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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노동자의 죽음… 사과도 해명도 없는 BGF 리테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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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노동자의 죽음… 사과도 해명도 없는 BGF 리테일(종합)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은 23일 오전 서울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어떻게 연락 한 번 없습니까?-경산CU편의점알바노동자 살해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지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은 23일 오전 서울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어떻게 연락 한 번 없습니까?-경산CU편의점알바노동자 살해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지명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CU 본사는 유가족에게 사과하라! BGF 리테일은 유가족에게 사과해라!”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 앞. 노란색 조끼를 입은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노조원이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경산 CU 편의점사건 해결을 위한 모임(유가족, 피해자의 친구, 알바노조 등)이 BGF리테일을 향한 공식 사과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경북 경산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 노동자 김모씨(35)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편의점에서 숙취해소 음료를 구입한 중국 국적 용의자 조모씨(51)가 봉투 값을 요구하는 김씨의 말에 격분해 집에서 흉기를 들고 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이하 ‘알바노조’)는 이날 ‘어떻게 연락 한 번 없습니까?-경산 CU편의점 알바 노동자 살해사건 CU도 책임져야’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원기 대변인은 “사건 직후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본사는 한 번도 유가족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심지어 유가족이 먼저 연락을 취했으나 본사는 아직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는 현실에 인간적인 도의를 다하지 못하는 CU 프랜차이즈 본사에 분노해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은 23일 오전 서울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어떻게 연락 한 번 없습니까?-경산CU편의점알바노동자 살해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지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은 23일 오전 서울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어떻게 연락 한 번 없습니까?-경산CU편의점알바노동자 살해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지명 기자
고인의 친구 이모씨(가명)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친구의 억울한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100일이 다 되어 가는 동안 (본사 측은) 어떻게 연락 한 번 없을 수 있냐”며 “가맹점은 본사의 관리를 받는 구조라고 변명하지만 사람이 죽었는데 본사 차원에서 사과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큰 기업인 만큼 사회적인 책임도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자 김모씨의 아버지 A씨는 “하나뿐인 아들을 잃고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의미가 없다. 그런데 본사 직원 누구 하나 전화로 위로나 사과의 말 한마디가 없다. 도저히 참다못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 본사의 사과를 바란다”고 밝혔다.

알바조합 측에 따르면 지난주 본사 책임자와 정식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23일 오전 BGF리테일 측은 기자회견 직전 “가맹점의 의무를 본사에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공문으로 공식 견해를 밝혔다. 이날 BGF리테일 정문은 기자회견을 의식한 듯 폐쇄됐다.
알바조합 측과 BGF리테일 관계자와의 실랑이가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알바조합은 후문으로 이동해 “책임자와의 면담을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후문 역시 BGF리테일 관계자들로 인해 폐쇄됐고 서울 강남경찰서는 불법집회‧영업방해를 이유로 자진해산을 요청했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은 23일 오전 서울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어떻게 연락 한 번 없습니까?-경산CU편의점알바노동자 살해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지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은 23일 오전 서울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어떻게 연락 한 번 없습니까?-경산CU편의점알바노동자 살해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지명 기자
이후 총무팀장이 내려와 회사 측의 의견을 전달했다. BGF리테일 측은 △사측과 면담하고 싶다면 유가족과 노조 대표만 건물에 들어올 것을 요구했고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알바노조는 △유가족 아버지, 유가족 친구, 알바노조 위원장, 알바노조 대표, 기록자가 들어가겠다고 밝혔으나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BGF리테일은 비공개로 상생협력실장, 고객지원팀장 2명의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최종 통보했으나 끝까지 알바노조 측의 인원 제한을 요구했다. 결국 양측의 면담은 결렬됐다. BGF리테일은 “더는 할 말이 없다. 공식 입장은 공문으로 이미 전했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알바노조는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과 박재구 대표가 유가족에게 공개적인 사과 △유가족에게 합당한 보상 △편의점 알바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대책 마련 △무리한 야간 영업 중지 등을 요구했다.

노무법인 삶 홍종기 공인노무사는 “가맹점에서 일어난 일들에 본사도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 안전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편의점은 24시간 열려 있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됐다. 호신 도구를 배치하고 위험에 대한 매뉴얼을 본사에서 숙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