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 중고차 가격 산정에 가치와 효용 포함돼야

기사입력 : 2017-03-1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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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도 (주)유카 대표이사
부자(父子) 간에도 믿지 못하는 것이 중고차 가격이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 말의 의미를 부자간의 신뢰성이나 도덕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중고차를 거래하면서는 부자간에도 속이거나 속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위 말은 양심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중고차 가격이 그 만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난도(難度)의 관점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아들이 산정한 중고차 가격이라 해도 아버지가 쉽게 그 가격의 적정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중고차 가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일까. 좀 고루한 표현이지만 중고차를 일물일급(一物一級) 일물일가(一物一價) 상품이라고 한다. 차 한대 마다 모두 품질등급이 다르고 그에 따라 가격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말이다. 신차 메이커의 출고사무소에는 요즘도 하루에 수 천대의 신차가 고객에게 인도된다. 이 중에는 차종, 등급(Trim), 옵션, 심지어 색상까지 동일한 차량 수 십대가 동시에 출고되기도 한다. 5년 후 혹은 10년 후에 그 동갑내기 차들을 다시 한 자리에 모아둔다고 생각해 보자. 모아 놓은 중고차의 소유자나 운행 목적 그리고 운행 지역과 운행 거리 별로 천차만별 품질상태 차이를 보일 것이 틀림없다.

그런 중고차의 상품성을 일일이 평가하여 합당한 가격을 산정하는 작업이 그리 쉬울 리가 없다. 그 차의 운행 이력 등 관련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차량의 소유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는 가급적 숨기거나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고차 가격 혹은 가치의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여러 가지 오해와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중고차 가격의 해결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나 시스템도 적지 않다. 남들이 잘 모르는 중고차 가격을 내가 혹은 내 시스템이 알려 주겠노라고 당차게 말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가격 신뢰성의 이유로, 개인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양심 등을 내걸고 기업들은 가격산정 알고리즘이나 집적된 데이터의 우위를 내 세운다. 소책자 형태의 시세표들도 많이 만들어져 있고 인터넷 상에도 그런 가격 정보가 넘쳐 나고 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중고차시장 사람들의 가격관련 공약(?)을 잘 믿지 않는다.

중고차의 적정 유통가치 혹은 유통가격은 어떤 방식으로 산정되고 있을까? 크게 보아 대략 두 가지 방식의 산정이 가능하다. 그 하나는 신차가격 혹은 특정의 기준가격을 기반으로 대상차량에 대해 상태, 성능 별로 더하기, 빼기를 반복하여 산정하는 방법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통계화된 경험적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대상 차량의 가격을 유추해 내는 방법이다. 전자는 일본의 중고차사정협회나 우리나라 진단보증협회의 가격산정 시스템에 매우 정교(?)한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다. 후자는 중고차 시세표를 만드는 업체나 자동차 포털 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중고차 딜러들은 두 가지 방법을 적당히 혼용하여 중고차 가격을 산정하고 있다. 언뜻 보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식으로 가격을 산정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논리도 있어 보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객관성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왜 중고차 가격에 대한 신뢰가 낮고 심지어 아버지가 산정한 가격을 아들이 확신하지 못하는 걸까. 가장 큰 문제는 중고차 가격관련 데이터가 있어 보이기만 하고 실제로는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있다고 하더라도 공개가 되지 않아 활용을 전혀 할 수 없다. 불투명한 중고차거래 관행으로 인해 실제 거래가 이루어진 가격이 데이터 형태로 보관되거나 집적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당사자의 머리 속과 은행 계좌에서만 잠깐 머물렀다가 사라진다. 통계청에서 국세청 자료를 받아 공표하는 연도별 중고차 매출액이나 매매업체 이익률이 허황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중고차시장에서 사용되는 시세표들은 대체로 임의의 추정가격을 기준으로 해서 주기적으로 가감 작업을 하여 만들어진다. 나름대로는 시장 가격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감수를 거쳐 만든다고 하나 산정가격의 임의성에 대한 시비를 빗겨가기 어렵다. 역시 실제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중고차 가격의 구조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할 수도 있으나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입수 가능한 실 거래가격은 자동차 경매장 혹은 공매장의 낙찰가격이다. 비록 도매가격이기는 하지만 이 낙찰가격은 거래 데이터의 수나 데이터의 진실성 그리고 관리 가능 측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실 거래가격을 보여준다. 거래량이 많은 차군에 대해서는 차량 등급별 혹은 품질 등급별로도 거래 시세의 구분 파악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경매가격은 각 경매장들이 각각 개별적 목적으로만 관리 활용하고 있고 우리나라 전체 낙찰차량의 가격 데이터는 아직 종합적으로 관리되고 있지 못하다.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금년 7월부터는 중고차 판매시 현금영수증 발행이 의무화된다. 실거래 판매가격의 신고가 의무화됨에 따라 매입가격도 따라서 투명화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중고차 사업자들에게는 매우 고통스럽고 부담이 되는 제도이지만 적어도 중고차 가격과 관련된 정보는 획기적으로 업 그레이드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고차” 하면 떠 오르는 두 가지 핵심 난제인 “가격”과 “품질” 중에서 우선 가격이 음지에서 양지로 옮겨져 관리되게 된다는 의미다. 중고차 유통이력 50년을 눈 앞에 둔 시점에서의 큰 변화다.

중고차 가격과 관련해서 소비자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비단 “싸고, 비싸고”의 문제 만이 아니다. 불명확한 정보로 인해 자신의 판단이 흐려지고 그런 판단착오가 결국 기만의 결과로 이어지는 “기분 나쁜 예감”을 불안해 하는 것이다. 만약 팔거나 사려고 하는 차가 얼마에 거래되었었다는 과거의 사실(Facts)이라도 확인해 볼 수 있다면 그 불안은 크게 줄어 들 것이다. 중고차시장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확인된 사실에 대해 “왜 싼지” 혹은 “왜 비싼지”를 설명해 주는 일이다

많은 중고차딜러들이 소비자들은 대부분 무조건 싼 차 만을 고집한다고 얘기한다. 10만원 이라도 더 비싸면 팔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소비자들은 현명하다. 딜러들이 가격 이외의 '가치'나 '효용'을 제시해 주지 않으니 최소한 가격이라도 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고차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싼 값'인지 혹은 '제 값'인지를 이제는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제 값을 받기 위해 그 중고차에 포함되어야 할 가치와 효용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 가치와 효용을 담아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을 해야 한다. 이것이 중고차시장 사람들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일이다.
신현도 (주)유카 대표이사 신현도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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