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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호흡이 갖는 강력한 힘 믿는 뚝심의 한국춤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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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호흡이 갖는 강력한 힘 믿는 뚝심의 한국춤꾼

[예비한류스타(26)] 장래훈 부산시립무용단 한국무용 수석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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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훈의 '소도'
쉼 없이 연습하고 새로운 것 탐구

한국적 해학과 창작 무용에 매료

뛰어난 독창적 표현 능력 보유

인간의 몸 해석하는 담론 즐기며

현대 감각의 컨템포러리 춤 존중

전통 속에서 춤의 미래 가치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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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훈의 '한량무'
장래훈(蔣來勳, Jang Rae Hyoun)은 혁명의 기운이 꿈틀되던 해의 정월 스무 아흐레, 양산 통도사를 지척에 두고 황소의 기운과 품성을 듬뿍 받고 부친 장완상과 모친 이윤조 사이의 3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수려한 자연은 자신을 수양시키는 천연 도량이었고 주변에는 늘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들로 둘러 싸여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에게서 충성, 진실, 인내와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전통무용을 하는 부산 춤꾼으로서 그의 춤 행보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 이미지에 겹쳐지는 우애로 맺어진 붉은 소나무, 전설이 실핏줄처럼 엮여 덤불을 이룬 곳/ 느릿한 소나무 여린 바람을 타는 붉은 숲 있었지요/ 늙은 숲 가랑이 사이로/ 홍시처럼 볼그스레 가을이 타올라/ 한없이 흔들리던 붉은 숲/ 투두둑 또르르/ 도토리 알들이 붉은 숲속으로 굴러 들어오고/ 주저리주저리 이바구 쏟아 부으며/ 숲속 이야기하다가/ 밤으로 번진 붉은 숲/ 산사시나무처럼 세상을 떨며/ 올가미에 메인 아픔 보담으며 /통 큰 치마로 토해놓는 사연들을 씻김하는/ 붉은 숲 있었지요.

초등학교 시절, 래훈은 우연히 피아노를 접하게 된다. 피아노 공부를 하던 중 옆 반에서 누나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춤에 매료되어 피아노를 뒤로하고 무용에 관심을 두게 된다. 개운중학교 때 송범의 친구인 이척 선생을 만나면서 래훈의 인생은 새로운 세계로 접어들게 된다. 효암고, 경성대 무용학과, 경성대 대학원에 이르는 과정은 자라다 멈추고 다시 자라나는 팬텀 크리스털처럼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었고, 그 간극은 부드러움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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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훈의 '동래학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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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훈의 '승무'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도제 수업, 인고의 세월 속에 이매방, 김진홍, 황무봉, 임이조 선생이 스승들로 자리 잡는다. 스승들은 그의 버팀목이 되었고, 그는 스승들을 감싸는 이끼가 되었다. 화려한 빛으로 스승들이 부각될 때, 자신은 직사광선을 받으면 고사하는 이끼처럼 자신을 감추었다. 래훈은 바람 부는 춤판에 헌신하며 춤 동지들과 한 몸이 되어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오늘을 일구어 왔다. 래훈에게도 전통 춤판의 느린 흐름이 유속을 빨리하는 때가 온 것이다.

춤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부단한 연습이다. 쉼없이 연습하고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점이 장래훈의 장점이다. 래훈은 매사에 자신감과 긍정적 마인드로 임하며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한발씩 여유 있게 나아간다. 래훈의 튼실한 몸집에서 연기되는 섬세한 춤 행위 자체만으로도 전통을 아우르는 한국적 해학과 창작 무용을 담당할 재목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권위는 자신의 브랜드가 되어있다.

춤, 영화, 음악 중에서 그가 좋아하는 타 장르는 뮤지컬이다. 래훈은 미술과 의상에도 관심이 많다. 자신과 타 예술가와의 차이점, 그는 한없이 자유로우며 미학적 작품을 구체화시키는데 흥미가 있다. 자신이 생각하고 원하는 것을 독창적으로 표현해내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능력이 있다. 그가 제일 아끼는 출연작은 ‘그대는 나의 진혼가’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고 깨달을 즈음 그의 부친은 타계하고, 사후 49제를 맞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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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훈의 '물비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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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훈의 '유랑'
볼쇼이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가장 감명 깊게 보았다는 래훈은 1987년 부산시립무용단에 입단하여 현재 수석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나 슬럼프가 올 때면 음악을 틀어놓고 마음을 가다듬거나, 자신이 즐겨보는 발레 동영상을 보면서 감정을 종이 위에 적어놓고 반복해서 본다. 이기적 유전자를 타고나지 못한 장래훈은 한국 춤과 평생을 같이해야할 운명의 한국춤꾼이다. 이제 그도 출행을 해야 할 예비 한류스타가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현재적 삶을 사랑한다. 장성한 두 청년의 아빠인 그는 지금과 같이 꾸준히 좋은 작품 활동을 하면서 여러 예술인들과 더불어 좋은 작품 만들고 싶어 한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작품에 출연한 그의 소박한 꿈은 모두가 인정하는 좋은 예술가로서 기억되는 것이다. 최근 한국무용제전의 초청작인 김용철 안무의 ‘늙은 여자’에서 ‘젊은 여자’역을 맡아 폭소를 자아냈던 그가 앞으로 펼칠 무대는 국내가 아닌 해외가 될 것이며, 그는 인기몰이를 할 것이다.

‘늙은 여자’는 한국 민속연희 중 탈춤의 해체를 시도하였다. 미얄할멈이 등장하며 그녀는 늙음과 불임을, 젊은 여자는 젊음과 생산을 상징한다. 늙은 여자와 젊은 여자가 대립하는 가운데 미얄할멈이 죽임을 당한다. 봉산탈춤의 일부를 재해석한 이 작품은 남성의 가부장적 횡포를 비판하는 내용으로써 전통 놀이의 묘미를 최대한 살리면서 현대적 춤 언어로 치환한 작품이다. 장래훈은 자신의 역할을 능청스럽게 연기해내면서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삶, 미래로 확장되는 다양한 자신의 참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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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훈의 '비단길'
장래훈의 '서천의 그늘'이미지 확대보기
장래훈의 '서천의 그늘'
장래훈은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였고, 부산광역시 시장상(1991. 12. 11), 부산광역시 문화회관 관장상(1999. 12. 31), 부산광역시립예술단장상(2001. 12. 31), 신라대학교 지도자상(총장상, 2002. 05. 09), 부산광역시립예술단장상(2002. 12. 31), 제28회 전국 전통예술경연대회 특상(부산광역시장상, 2003. 06. 01), 제07회 전국국악경연대회 한국무용부분 대상(문화부장관상, 2004. 10. 31), 제21회 전국무용경연대회 지도자상(경성대 총장상, 2006. 05. 17), 부산광역시 시장상 (2015. 01 .03)등에 이르는 수상실적이 있다.

장래훈, 전통춤을 추면서도 모던한 감각의 컨템포러리 춤의 매력을 존중하는 안무가다. 인간의 몸을 해석하는 다양한 문화담론을 즐기며 몸의 균형과 비례를 중시하는 발레 동작을 보면서 전통과의 크로스 오버를 생각한다. 전통의 향기 속에서 춤의 미래적 가치를 추구하고 합리적 인간의 휴머니즘을 숭상한다. 느린 호흡의 전통 춤의 힘을 믿으며 뚝심으로 버텨온 부산 춤의 핵심적 자산이다. 이제 한류스타로서의 하늘을 나는 황소의 비상을 기다려본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