적인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시민단체나 정치인들의 이런 ‘포퓰리즘’ 주장은 이제 그만 보았으면 싶다. 이런 주장은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혹은 자기단체의 정치적 영향력 확보를 위해, ‘국가와 사회 발전의 장기적인 비전이나 목표와 상관없이, 국민의 뜻에 따른다는 명분으로 국민을 속이고 선동해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경향’ 즉 ‘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다. 필자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다음 글에서 제안하고자 한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 안선회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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