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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창작무용의 수준 격상과 건전한 경쟁 유도한 무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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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창작무용의 수준 격상과 건전한 경쟁 유도한 무용제

[공연리뷰] 제31회 한국무용제전 대극장공연 결산

한국춤협회(이사장 백현순 한체대 교수)가 주최한 제31회 한국무용제전의 대극장(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이 막을 내렸다. 4월 12부터 23일까지 오후 8시마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통・행・연(通・行・戀)’이라는 주제로 해외초청공연, 국내축하공연, 경쟁부문, 비경쟁 부문으로 구분되어 공연이 진행되었다. 지난해의 주제는 ‘제(祭)·례(禮)’였다.

무용제전의 대극장공연 결과, 최우수 작품상 김호은 안무의 『기억의 조각』(카시아 무용단), 우수 작품상 정향숙 안무의 『강, 강(江)』(임학선댄스위), 관객평가상 홍은주 안무의 『기억의 침묵』(리을 무용단)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수상작들은 시린 기억, 물의 유동, 시간의 나이 속에 잊히지 않은 슬픔을 형상화한 작품들로 창작무용의 바람직한 전형(典型)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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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은 안무의 '기억의 조각' (카시아무용단)
김호은 안무의 『기억의 조각』은 기억속의 네 가지 퀼트를 인생의 기차여행으로 연결하여 현대적 감각으로 직조한 창의성이 돋보인 작품이다. 부드러운 장면의 연결을 위한 서정적 클래식 음악의 적절한 사용, 시간의 원근감을 살린 세트, 현대 회화의 추상성으로 다가오는 영상, 짜임새 있는 구성, 뛰어난 춤 기교로 무용예술이 종합예술임을 증명시킨 작품이다.

정향숙 안무의 '강, 강(江)'(임학선댄스위)이미지 확대보기
정향숙 안무의 '강, 강(江)'(임학선댄스위)


정향숙 안무의 『강, 강(江)』은 한국 창작 무용의 서정성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도입부에 강의 이미지를 시각적 비주얼로 처리하고, 자연과 철학과의 관계를 모색하며 시종일관 분주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산과 강의 형상화, 수류(水流)와 음양의 이치를 춤으로 연결시킨다. 한국 창작무용의 새로운 길 찾기를 추구해온 무용단의 일치된 호흡과 움직임이 돋보인 작품이다.


홍은주 안무의 '기억의 침묵'(리을무용단)이미지 확대보기
홍은주 안무의 '기억의 침묵'(리을무용단)


홍은주 안무의 『기억의 침묵』은 김선우의 시 ‘열네 살 무자’에서 동인(動因)을 얻어 일본군 위안부의 희생을 무용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살상과 슬픔을 침화시키면서 아픔을 부각시킨다.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인형들을 어루만지며 인형이 내걸리는 모습은 처연하다. 전쟁의 상흔을 끄집어내어 바리대기 해원 굿판으로 풀어낸 안무가의 집요함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총 25팀 중 개막식(2개국 3작품), 폐막식 공연(3개국 4작품)과 대극장 공연 작품(경쟁 6작품, 비경쟁 2작품)의 무용제전의 대극장 공연에 이어 5월 22일부터 25일까지 이어지는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공연은 이지현 안무의 『깊고 간결하게 아』부터(이외 참가 안무자는 박주연, 최창문, 이재경, 이길현, 고신영, 장민혜, 최희원, 반호정,김시화, 김윤희) 김연화 안무작 『동시대적, 삶』)까지 열 두 작품을 남겨두고 있다.

김용철 안무의 '늙은 여자'(섶무용단)이미지 확대보기
김용철 안무의 '늙은 여자'(섶무용단)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평균 30~40여분 소요된 작품들이 하루 두 편씩(개막 두 팀3편, 폐막 3팀 4편) 격일로 공연되었다. 합리적인 공연 시간에 한국창작무용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 이번 무용제전의 비경쟁 작품은 섶무용단 김용철 안무의 『늙은 여자, That Old Woman』, 한명옥무용단 한명옥 안무의 『바람부는 곳으로 가라, Head toward a Windy Place』 이었다.

한명옥 안무의 '바람 부는 곳으로 가라'(한명옥무용단)이미지 확대보기
한명옥 안무의 '바람 부는 곳으로 가라'(한명옥무용단)


대극장 공연의 전반은 12일(수); 파우지 아미루딘(Fauzi Amirudin) 안무의 『바라타나티암』(Bharatanatyam)과 『마인 짜핀』(Main Zapin), 윤명화무용단 윤명화 안무의 『샤먼, Shaman』, 14일(금); 섶무용단 김용철 안무의 『늙은 여자, That Old Woman』, 리을무용단 홍은주 안무의 『기억의 침묵, Silence of Memory』, 16일(일); 한명옥무용단 한명옥 안무의 『바람부는 곳으로 가라, Head toward a Windy Place』, 카시아 무용단 김호은 안무의 『기억의 조각, Pieces of Memory』가 담당했다.

김동호 안무의 '봉인된 시간'(여울목 무용단)이미지 확대보기
김동호 안무의 '봉인된 시간'(여울목 무용단)


대극장 공연의 후반은 19일(수); 여울목무용단 김동호 안무의 『봉인된 시간, Sealed Time』, 임학선댄스위 정향숙 안무의 『강, 강(江), The rivers runs through』, 21일; 숨무용단 성재형 안무의 『화소(華笑), Shining Smile』, 한윤희 무용단 한윤희 안무의 『동 살푸리Ⅱ(冬 살푸리Ⅱ), Winter SalpuriⅡ), 23일; 유리 푸루이(Juri Furui) 안무의 『Odorubaka, 춤추는 바보』와 『Ozashiki, 일본룸』, 야오지양(Yao Jiang)/첸양(Chen Yang)/우멍(Wu Meng) 공동안무의 『억・이원(億・梨園), Memories of the operatic circle, 배밭의 추억』, 황재섭무용단의 『트리 오브 라이프, Tree of Life』이었다.

성재형 안무의 '화소'(華笑, 숨무용단)이미지 확대보기
성재형 안무의 '화소'(華笑, 숨무용단)

해외 초청작은 말레이시아 아스크 댄스 컴퍼니(ASK Dance Company)의 『바라타나티암』(Bharatanatyam)과 『마인 짜핀』(Main Zapin)(안무/파우지 아미루딘), 일본 프로젝트 오야마(Project Ohyama)의 『Odorubaka, 춤추는 바보』와 『Ozashiki, 일본룸』(안무/유리 푸루이), 중국 프리 댄스(China Free Dance)의 『억・이원(億・梨園), Memories of the operatic circle, 배밭의 추억』(공동안무/야오지양, 첸양, 우멍)으로 자국의 전통무용을 기반으로 한 창작무용을 선보였다.

한윤희 안무의 『동 살푸리Ⅱ(冬 살푸리Ⅱ)이미지 확대보기
한윤희 안무의 『동 살푸리Ⅱ(冬 살푸리Ⅱ)


국내축하공연은 작년 무용제전의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인 윤명화 안무의 『샤먼』은 집중을 위한 들뜸에서 다양한 사운드의 활용, 연주와 구음이 섞인 노래 등으로 여린 서정의 틈새를 파고든다. 이 작품은 우리 춤의 현대화를 추구하면서 겹겹이 쌓인 ‘샤먼’의 ‘무’, ‘무’, ‘무’(‘巫’, ‘舞’, ‘無’)를 신으로 구성, 샤머니즘의 본질을 현대적 감각과 체계적 틀에 담아 망자와 남겨진 자의 상처를 치유해내는 창작무용의 정형을 보여주었다.

작년 우수작품상 수상작 황재섭 안무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제례에 걸린 자신의 삶의 뿌리를 찾아간다. 이 작품은 우리 염원의 대상, 그 오브제의 다양성에서 오는 이기적 혼란을 남겨진 자들(후손)과 같이 성찰하게끔 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처리된 사운드와 빛의 사용, 들뜨지 않고 주제에 밀착한 심도 있는 연기는 작은 울림을 연출하였다.

1985년 한국무용연구회(2013년 한국춤협회로 개칭)에서 출범한 한국무용제전은 전통춤의 재해석, 재창조를 통해 현대화를 추구하는 한국 창작춤 축제이다. 현대무용, 발레, 생활무용 등 다양한 갈래의 춤에서 우리춤의 전통과 철학, 그 정신을 살리면서 사위와 디딤으로 멋과 맛을 살린 창작무용제는 ‘국제무용의 날’(4월 29일)을 기념하기 위해 해마다 주제를 삼아 개최된다.

10개 단체가 참가한 제1회 제전의 주제는 ‘우리 옛 춤’이었으며. 이 후 현대무용, 발레로 재해석된 장르 확장, 참가국 다변화, 지방분산 개최, 참가 작품 증가 등의 변화가 있었다. 한국춤협회는 한국무용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고리 역할을 해왔다. 2014년부터 ‘아시아는 하나다’라는 슬로건 아래 아시아의 창작춤 단체들과 함께하는 ‘글로벌 아트춤 축제’로 전환했다.

시상식 장면.이미지 확대보기
시상식 장면.
열흘에 걸친 한국무용제전 출품작 전 작품은 대극장 8작품(이 중 경연작 6편), 소극장 12작품, 축하공연 7작품이다. 주제에 부합되는 작품들은 제전의 역사적 깊이와 전통의 현재적 가치를 간과한 빈약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문화원형을 써내는 진지함,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 춤판에서 보낸 엿새 동안은 참가자나 감상자 모두에게 우리 춤의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2017년 제31회 한국무용제전은 안무가들의 열정과 진지함, 작품의 질적 수준 향상,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 구성, 수준 높은 연기력, 장르 간 크로스오버가 눈에 띄었다. 우리 춤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향방을 고려한 고민도 들어가 있었다. 제전의 격상을 위한 엄선된 작품들이 출품되었다. 앞으로 한국무용제전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많은 국내외 우수작들이 창작, 수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