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정권은 왜 단 한 명의 반대자도 두려워하나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07회)] 다수의 힘과 동조

기사입력 : 2017-02-08 09:23 (최종수정 2017-05-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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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에게 저항한다는 것이
일반에게 알려지면 동조율 하락
소수라도 무자비하게 탄압

회의서 만장일치 통과된 안건
부결로 간주하는 불문율 가진
유대인들의 지혜 곱씹어볼 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즉 사회적 상황에서 혼자 있을 때와는 다른 행동을 하는 현상 중에 제일 극적인 것은 지난 주에 살펴본 ‘복종(服從)’ 행동이다. 사람들은 적절한 여건만 주어지면 자신의 윤리관과 전혀 반대가 되는 행동을 하라는 명령에도 복종한다는 것이다. 복종은 권위자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명령이 없더라도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자발적으로 따라하는 행동을 한다. 이를 ‘동조(同調)’라고 부른다. 가장 비근한 예를 들면 유행을 따르는 행위, 친구따라 강남가는 행위, 붕당을 이루는 행위 등이 동조행위이다.

동조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정보의 힘이다. 사람들은 많은 경우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이럴 경우에는 남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 현명하다. 뷔페식당에 처음 갔을 때를 떠올려보자. 종업원이 차려주는 음식을 먹는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 처음 뷔페식당에 갔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것이다. 이럴 때는 여러 번 이런 식당에 와본 사람의 뒤를 따라다니며 이들이 하는 방식을 모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동조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규범적 압력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상황처럼 판단의 근거가 애매한 상황에서 동조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답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동조를 한다. 사회심리학자 애쉬(Solomon Asch, 1907. 9~1996. 2)는 유명한 선분맞추기 실험에서 이런 현상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7명에서 9명으로 구성된 집단원들을 책상에 앉혔다. 그리고는 정답을 맞히는 과제를 제시했다. 이 과제는 왼쪽 카드에 있는 선분과 길이가 같은 선분을 오른 쪽 카드에 있는 세 개의 선분 중에서 고르는 과제였다. 이 과제의 답은 너무 분명한 것이어서 어린이도 틀릴 수 없는 과제였다. 실제로 실험참가자들은 몇 번의 시행에서 모두 쉽게 답을 맞추었다. 몇 번의 시행 후 이 실험의 진짜 과제가 나타났다. 즉, 이 실험의 과제는 정답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틀린 답을 제시하는 사회적 환경에 놓일 때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 결과를 보기 위해 굉장히 참신한 계책이 꾸며졌다. 참가자들은 실제로는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리 짜고 이 실험에 참여한 협조자들이었다. 즉, 이들은 모두 일부러 틀린 답을 말하도록 미리 각본을 짠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숨은 계책을 모르는 한 사람은 항상 맨 마지막에 답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미 여러 번 정답을 맞혔던 집단원들이 갑자기 모두 틀린 답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 우리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어떤 선택을 할까? 쉽게 생각하면 정답이 분명한 과제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틀린 답을 하더라도 혼자 정답을 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어떤 실험참여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혼자 정답을 발표했다. 하지만 많은 실험참여자들이 틀린 답을 하였다. 즉, 다수의 의견에 동조했다. 평균적으로 세 번에 한 번꼴로 틀린 답을 내놓았다. 즉, 이들은 정답이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앞에 발표한 사람들과 같이 틀린 답을 한 것이었다. 더구나 이 집단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고, 비록 동조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하등의 처벌이 없는 조건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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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집단원들과 같은 행동을 함으로써 우리는 집단원으로 수용되고 인정을 받으려고 한다. 동시에 집단에서 소외되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을 가능하면 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집단에서 실제로 동조하지 않는 동료들에게 다양한 처벌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미국의 한 전기회사에서 도급제 임금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에서는 작업량이 많은 근로자가 더 많은 수당을 가져갈 수 있었다. 따라서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해 많은 수당을 가져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얼마 안가서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들이 나타났다. 근로자들은 열심히 일해 많은 수당을 받기보다는 적당한 수당을 받을 만큼만 일했다. 근로자들은 지나친 근로를 회피하는 수준의 작업량을 스스로의 표준으로 설정했다. 이보다 못한 작업자들에게는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어느 작업자건 표준을 어기는 경우에는 다른 작업자들의 조롱을 받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처벌을 받기도 했다. 주위의 다른 동료들도 이런 상황을 방관하기 때문에 결국 이들도 표준에 따르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작업량을 초과하여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에게도 이런 동일한 집단 압력이 주어졌다. 그래도 안 될 경우에는 회유하고 따돌림을 당할 것이라고 협박하거나 보상을 약속하는 행동 등이 나타났다.

조직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다 이 결과에 수긍할 경험을 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모든 조직원들이 부정행위를 할 경우, 이 행위에 동조하지 않고 혼자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 사람은 다양한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게 된다. 결국 이 조직원은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압력을 받는다. 다른 조직원들과 같이 부정행위를 해서 공범이 되든지, 아니면 조직을 떠나든지 해야 한다.

동조현상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먼저 집단의 크기가 영향을 미친다. 집단 내에서 여러 명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는 경우는 흔하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다른 집단원들이 모두 동일한 의견을 내는 상황에서 혼자 틀린 의견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애쉬는 집단원의 수를 변화시켜 가면서 집단의 크기가 동조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그 결과 서너 명으로 구성된 집단에서 동조의 압력이 제일 큰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집단의 일치성이다. 집단 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구성원이 느끼는 동조의 압력은 현저하게 저하된다. 즉, 비동조자가 자신 혼자가 아니라면 그 비동조자의 신분에 관계없이 동조율은 크게 떨어진다. 더욱 놀라운 것은 비동조자의 의견이 자신과 다르더라도 동조의 압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즉, 정답의 유무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비동조자의 존재 유무가 동조의 압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것이다. 다른 비동조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다수의 의견이 맞을 것이라는 신뢰감을 경감시킨다, 또한 외로운 비동조자가 겪을 배척의 두려움을 경감시켜주기 때문에 동조의 압력이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동조 현상에서 제일 극적인 면이 바로 비동조자의 존재 여부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비동조자가 존재할 경우, 평균적으로 동조의 압력은 1/4로 줄어든다. 이 현상을 잘 보여주는 동화가 바로 안데르센의 ‘벌거숭이 임금님’이다. 이 작품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자세한 소개가 필요하지 않다. 어느날 허영심이 많은 왕에게 두 명의 사기꾼이 찾아온다. 이들은 재봉사를 사칭하면서 왕에게 두 명의 재봉사가 찾아와 근사한 옷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 옷은 마음이 나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특별한 옷이었다. 임금님이 이 옷을 입고 길거리에서 행차를 하자 사람들은 모두 아름다운 옷이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한 어린아이가 솔직하게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큰 소리로 외치자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사람들이 모두 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이 동화에서 솔직한 답을 어른이 했는지 어린이가 했는지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한 사람이라도 다른 의견을 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현상은 왜 수많은 독재자들이 단 한 명의 반대자의 존재도 두려워하며, 온갖 무자비한 탄압을 동원해서라도 소수에 불과한 반대자를 없애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잘 말해준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독재자에게 저항한다는 것이 일반에게 알려지면 동조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을 독재자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100% 투표율에 100% 찬성으로 가결되도록 선거 제도를 만들어야만 3대째 세습되는 독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대인은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안건은 부결한다는 불문율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만장일치가 된다는 것은 분명히 복종이나 동조와 같은 사회적 압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반대가 없다는 것은 그 결정이 실패할 경우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조국을 잃고 전 세계에 흩어져 온갖 박해를 받으며 살아오면서도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전 세계의 교육, 언론, 금융과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유대인들이 가지게 된 데에는 그들만의 지혜를 잘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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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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