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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한·중·일, 美 ‘슈퍼 301조’ 카드에 발끈…무역전쟁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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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한·중·일, 美 ‘슈퍼 301조’ 카드에 발끈…무역전쟁 신호탄

美-무역 상대국 간 소송·무역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무역대표부(USTR)가 WTO가 아닌 미국 통상법을 중시한다는 무역정책 청사진을 제시하며 '슈퍼 301조' 부활 가능성을 시사해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무역대표부(USTR)가 WTO가 아닌 미국 통상법을 중시한다는 무역정책 청사진을 제시하며 '슈퍼 301조' 부활 가능성을 시사해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가 아닌 미국 통상법을 중시한다는 무역정책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주요 교역국인 한국·중국·일본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17년 무역정책 의제와 2016년 연례 보고서’를 통해 미국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트럼프식 보호주의정책을 적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불공정 무역으로 미국이 손해를 볼 경우 미국법을 적용해 강력한 보복을 감행하겠다는 ‘슈퍼 301조’(통상법 301조) 부활 부분에 ‘한·미 FTA’를 예로 들었다.

USTR은 보고서에서 “한·미 FTA 이후 한국과의 무역적자가 2배 이상 급격히 늘어났다”며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FTA 발효 직전 연도인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의 한국 수출은 12억 달러(약 1조3800억원) 줄어든 반면 한국 제품 수입액은 130억 달러(약 15조원) 이상 늘었다고 주장했다.

USTR은 이는 미국이 기대한 결과가 아니라면서 “한·미 FTA를 비롯해 미국이 맺은 모든 FTA를 다시 검토할 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 대상국 명단에 한국을 올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자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된 직접적 언급은 한 줄도 없다”며 과도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는 “보고서는 어디까지나 무역적자에 관한 객관적 수치를 제시한 것일 뿐”이라며 “내용의 80%가 중국에 관한 것이고 한국에 대한 내용은 6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비책은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 중국, “WTO 지지하겠다”
미국의 무역적자 확대를 빌미로 대중(對中) 통상 압력을 가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한 달 새 중국에서 수입되는 제품 3건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미 G2(미국·중국)의 무역 마찰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USTR의 보고서는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USTR은 보고서에서 “현재의 세계 무역 제도는 중국에 유리하게 돌아간다”며 중국에 노골적인 반감을 나타냈다.

특히 “미국 무역적자의 절반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미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현저히 둔화했다”고 지적했다.

2일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WTO를 중심으로 한 공평하고 개방적인 다자간 무역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국제 무역 증진과 세계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미국을 견제했다.

이어 중국이 WTO를 지지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올 초 다보스포럼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해서 아니(No)라고 말해야 한다”며 취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에 맞서겠다고 주장했다.

산케이신문은 미국이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 노선을 고수하면서 계획경제 체제 하에 있는 중국이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미 상부무가 지난달 8일 발표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3470억 달러(약 399조원)로 전년 대비 5.5%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 내달 美부통령 방문 앞둔 일본…“대화로 풀어보자”
트럼프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후 식었던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미·일 정상회담 후 급격히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동맹국 일본에게도 화살을 겨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이날 USTR의 보고서에 일본에서는 “미국이 FTA 등을 통해 일본에 시장을 개발하라는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부분 때문이다.

일본은 미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2016년 무역통계 상 미국에게 2번째로 많은 무역적자를 안겨준 국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조작국’ ‘무역불균형국’ 발언은 지난 미·일 정상회담 후 일단 자취를 감췄지만 일본 정부는 미 재무부의 4월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가 남아 있어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환율에 이어 통상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르자 4월 일본을 방문하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의 ‘경제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이 ‘슈퍼 301조’ 카드를 꺼내들자 트럼프 행정부가 최우선으로 여기는 인프라 투자 분야에서 일본의 기술·자금력을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슈퍼 301조는 미국이 불공정 무역행위가 있다고 판단한 무역 상대국에게 차별적인 보복을 가능하도록 한 법안이다.

1980년대 ‘쌍둥이 적자’로 몸살을 앓은 미국은 1985년 슈퍼 301조를 통해 ‘플라자합의’를 이끌어냈다.

결국 ‘경제 거인’이었던 일본의 엔화환율은 달러당 230엔대에서 120엔대로 급락하며 엔화가치가 치솟는 결과를 낳았고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