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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승의 직접] 삼성 에어컨 공장 가보니… “사람은 없고 로봇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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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승의 직접] 삼성 에어컨 공장 가보니… “사람은 없고 로봇만 가득!”

삼성전자 직원들이 지난 18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에어컨 생산라인에서 무풍에어컨을 조립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직원들이 지난 18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에어컨 생산라인에서 무풍에어컨을 조립하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삼성전자 광주공장을 지난 18일 방문했다. 에어컨을 생산하는 이곳은 예년보다 조금 일찍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해 분주한 모습이다.

올해 4~6월 기온이 평년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지난해 때이른 무더위에 고생한 소비자들이 에어컨을 찾으면서 생산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풀가동에 돌입한 광주공장은 주말도 잊고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공장을 둘러보며 떠오른 첫 번째 감정은 ‘슬픔’이었다. 이곳은 ‘스마트팩토리’를 지향한다. 자동화는 기본이고 한단계 진보된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품질관리 시스템에 주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자동화는 기본이고 품질관리가 핵심이라는 것.

공장에서 일하는 임직원의 숫자는 생각보다 적었다. 스마트팩토리라는 자동화 생산이 이뤄지며 ‘인력’으로 수행하던 업무를 ‘로봇’이 대신하고 있다. 인류가 로봇에 패배한 느낌이다.

광주공장은 지난 2013년부터 라인 자동화를 실시했다. 아울러 지난해 말부터는 사물인터넷(IoT)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로봇 생산라인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20년까지는 스마트팩토리를 완성할 방침이다.

현재 광주공장에는 3500여명이 근무한다. 제조업 종사자는 2483명, 개발·기술 656명, 품질 234명, 구매·지원 144명 등이다. 이중 몇명은 스마트팩토리 완성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삼성전자 정밀금형개발센터 직원이 초정밀 가공 밀링기를 통해 금형 부품을 가공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정밀금형개발센터 직원이 초정밀 가공 밀링기를 통해 금형 부품을 가공하고 있다.

에어컨 공장을 나서 정밀금형개발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2010년 25만5000㎡(7700평) 부지에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된 금형 연구·생산시설이다. 가공과 사출, 프레스와 관련된 다양한 종류의 금형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센터는 에어컨 공장 보다 사람이 더 없었다. 근무인원이 적다는 것이 아닌 공장 내부에 사람이 거의 없다. 전 공정이 대부분 자동화돼 24시간 무인가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언로딩(금형 작업시 기계에 넣고 빼는 작업)은 100% 자동화됐다. 폭스바겐 금형공장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편에 속하는데 언로딩이 100% 자동화된 곳은 삼성 정밀금형개발센터 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해당 센터는 축구장 2개 규모다. 평균 20억원에 달하는 장비들이 근로자를 대신하고 있다. 근무인력은 엔지니어 250여명이 전부다.

최근 OECD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약 9%의 일자리가 자동화 될 것으로 분석됐다. 동료 10명 중 1명은 기계에 밀려 직장을 떠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우리의 일자리가 점점 줄고 있다는 얘기는 지겹도록 들어왔지만, 실제 생산현장에서 접하게 되니 서글픈 감정은 더욱 커졌다. 품질향상과 신속·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이 우리의 목을 조르고 있다. 이제 상사가 아닌 로봇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