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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승의 직접] 혼자vs함께 문화… 시대가 만든 희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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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승의 직접] 혼자vs함께 문화… 시대가 만든 희대의 비극

칸막이로 구분된 식당 내부. 사진=유호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칸막이로 구분된 식당 내부. 사진=유호승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밥(혼자 밥먹기) ▲혼술(혼자 술마시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등 이른바 ‘혼자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혼술남녀’라는 드라마가 등장할 정도로 이 문화는 유행을 넘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반면 혼자 살고 싶지만 여러 이유로 집을 공유하는 ‘함께 문화’도 등장했다. 서울시 원룸 평균 월세는 45만원. 주거비 부담으로 1인 가구가 ‘셰어하우스’라는 이름 아래 모이고 있다. 상충된 두 문화를 모두 체험해봤다.
서울 중구 신촌에 위치한 1인 공부카페. 사진=유호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신촌에 위치한 1인 공부카페. 사진=유호승 기자

■ “혼자 다녀도 부끄럽지 않다”


혼밥으로 유명한 신촌의 한 일본라멘집을 방문했다. 음식주문과 식사, 계산에 이르기까지 종업원의 얼굴을 한번도 볼 수 없다. 주문은 식권발매기로, 음식은 천으로 가려진 벽을 통해 나온다.

좌석은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기자 동료와 함께 식당을 방문했지만 음식을 먹는 내내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오롯이 음식에만 집중했다. 좁은 칸막이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서글프기도 했지만 혼밥 문화를 체험하기에 이만한 식당도 없다.

식사 후 한 카페를 찾았다. 입장료는 ▲2시간 3000원 ▲1일 6000원이다. 1인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위한 곳으로 마치 비행기 비즈니스석과 비슷한 인테리어다. ‘Seat 05A’에 앉아 공부하면 된다. 일반 카페가 카공족을 불청객으로 바라보는 반면 이곳은 손님으로 대하는 느낌이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셰어하우스의 커피포트 3개. 사진=유호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셰어하우스의 커피포트 3개. 사진=유호승 기자

■ “외로움은 절반이 되고 절약은 두배가 된다”


밥솥도 3개, 커피포트도 3개, 드라이기도 3개. 1인 가구 3곳이 뭉쳐 셰어하우스를 시작했다.

서울 동작구 대학가에 위치한 이 집에는 직장인 2명과 취업준비생 1명이 함께 산다. 이들은 대학동기로 전셋집을 구해 지난달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다. 이들은 같이 살아 불편한 점도 많지만 주거비 부담은 확실히 줄어 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인 A씨는 “대학동기 3명이 같이 사니 외로움은 절반이 되고 절약은 두배가 된다”며 “월세와 공과금에만 한달 월급의 4분의 1을 썼다. 지금은 절반 정도만 지출하게 돼 그만큼 저축액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B씨는 “서울생활 10여년간 월세로 수천만원을 썼다”며 “대학 입학 때부터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함께 살았다면 어땠을까하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유호승의 체험후기]


‘혼자’와 ‘함께’ 문화를 모두 체험하면서 슬픔을 느꼈다. 이들의 원점은 ‘돈’이다. 가계소득 증가율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니 함께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혼자 하거나 함께 사는 것이다. 서울시 1인 가구 비율은 36.38%로 1980년 4.5%에 비해 9배나 늘었다.

사회문화적 현상인 기러기 가족과 이혼율 증가 등으로 1인 가구 비율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선택적 1인 가구가 아닌 빈곤과 사회적 고립으로 혼자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개인주의로 시작된 혼자 문화와, 금전 문제로 발생한 함께 문화. 시작점은 다르지만 두 문화는 시대가 만든 희대의 비극이다.
유호승 기자 y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