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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소는 누가 키우나?” 롯데의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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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소는 누가 키우나?” 롯데의 곡소리

조규봉 생활경제부 부장
조규봉 생활경제부 부장
[글로벌이코노믹 조규봉 기자] 얼마 전 서울 남대문에서 패션잡화 장사를 하던 지인이 폐업을 했다. 장사가 예전만 못한 게 폐업의 이유였다. 지인의 최대 고객은 중국인들이었다. 1~2월 달까지 꾸준히 오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3월부터 뜸했고, 4월에는 거의 ‘절벽’ 수준이라는 게 사장의 전언이다. 떼거지로 몰려왔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든 이유는 알다시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문이다. 중국은 호시탐탐 우리 기업들을 노렸다. 자국 내 경쟁력을 좀먹는 외국기업이 눈엣가시였다. 사드는 그런 중국에 명분이 됐다. 한한령을 통해 반한 감정을 부추겼고, 여행 금지 명령까지 내렸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3월부터 내수가 꺾였고, 4월부터는 타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패션유통업계다. 늘어나는 관광객들을 보고 늘린 면세점업계는 직원들이 상여금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글로벌 면세점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롯데의 경우 1조원 가까운 손실을 보고 있다. 유통업계에 곡소리 아닌 곡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언론에서는 매일 사드 배치로 인한 유통업계의 매출 감소를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보도를 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 이를 상대로 한 내수기업들의 매출 하락과 영업이익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내에서 우리나라 기업을 상대로 한 사드 보복 조치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우리나라를 정조준해서 한국의 사드 배치를 비난하기 바쁘다. 정상적인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국 기업에 대해 영업정지를 했다거나, 판매 금지를 했다는 내용들이 부지기수다. 시점도 애매하다. 롯데마트의 영업정지 보도만해도 이미 지난해 4월에 있었던 일이다. 중국 언론들은 이를 마치 최근에 있었던 것처럼 호도해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중국의 언론을 등에 업고 앞잡이 역할을 하기도 했다. 1년도 지난 사실을 중국 언론이 마치 최근에 일어난 것처럼 보도한 것을 우리 언론들은 확인도 안 한 채 받아쓰기 급급했으니 말이다. 롯데마트가 억울해도 누구 하나 하소연을 들어주는 곳이 없었다. 중국 언론이 우리나라와 특정기업을 공격대상으로 삼고 이미 지난 팩트에 연연해 쓴 기사를 한국 언론들이 자연스럽게 받아 오히려 화를 부추기는 꼴이다.

중국에 사업채를 둔 한국 기업들은 암담하다. 중국이 한국기업에 사업장을 떠나라고 하는 게 아니라, 사업채는 유지하면서 영업정지만 하는 모양새여서 투자한만큼 이익을 내지 못하는 한국 기업으로서는 막막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롯데다. 지금 롯데는 중국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롯데가 중국에서 발을 빼려고 해도 계약에 따른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줘야 한다. 중국이 롯데를 잡아놓고 야금야금 고통을 주는 상황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요즘 그 누구보다도 바쁜 일정을 살고 있다. 일정은 말은 안 해도 알 것이다. 하루는 법정에, 또 하루는 검찰에… . 대기업 오너가 업무보다는 매일 재판장에 나가는 게 일이다. 롯데가 MB정권의 수혜를 입은 기업이라고 하지만 사드 문제 때문에 지금은 곤경에 처해 있다.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판 무덤이다. 롯데의 변명이 그렇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야 되겠나. 그렇지만 자기 집에 불이 났는데 불구경하는 형국이다.

중국인들이 오지 않아 내수가 바닥이다. 몇 년 전 유행한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말이 있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대권후보들의 목소리는 높지만 정작 소는 누가 키우나? 반문이 나온다.
조규봉 기자 ck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