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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 '양위안칭'과 창업자 '류촨즈'의 환상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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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 '양위안칭'과 창업자 '류촨즈'의 환상궁합

[세계로 도약하는 중국기업(7)] 글로벌 노트북 브랜드 '레노버'(중)
양위안칭, 중국 내 최고 연봉…영원한 '샐러리맨의 우상'

레노버 양위안칭 회장은 한국을 제치고 IT시장의 강국으로 등극하겠다고 말했다. 자료=lenovo.com.cn
레노버 양위안칭 회장은 한국을 제치고 IT시장의 강국으로 등극하겠다고 말했다. 자료=lenovo.com.cn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젊은 CEO '양위안칭(杨元庆)' 레노버(联想·lenovo) 회장은 2010년 "IT 업계에서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았듯이 중국 또한 머지않아 한국을 제치고 IT시장의 강국으로 등극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드넓은 대륙과 수많은 인구를 통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인 중국 시장 경쟁에서 레노버는 이미 왕좌를 차지했으며 이를 통해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해 "글로벌 시장 확장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레노버의 인지도는 글로벌 시장에서 그리 높지 않았다. 오직 중국 시장에서 저가 제품을 무기로 경쟁사인 화웨이와 ZTE를 넘어선 후 겨우 삼성과 애플의 경쟁상대라는 타이틀을 획득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양 회장은 레노버가 이미 성숙한 비즈니스는 물론 성숙 단계로 접어드는 비즈니스까지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기존 비즈니스와 신규 비즈니스를 결합한 새로운 성장엔진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4년 레노버는 글로벌 PC 부문의 1위 자리를 공고히 했을 뿐만 아니라 태블릿 시장에서 판매량을 급속도로 늘리면서 점유율을 확대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표 스마트폰 업체로 성장했다. 레노버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리고 세계 진출과 '글로벌-로컬' 비즈니스 모델의 주요 설계자로서 레노버를 이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양위안칭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매년 대륙 최고연봉 사업가 기록을 스스로 경신해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불렸으며 중국을 글로벌 IT시장 강국으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레노버를 더 잘 경영할 사람이 양위안칭임을 간파하고 후계자로 지목한 창업자 류촨즈. 자료=lenovo.com.cn이미지 확대보기
레노버를 더 잘 경영할 사람이 양위안칭임을 간파하고 후계자로 지목한 창업자 류촨즈. 자료=lenovo.com.cn

■ 원석을 보석으로 만든 장인, 레노버 창업자 '류촨즈(柳传志)'


중국에서 양위안칭은 가장 성공한 전문경영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그를 발굴하고 이 자리에 있게 한 주인공은 바로 레노버의 창업자 '류촨즈(柳传志)' 전 회장이다. 그는 레노버가 일정 규모까지 안정된 성장을 이룬 뒤, 빠르게 변화하는 IT 업계에는 젊고 혁신적인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2005년 당시 41세의 젊은 양위안칭에게 레노버 회장 겸 CEO자리를 물려줬다.

류 회장은 "왜! 레노버 경영에서 손을 뗐느냐?"는 물음에 "단거리를 젊은 사람들이 더 잘하는 것처럼, IT 또한 젊은 사람이 할 일이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류 회장이 물러난 근본적인 이유는 더 깊은 그만의 경영철학과 애사심, 그리고 리더십이 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IBM 컴퓨터의 중국 내 판매 대행사에 불과했던 레노버가 IBM 사업부를 인수한 것은 꿈에서도 상상하기 힘든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레노버가 IBM의 PC 사업부문을 통째로 인수한 것이다. 당시 PV사업부문 사장이었던 양위안칭은 레노버의 거의 모든 이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IBM PC사업 부문 인수를 강력히 밀어붙였다. 그리고 류촨즈는 그런 양위안칭의 판단력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다.
레노버를 창조한 것은 류촨즈였지만 지금의 레노버로 키운 것은 양위안칭이다. 그러나 레노버를 더 잘 경영할 사람이 양위안칭임을 간파하고 그를 갈고 닦아 현재의 위치에 올라서도록 한 것은 류촨즈다. '원석을 찾아 보석을 만들어내는 장인'과 원석 그 둘 중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장인과 원석의 환상적인 조합이 화려한 보석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류 회장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lenovo.com.cn이미지 확대보기
류 회장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lenovo.com.cn


■ 레노버 최대의 성공 전략은 대물림 '세습경영 타파'


세계 최대의 PC사업체 레노버를 탄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류 회장의 지분은 단 2%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중국 최초로 스톡옵션(1989년)과 종업원 지주제(1993년)를 잇달아 도입해 중국 기업에 소유권 개혁 물결을 일으켰다. 지분 65%는 창업 당시 자금을 대주었던 중국과학원이 소유하고 나머지는 임직원이 보유하고 있다.

그의 딸 류칭(柳青)조차 그런 아버지에게 아무런 재산을 물려받지 못했다. 다만 스스로를 일으킬 수 있는 재능과 그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깨우칠 기회를 얻었을 뿐이다. 류칭은 2000년 베이징대학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하버드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곧장 골드만삭스 아시아에 입사했으며, 2012년 골드만삭스 역사상 최연소 이사로 승진했다. 그리고 2014년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의 CEO가 됐다. 그녀의 이력 어디에도 레노버와의 관계는 없었다.

레노버 창업주인 류촨즈 회장은 초창기부터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세습경영에 선을 그었다. 류 회장의 아버지가 인민은행과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 등에서 요직을 거친 인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류 회장의 경영철학이 바로 레노버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양위안칭을 후계자로 삼아 레노버를 성장시킨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외향적으로 보여지는 일부분에 불과할 뿐, 회사 곳곳에 숨겨져 있는 류 회장의 경영철학은 색다른 문화로 찾아볼 수 있다. 레노버 직원들은 사내에서 직급이 아닌 서로의 이름을 통해 소통한다. 레노버의 수평적 기업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실제 양위안칭 회장 또한 사내에서 '사장님'이 아닌 'YY'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류 회장은 "끝없이 기업을 확장하고 부(富)를 늘려가는 데만 몰두했다면, 결코 존경받는 기업가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일찍부터 나눔의 경영을 실천해왔다. 중국 대륙을 휘어잡은 거대 공룡기업을 창업하고도 2%의 지분만을 보유하고 모든 것을 레노버를 위해 헌신했던 그였기에 중국인들은 그를 '최고의 사업가'로 존경하고 있으며 이것이 곧 레노버의 경쟁력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