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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자동차, '합작전략'으로 일단 글로벌화에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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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자동차, '합작전략'으로 일단 글로벌화에 성공

[세계로 도약하는 중국기업(6)] 中 최대 로컬자동차 기업 '상하이자동차그룹'(하)
SAIC 중국시장 재패 후 쌍용자동차 '토사구팽'

쌍용자동차와 알리바바의 기술력으로 탄생시킨 상하이자동차의 SUV '롱웨이 RX5'. 자료=saicgroup.com이미지 확대보기
쌍용자동차와 알리바바의 기술력으로 탄생시킨 상하이자동차의 SUV '롱웨이 RX5'. 자료=saicgroup.com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상하이자동차와 알리바바는 2016년 7월 매우 흥미로운 신제품을 선보였다. '롱웨이(荣威. ROEWE) RX5'라고 이름 붙여진 이 SUV는 알리바바의 모바일과 웨어러블 등에 맞춰 개발한 '윤(Yun)OS'를 탑재해 스마트 디바이스와의 연동으로 시동 및 잠금장치, 에어컨 온도조절, 보안 점검 등을 원격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10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롱웨이 RX5'의 주역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상하이자동차를 중국 최대의 자동차기업으로 만들고 쓸쓸히 '토사구팽'의 길을 간 쌍용자동차다. 당시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로 인한 손실이 너무 커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모든 것은 상하이자동차의 고도의 전략이었다.

■ 쌍용자동차 포기…기술 이전은 성공


당초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의 경영권을 확보해 로컬시장에서 최고의 생산 및 판매 업체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내세워 쌍용의 주식을 확보했다. 상하이자동차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중국 란싱그룹으로부터 41억 위안(약 6727억원)을 투자해 쌍용자동차 주식 48.92%를 인수했고, 그 후 51.3%까지 보유량을 늘렸다. 그리하여 브랜드 인지도와 제조 기술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지름길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중국의 저렴한 생산비용과 쌍용의 브랜드와 기술이 결합하였을 경우의 시너지 효과는 당초 예상과는 달랐다. 쌍용자동차의 상황은 점점 악화되었고 쌍용자동차 내부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문제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외부위기 등 종합적인 문제는 쌍용자동차를 파산 직전까지 몰아갔고,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 역시 손해가 막심했다.

연간 생산량이 22만 대에 달하던 쌍용자동차는 2008년 8만1000대라는 최악의 경영을 기록했고, 결국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에 자금 공급을 중단해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당시 상황에 대한 상하이자동차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상하이자동차의 손실은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일 뿐, 사실 쌍용자동차의 기술력 이전은 이미 성공한 셈이었다.

물론 쌍용자동차 내에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이 몇 명 없었고, 생산관리 수준과 기술 장비, 기술 개발 능력 역시 상하이 자동차가 예상했던 것과 차이가 많았다는 핑계도 뒤따랐지만, 누가 봐도 이런 상황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아무리 경영이 어려운 쌍용이라도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로서 영어를 구사하는 기술사원 정도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만약 쌍용자동차가 벤츠사의 기술 지원, 특히 디젤엔진 쪽의 기술과 부품 제공이 없었다면 상하이자동차는 애당초 쌍용을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부실기업임을 알고 있음에도 쌍용을 품었던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하이자동차의 판단력은 정확했고, 그토록 가지고 싶어 하던 기술력은 이미 수중에 모셔둔 상태였다.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상하이자동차의 이러한 행태를 기업사냥을 통한 기술력 이전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이 언론을 통해 확산되자 쌍용자동차 노조는 주한중국대사관을 찾아가 "한국의 자동차 기술을 훔쳐가고, 원래 투자 협정을 위반했다"라며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를 규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약육강식의 기업 생태는 여전히 '승자승'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쌍용자동차의 토사구팽은 세월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상하이 국제 모터쇼 개막식에서 선보인 컨셉트카 'MG E-모션'. 자료=saicgroup.com이미지 확대보기
상하이 국제 모터쇼 개막식에서 선보인 컨셉트카 'MG E-모션'. 자료=saicgroup.com

정부 자동차 산업 진흥 정책 힘입은 상하이자동차의 '합작 전략'

상하이자동차는 자체 브랜드뿐만 아니라 합작 생산한 자동차들을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글로벌 자동차제조사들과도 협력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상하이통용은 제너널모터스(GM)와 상하이자동차(SAIC)가 합작·설립했으며, 상치통용우링은 제너널모터스(GM)와 상하이자동차(SAIC), 우링자동차(Wuling Motors) 등 3사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상하이다중 또한 폭스바겐(Volkswagen)과의 합작으로 탄생했다.

이러한 상하이자동차의 합작 전략은 단순히 기업의 목적을 벗어나 중앙정부의 자동차 산업 진흥 정책과 연관이 있다. 중국 정부는 외국 자동차 기업의 중국시장 단독 진출을 허용하지 않고, 세계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들과 합작할 수 있는 제도을 통해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려한 것이다. 그 선봉장 역할을 맡은 기업이 바로 상하이자동차다.

이처럼 일반 중국 기업과 성장과정부터 달랐던 상하이자동차는 결국 선진화된 관리방식과 품질 경영전략의 중요성을 인식했으며, 선진 기업의 기술을 적극 접목시켜, 일체화 시키는 성장 전략을 완성시켰다. 단기적으로는 기술 습득과 기업조직의 혁신, M&A를 통한 양적성장을 추진했으며, 장기적으로는 경영혁신을 통한 기업의 국제화, 다각화, 고객 지향적 기술 및 제품 개발 등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글로벌시장 진입을 목표로 R&D 수준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확대시켰으며, 그동안의 합작사를 통해 개발된 프리미엄급 차종으로 국제시장 진입과 함께, 적극적인 M&A와 글로벌 제휴관계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비록 그 과정이 그리 정당한 형태는 아닌 것으로 평가받지만, 결국 상하이자동차는 이러한 합작 전략을 통해 중국 기업으로서는 꽤 성공적으로 글로벌화를 이룬 기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무대의 진정한 승자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과연 앞으로는 어떤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시도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 5대 로컬자동차 브랜드 '상하이∙이치∙둥펑∙체리∙창안'. 자료=글로벌이코노믹 편집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5대 로컬자동차 브랜드 '상하이∙이치∙둥펑∙체리∙창안'. 자료=글로벌이코노믹 편집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