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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관료출신 首長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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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관료출신 首長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김진환 금융증권부 부장
김진환 금융증권부 부장
올해 들어 큰 이슈가 없던 금융권에 首長 인사를 두고 4월 한 달이 시끌시끌했다. 한 곳은 서로 은행장을 하겠다고 정부와 중앙회가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다 선임하지도 못하고 직무대행 체제로 넘어갔고 다른 한 곳은 지금까지 잘했으니 앞으로 더 잘하라며 일사천리로 연임을 성공시켰다.

전자는 SH수협은행이고 후자는 NH농협금융지주다.
수협은행은 이원태 전 행장의 임기가 끝난 지난 12일까지 새 행장 선임을 하지 못해 직무대행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협 행장추천위원회는 지난 두 달간 무려 10여 차례의 회의를 열었지만 결국 후보 선출에 실패했다. 직무대행으로 운영되던 지난 20일 행추위도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미는 전 이원태 행장을 수협중앙회와 노조는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수협의 성격상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자금 회수를 위해 관리형 인사가 행장이 되길 바란다. 100% 지분을 가진 수협중앙회와 노조는 독립성 확보를 위해 금융전문가를 원하고 있다. 양측 모두 양보 없이 행장 공백 사태까지 왔다. 대선이 코 앞인 상황이라 행장 선출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것이란게 업계의 일반된 견해다.

관료출신이라고 실적에 대한 정확한 평가 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중앙회도 조직원의 마음도 얻지 못한 CEO도 다 잘나 보이진 않는다. 행장 한 명 뽑지 못하는 수협에 어떤 사람이 믿고 돈을 맡길 수 있겠나. 행장 공석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수협의 주인인 어민에게 간다. 그 사실을 정부와 중앙회는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반면 수협과 너무나도 비슷한 조직인 농협금융지주는 신임 회장 인선을 잡음 없이 재빨리 마무리 했다. 농협금융지주 김용환 회장의 연임에는 의미가 크다. 하나는 2012년 지주 설립 이래 첫 연임 성공, 하나는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임기를 마친 회장이라는 점이다. 앞선 회장들이 2년의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임기를 꽉 채웠다는 것만으로도 김 회장은 제 역할을 했다. 게다가 처음으로 연임까지 성공하니 김 회장의 조직내 장악력과 지난 2년간 보여준 실적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김 회장과 견줄만한 후보군이 없었다는 점도 이유가 됐겠지만 농협금융의 임원추천위원회는 불과 4차례 만에 결과를 내놨다. 선택의 배경은 무엇보다 탁월한 실적이다. 2015년 취임한 김 회장은 아킬레스건인 조선·해운의 심각한 적자를 빅배스 단행으로 다 털어냈다. 지난해 상반기 1조70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해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안고 시작했지만 하반기에는 52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시중은행과 견주어 “부족함이 없다. 우리도 잘하고 있다”는 신뢰가 형성됐다.

김 회장 연임 확정 이후 농협 사내 분위기는 대부분 긍정적이라고 한다. 강성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농협노조도 관료출신인 김 회장에 대한 반대가 거의 없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회장의 임기가 짧아 제대로 된 정책이 실현되지 못한다며 아쉬워한다.
요즘 CEO는 실적으로만 평가받지 않는다. 리더십도 갖춰야 한다. 특히 낙하산에 대해선 병적으로 기피증을 보이는 한국 조직에선 관료출신이 살아남기 위해선 직원과의 소통은 필수다. 그런 면에서 김 회장에 대한 평가는 후하다. 사석에서 만난 금융지주 한 직원은 김 회장에 대해 “우리 회장님은 참 좋으세요” 이렇게 말했다.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말단 직원의 말이지만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평소 김 회장이 회사 입장을 강하기 밀어붙이기도 하지만 직원들 입장에서 많이 생각해주고 배려해 주는 게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실력은 인정받고 직원 신뢰도 얻고 거기다 자기 사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농협중앙회의 마음마저 얻었으니 앞으로 농협금융지주의 앞날은 밝아 보인다.



김진환 기자 gba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