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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재테크] 와인③ 현물 투자의 적 ‘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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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재테크] 와인③ 현물 투자의 적 ‘위조’

[글로벌이코노믹 유병철 기자] 1985년 12월 영국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프랑스 보르도 샤토 라피트(현 라피트 로칠드) 1787년산이 등장했습니다.

100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미 식초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경매는 치열했습니다. 경매를 의뢰한 세계적인 와인 중개상인 하디 로렌스톡은 병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던 Th.J라는 이니셜이 토머스 제퍼슨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3대 대통령인 제퍼슨은 유명한 와인 마니아였는데요. 품질 보장을 위해 샤토에 직접 와인을 주문하기도 했죠. 15만6000달러. 현재 환율기준으로 봐도 1억7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내고 와인을 획득한 것은 미국의 잡지 재벌인 포브스 가문이었습니다.

벤저민 월레스의 논픽션, <억만장자의 식초>에는 일명 '제퍼슨 와인'이 소개됩니다.

가격도 놀랍지만 정말 기가 막힌 것은 제퍼슨 와인이 이후 '가짜'로 판명 났다는 점입니다. 세계 와인 마니아들의 부러움을 산 와인이 식초보다도 못한 물건이었던 것이죠.

제퍼슨 와인은 가격이 워낙 높아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업계 전체로 본다면 특별한 사건은 아닙니다. 와인업계에는 절도와 사기가 판칩니다. 심지어는 경매장에서도 가짜 와인이 흘러 다닙니다.

지난 2013년 와인 사기범 루디 쿠니아완(본명 젠 왕 후왕)은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서 10년 형을 받았습니다.

FBI는 로마네 콩티 1947년산에 집착해 닥터 콩티 혹은 닥터 47이라 불렸던 쿠니아완의 집에서 위조 와인을 위한 다양한 물품을 발견했습니다. 그의 집에서는 1947년 라플레어, 라피트, 로마네 콩티, 1950년 페트뤼스 등 인쇄된 와인 레이블 수천장과 컴퓨터 안에 스캔된 레이블 이미지, 위조와인에 쓰인 빈병과 코르크 등이 발견됐습니다.
심지어 위조 방법이 적힌 노트까지 발견됐다 하네요. 부엌에서 캘리포니아의 저렴한 와인 몇 가지를 섞어 부르고뉴와 보르도 명품 와인으로 위장해 판매했다고 합니다.

그가 대체 몇 병의 와인을 팔아치웠는지, 가지고 있는 것은 누구인지 현재도 알기 어렵습니다. 쿠니아완은 2006년 한 해에만 1만2000병을 팔아치웠습니다. 와인 전문가들은 쿠니아완의 와인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하고 수요는 높은 아시아로 흘러갔으리라 짐작합니다.

2011년 중국인의 보르도에 대한 집착을 그린 다큐멘터리 '레드 옵세션'의 감독인 워릭 로스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거래되고 있는 라피트 10병 중 진짜는 1병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와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이 위조 와인을 감별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와이너리에서 직접 만들어 출시한 것이 아니라면 진위 확인은 어렵죠.

와인의 특성상 코르크를 열어서 색을 보고, 냄새를 맡고 먹어보는 순간 와인의 가치는 사라집니다. 투자목적으로 구매한다면 외견과 레이블 등을 유심히 살피고, 자신에게 와인을 판 회사, 혹은 경매인을 믿는 방법뿐입니다.

제퍼슨 와인 4병을 50만달러에 구매한 윌리엄 코치는 구매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 조사했습니다. 전문가와 방사능 검사까지 동원했지만 확증을 얻어내지 못했는데요. 조금 엉뚱한 곳에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당시에는 다이아몬드 고속절삭 기술이 없어 병에 이니셜을 새길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니셜은 제퍼슨 소장이 아니라 거짓말의 증거였습니다.

가짜 와인에 대해서는 언제나 염두에 두고 조심해야 합니다. 투자 목적으로 마시지 않고 병입된 상태로 저장고에 잠자고 있는 것들도 진위를 판단하기 힘든 것들이 많습니다.

현물 투자 최대의 적인 ‘위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번에는 와인 펀드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유병철 기자 ybsteel@g-enews.com