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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의 리더십’ 구자경 LG 명예회장, 93세 생일… “소비자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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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의 리더십’ 구자경 LG 명예회장, 93세 생일… “소비자가 답이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24일 93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24일 93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24일 93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1925년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고(故) 연암 구인회 LG 창업 회장의 첫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진주사범학교를 나와 5년간 교사생활을 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교사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경청의 리더십’을 통해 회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70년 럭키금성그룹 회장으로 취임해 1995년까지 약 25년간 회사를 진두지휘했다. 그가 취임할 당시 럭키금성그룹의 매출액은 260억원에 불과했지만 1995년 퇴임할 당시에는 30조원 규모로 늘어났다.

구 명예회장의 리더십과 관련해 재밌는 일화가 있다. 그는 회장 직함을 달고 있을 때에도 평소 대리점과 서비스센터, 공장 등을 방문해 고객과 직접 만났다.

어느날 주부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긴 구 명예회장은 “우리 제품을 써보니 어떻습니까. 개선사항이 있을까요”라고 질문했다.

주부들은 ▲냉장고는 주부 혼자 옮기기 힘들다. 바퀴를 달아야 한다 ▲냉장고 뒤쪽에 고무패킹을 달면 설치할 때 좋을 것 같다 ▲세탁기 뚜껑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등을 주문했다.

이 대화를 토대로 구 명예회장은 고객을 배려한 제품을 개발하라고 현업부서에 지시한다. 화려한 첨단기술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에 답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의 현장경험은 회사의 기업문화 자체도 바꿨다. 구 명예회장이 지방 생산현장을 방문하거나 해외 출장시 영접하고 환송하는 것을 허례허식으로 판단해 이를 없앴다.
아울러 인재양성에도 주력했다. 낙후된 농촌의 균형발전을 위해 1974년 천안연암대학을, 우수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1984년 연암공업대학을 각각 설립했다. 두 대학은 현재 전문 농업인과 우수 기술인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만 70세가 되던 해인 1995년 장남 구본무 LG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이후 충남 천안으로 내려가 분재와 버섯 재배 등을 하며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구 명예회장은 생일을 맞아 특별한 일정 없이 가족들과 조촐하게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